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불구속 갈림길의 이재명, 최대 적은 다름 아닌 ‘어재명’
구속‧불구속 갈림길의 이재명, 최대 적은 다름 아닌 ‘어재명’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자서전에 두 차례 도주가 기록돼 있다. 구속사유가 차고 넘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21일 발언이다. 누구를 겨눈 것일까. 다름 아닌 오는 27일 구속‧불구속의 갈림길에 놓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수가지 비리혐의를 받는 이 대표는 혐의 일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나아가 자신에 대한 구속 시도는 윤석열정부의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의 구속 필요성도, 수사 필요성도 일깨운 건 ‘어재명(어제의 이재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내로남불’ 논란의 중심에 선 이 대표의 어제와 오늘의 발언들, 그 차이점을 르데스크가 정리해봤다.

 

“내가 어딜 가나” 무색하게…과거의 李 “수사 피해 두 차례 도주”

 

“제가 어디 도망간답니까”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이 대표의 날 선 반응이었다. 그런데 이 대표는 과거 경찰수사를 피해 두 차례 ‘도주’한 적이 있음을 자서전에서 자기 스스로 고백한 바 있다.

 

이 대표가 과거 집필한 자서전 ‘이재명은 합니다’에 의하면 이 대표는 2002년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의혹 폭로 당시 경찰수사를 피해 도주에 나섰다. 당시 변호사였던 이 대표는 검사를 사칭해 현직 성남시장을 취재한 KBS ‘추적60분’ PD와 공모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 대표는 자서전에서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일단 숨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강원도로 행했다. 원주 치악산으로 가던 중 경찰심문에 걸리고 말았다”며 “차분하게 미리 준비해둔 대로 동생 인적사항을 불러줬다. 검문이 까다롭지 않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밝혔다.

 

또 “그 길로 평창에 도착해 연락해야 할 곳에 모두 연락한 뒤 휴대폰 배터리를 제거하고 설악산 쪽으로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결국 강원 지역을 돌다가 경찰 추격망이 좁혀짐을 느끼자 서울로 돌아가 여관을 전전하던 중 성남지검을 찾아가 자수했다고 털어놨다. 이 대표는 이 사건으로 구속된 후 대법원에서 벌금 150만원이 확정됐다.

 

이 대표는 불과 2년만에 2차 도주에 나섰다고 밝혔다. 2004년 이 대표는 성남시립의료원 설립 조례 발의를 위해 성남시민 서명운동을 주도했다. 조례안이 시의회에서 부결되자 운동 회원들과 함께 시의회 점거에 나서던 중 일부 시의원이 폭행당하고 의회집기가 파손돼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고발당했다.

 

이 대표는 자서전에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시청 바로 옆에 있는 주민교회 건물 지하로 몰래 피신했다. 경찰에 붙잡히면 곧바로 구속될 처지였다”며 “주민교회는 명동성당이나 조계사처럼 경찰이 함부로 들어와 체포할 수 없는 일종의 치외법권 구역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유세 때도 해당 사건을 언급하면서 “두 번째 구속되기 싫어 도망갔다”고 했다.


▲ 2021년 10월 경기 성남시청에서 대장지구 이주자택지 보상관련 협의를 위해 심종진 화천대유자산관리 공동대표와 대장동 원주민들이 만났으나 아무런 결과 없이 끝났다. 심 대표가 회의장을 나와 엘리베이터로 이동하자 성난 주민들이 막아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시민 위한 대장동 개발”이라더니…과거 “평당 300씩 잡아도 9000억”

 

이 대표가 과거 SNS에 올린 글들은 검찰의 대장동‧위례 개발 특혜의혹 관련 구속영장 청구서에 ‘활용’됐다. 이 대표가 스스로 최소 5000억원, 최대 9000억원의 대장동 개발이익을 명시한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이는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이익을 확정이익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 대표 주장과 달리 그가 민간업자에게 큰 이익이 날 수 있는 사업임을 인지하고서도 추가 이익 환수에 나서지 않았다는 검찰의 배임논리 뒷받침 근거로 사용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3부(부장검사 엄희준‧강백신)는 2015년 7월 이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장동 사업을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구속영장에 담았다. 2015년 5월 대장동 사업협약과 주주협약을 맺을 당시 성남도공 내부에서 “추가 발생하는 이익 환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사 배당률을 70%까지 상향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묵살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표는 2015년 12월에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대장동 사업을 두고 ‘5000억원대 이익이 보장된 사업’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이후 대장동 논란이 터지자 전체 개발이익을 민간업자들이 제시한 3600억원으로 산정해 절반인 1822억원을 확보했다고 주장해왔다.

 

이 대표는 2018년 1월에는 페이스북에서 “대장동 전답 30만평을 신도시로 만들면 평당 300만원씩만 잡아도 9000억원”이라고 했다. 이는 최근 검찰이 산정한 대장동 개발 총이익(9607억원)과 비슷한 액수다.

 

이 대표 측은 “예상하지 못한 부동산 활황으로 민간업자 이익이 커졌다”며 경기변동에 대비해 이익비율이 아닌 확정액으로 정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검찰은 이 대표의 2018년 페이스북 글을 근거로 이 대표가 대장동 사업으로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구속영장에 적시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선 이 대표가 2015년 12월 페이스북에 올린 “축구단도 당연히 내 정치에 활용한다” “행정능력을 보여주고 지지를 얻는 정치적 이익을 추구할 것” 글도 구속영장에 담겼다. 검찰은 영장에서 “(이 대표가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인허가권을 흥정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했다.

 

“유동규 등 증언 신빙성 無” 李, 과거엔 “안종범 증언으로 박근혜 범죄 입증”

 

이 대표의 과거 SNS 글과 별개로 이 대표 혐의를 입증할 주변 인사들 증언도 속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증거는 없고 진술만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을 두고선 “안종범 증언으로 범죄가 드러났다”고 단정 지은 바 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에 의하면 이 대표는 2016년 11월2일 SNS에서 ‘안종범(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의 증언으로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주도한 사람이 박 대통령임이 드러났다. 현직 대통령이 대통령 권한을 악용해 800억대의 금품갈취‧직권남용을 저지른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구속’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근래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의 ‘천화동인 1호 지분은 이 대표의 것’ 증언을 두고 신뢰성에 의문을 표시해왔다. 이 대표는 17일 자신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증거는 관련자 한두 명의 진술뿐인데 이른바 대장동 4인방의 진술은 크게 번복되는 등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과거의 이재명’ 논리대로라면 이 대표는 한 명도 아닌 네 명의 주변 인물들 증언만으로 혐의가 입증되고도 남는 셈이 된다. 김 의원은 “이재명 씨는 안종범 진술로 박근혜 범죄가 드러났다고 하면서 왜 유동규‧남욱 등의 진술에는 자신의 범죄가 드러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할까”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이재명 씨는 검찰독재 탓이라고 하고 싶겠지만 구속영장 발부는 검찰이 아니라 법원이 하는 것”이라며 “검찰독재공화국이라서 법원까지 조종한다면 이성윤(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윤미향(민주당 의원)이 유죄선고가 됐을 것이다. 증거가 없다면 (이 대표의) 종범들이 구속될 리 없다”고 강조했다.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해 5월 인천 동구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반대”라며 계양을 보선 출마한 李

 

국회의원 불체포특권과 관련해 불과 약 반년 만에 바뀐 이 대표 태도도 구설수에 오른 상태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 6‧1지방선거 충북 지원유세 당시 유권자들 앞에서 “불체포특권을 제한하자는 것에 100% 동의한다. 처음부터 제가 주장하던 것”이라며 “10년 넘도록 먼지 털듯이 털린 저 같은 깨끗한 정치인에게는 필요하지 않다”고 외쳤다.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 폐지를 대선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정책본부가 지난해 2월 펴낸 이 대표 공약집에는 ‘성범죄와 같은 중대범죄의 경우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지 추진’ 등이 기재됐다.

 

불체포특권을 비난하면서 실제로 현직 국회의원 구속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 대표는 2020년 총선 당시 충북 청주상당에서 당선된 정정순 의원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불체포특권은 공익을 위한 것이다. 법 앞에 평등한 나라에서 수사에 성역이 있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정 의원은 국회 본회의에서의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구속됐으며 의원직을 상실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이 무색하게 이 대표는 대장동 등 혐의에 대한 ‘방탄’ 목적 아니냐는 불신 속에서도 지난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급기야 이 대표는 지난달 KBS 인터뷰에서는 윤석열정부가 군사독재 정권처럼 되고 있다며 때문에 자신은 불체포특권 남용에서 예외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상황이 이렇게까지 과거로 퇴행할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검찰이 목표를 정해 누군가를 잡겠다, 이렇게 마음먹고 대놓고 수사권력을 남용하는 상황이 과연 대한민국 헌정사에 있었나”며 “(한국 정치가) 군사독재 정권 이전으로 퇴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국회 사랑재에서의 신년기자회견에선 불체포특권을 자진해서 내려놓을 뜻이 있냐는 질문에 “지금은 검찰 그 자체가 권력이 돼 균형‧합리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수사권‧기소권을 남용하는, 수사가 아닌 정치를 하는 상황”이라며 “경찰복을 입고 강도행각을 벌인다면 과연 어떻게 판단해야 하겠나”고 답했다.

 

그러나 여당은 궤변이라는 입장이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죄가 있으면 대통령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선창한 사람이 아니었나”라며 “(민주당 주도로 구속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도주우려가 있어서 구속수감됐나. 민주당은 국민 보기에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본인이 스스로 한 공약을 지켜서 불체포특권 뒤에 숨지 말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국민 여론도 여당과 별반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민주당이 21일 의원총회에서 참석 의원들에게 배포한 당 전략기획위원회 작성 ‘2월 셋째주 여론조사 분석자료’에 의하면 민주당은 지난 12~19일(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록 기준) 실시한 12개 기관 조사 중 9곳에서 국민의힘에 밀렸다. 지지율 차이는 최대 17%p까지 벌어졌고 가장 낮은 곳은 26%까지 떨어졌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최지나(23‧여)씨는 “(이 대표 혐의가) 한두 개라면 모르겠지만 동시다발적으로 십수가지가 터져 나오는데 저런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여의도의 직장인 김준(39‧남)씨는 “요즘 정치권을 보면 뉴스에나 나올법한 후진국의 모습이 겹친다”며 “더 실망감 갖기 전에 정치인들이 법원에서 정정당당히 유무죄를 가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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