토큰증권 시대 활짝…“우회상장 등 부작용 해결만 남았다”
토큰증권 시대 활짝…“우회상장  등 부작용 해결만 남았다”
▲ 금융위원회는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바탕으로 발행한 디지털 자산을 증권의 일종인 ‘토큰 증권(STO)’으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토큰 증권 발행 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지난 5일 발표했다. 사진은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뉴시스]

  

미술품부터 음악 저작권, 부동산, 보석 등 어떤 형태의 고가 자산이든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실물자산을 증권화해 투자한 만큼 지분을 갖는 토큰증권(STO)이 제도권에 도입되면서 투자 대상과 범위가 대폭 늘어나게 됐다. 금융업계에선 벌써부터 토큰증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토큰증권이 합법화되면서 새로운 투자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시장에 안착하기까지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투자자 보호 체계에 대한 우려가 대표적이다. 토큰증권도 엄연히 증권의 일종인 만큼 투자 손실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또 토큰증권이 자본시장 상장의 우회통로로 활용될 여지도 있는 만큼 투자자 보호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금융위)는 부동산, 미술품 등 실물자산을 바탕으로 발행한 디지털 자산을 증권의 일종인 ‘토큰 증권(STO)’으로 정의하고 이에 대한 ‘토큰 증권 발행 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토큰증권을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비록 가상자산을 활용해 발행했더라도 본질은 증권이라는 의미다.

 

이를 통해 증권의 토큰화는 물론 음원투자와 같은 투자계약증권을 전자증권 형태로 발행하는 것까지 허용된다. 다만, 금융위는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증권 여부를 판단해 후속 조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미래 기술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토큰증권 발행·유통 규율체계를 새로 마련했다”며 “우리 법 제도에서 허용하지 않았던 토큰증권의 발행을 허용하고, 안전한 유통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증권사, STO시장 선점 경쟁 과열…부동산‧선박‧명품 등 먹거리 전쟁

 

금융업계 안팎에선 토큰증권이 침체됐던 투자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거라는 기대감이 감돈다. 토큰증권이 도입되면 그간 가치가 너무 커서 유동성이 떨어지던 자산을 증권처럼 쪼개 여러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게 된다. 부동산부터 미술품, 보석 등 고가 상품뿐만 아니라 한우, 음악 등 실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품까지 포함된다.

 

토큰증권이 투자시장의 새로운 미래먹거리로 부상하면서 증권업계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HJ중공업, 한국토지신탁과 STO비즈니스 활성화 MOU를 체결했다. HJ중공업과 연계해 선박금융, 부동산 조각투자 등을 기초자산으로 토큰 증권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선박금융 토큰 증권 발행, 부동산 조각투자 등 협력사업 발굴, 금융 규제 샌드박스 신청을 포함한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계획이다.

 

NH투자증권은 STO 비전그룹을 결성했다. 협의체에는 ▲조각투자사업자 투게더아트(미술품), 트레져러(명품·수집품), 그리너리(ESG탄소배출권) ▲비상장주식중개업자 서울거래비상장 ▲블록체인 기술기업 블록오디세이, 파라메타 ▲기초자산 실물평가사 한국기업평가 등이 참여한다.

 

▲ 토큰증권의 합법화로 인해 기존에 유동성이 낮아 접근이 쉽지 않았던 다양한 자산 투자가 가능해져 투자자산이 다양화되고 업계의 새로운 먹거리가 등장한다는 차원에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다.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신한투자증권은 블록체인부와 블록체인 솔루션 기업 람다256이 함께 진행한 기능 검증을 통해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과 디지털 지갑 설계, 토큰 발행·청약·유통 등 기존 금융시스템과 증권형 토큰 관련 기술을 내재화한다는 계획이다. KB증권은 한우 조각투자업체 뱅카우와 MOU를 체결했고, 키움증권은 뮤직카우‧비브릭‧카사와의 협력을 통해 음악저작권과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진행한다. SK증권은 펀블‧아트앤가이드‧해치랩스 등을 통해 부동산‧미술품‧지갑 등의 분야에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증권업계는 토큰증권에 대해 부동산이나 선박과 같이 그간 투자하기 어려웠던 자산들을 상품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의견이다. 특히나 자산의 규모가 크고 물량이 많은 부동산 STO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토큰 증권, 시장 활성화 기대…우회상장 통로 등 투자자 피해 우려도

 

토큰 증권은 탈중앙화가 특징인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금융기관이 아닌 발행인도 직접 증권을 전자등록‧관리하도록 허용할 수 있고, 스마트 계약 등의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권리를 편리하게 증권화해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다. 투자계약증권, 비금전신탁 수익증권 등 비정형적 증권에 적합한 다양한 소규모 장외시장을 형성해 다변화된 증권 거래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허용된 토큰증권시장이 하나의 안정화된 투자 상품으로 완전히 정착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시장의 기대가 큰 만큼 우려 역시 적지 않고, STO 우회상장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심지어 다양한 자산을 토큰증권 형태로 모두 발행할 수 있다는 것이 합리적일까란 의문도 제기됐다. 미술품처럼 객관적인 가치를 매기기 힘든 자산을 토큰화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이 토큰증권을 허용하면서 논란이 됐던 많은 투자처가 자본시장법의 규제를 받게 됐다”며 “토큰 시장이 이를 받아들이고 성장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STO로 불리는 토큰증권 시장이 새로운 투자처로 자리를 잡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며 “그동안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 만큼 부동산 토큰 투자에 대한 우려도 높다. 현재 부동산 실물경기 침체에 조각투자의 수요도 같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지론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과 달리 부동산은 실물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에 과연 우리나라 투자 성향에 맞을지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 며 “초기에 어떻게 분위기가 조성될지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지열 한국블록체인협회 자문위원은 “토큰증권은 부동산, 뮤직카우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실행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방법이다”며 “기존의 디지털자산에 비해 훨씬 더 안전한 자산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와 미국 모두 자본시장법에 대한 규제가 엄격하게 설정돼 있어 투자자 보호체계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며 “토큰자체는 증권예탁원에서 통합적으로 보관을 하기 때문에 디지털 자산 거래보다 안정성이 더 강화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가지 우려되는 점은 회사가 코스피와 코스닥 심사 기준에 미치지 못하여 상장하지 못했을 때 코스닥보다 심사 기준이 낮은 토큰 증권을 통한 우회상장이 걱정된다”며 “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범죄 역시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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