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北, ICBM 기술 모두 확보…핵탄두 소형화 등만 남아”
軍 “北, ICBM 기술 모두 확보…핵탄두 소형화 등만 남아”


▲ 19일 북한 조선중앙TV는 전날(18일) 오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를 최대 사거리 체제로 고각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을 모두 확보했다는 우리 군 입장이 나왔다. 북한이 핵탄두 소형화 등을 위해 7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정황도 포착됐지만 국제사회는 북한 우방인 중국‧러시아로 인해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미는 대신 전략폭격기 훈련 실시 등을 통해 전쟁억지력 강화에 나섰다.

 

22일 국회 정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에 의하면 국방정보본부는 “ICBM을 지금까지 정상각도로 발사하지 않았는데 북한은 능력을 다 보유했고 대미압박을 위해 타임라인을 조정 중”이라고 정보위 업무보고에서 밝혔다.

 

앞서 18일 오후 5시22분께 북한은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ICBM 화성-15형 한 발을 사격했다. 해당 미사일은 정상각도(35~42도)가 아닌 고각으로 발사돼 1시간7분여 동안 900여㎞를 비행해 일본 홋카이도 서쪽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에 탄착했다.

 

군은 북한의 7차 핵실험 준비 정황도 포착했다. 유 의원은 “(군은) 핵폭탄의 소형‧경량화를 위해선 7차 실험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고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는 이미 소형 또는 대형 핵실험이 가능할 정도로 완성됐고 4번 갱도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유 의원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가능성에 대해서도 “(군은)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북한이 언급한 전술핵수단 방사포 발사를 두고서는 “아직 거기까지 가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라며 “방사포라기보다는 사실상 탄도미사일 시스템을 발사하는 정도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 북한이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가운데 20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초 군은 북한 ICBM 기술 완성 가능성에 유보적인 태도였다. 21일 미국의소리(VOA) 바송은 복수의 미국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이 ICBM 탄두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는 관측이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술은 핵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고열을 견디도록 하는 게 골자다.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프로그램 소장은 VOA에 “ICBM을 만든 나라 중 재진입체를 확보하지 못한 나라는 없고 북한은 2016년에 이미 재진입체 지상시험을 했다”며 “고각발사에 성공했다면 정상궤도에선 성공확률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 “고각발사를 하면 최소 에너지 궤적의 발사 때와 약간 다른 온도를 발생시키지만 둘 다 재진입체에 많은 부하를 준다”며 “재진입체가 고각발사 시험에서도 살아남는다면 더 정상적인 궤도의 시험에서도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미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도 VOA에 “미 정보당국과 나를 포함한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을 견딜 수 있는 정도의 충분히 크고 튼튼한 탄두를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이 이번에 액체연료 기반의 ICBM을 사격하면서 ‘기습발사’라고 표현한 점을 두고 북한이 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의 기술적 도움을 받아 사전 연료주입 체계인 ‘앰플방식’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추측했다.

 

이에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21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설명드린 내용과 다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20일 군 관계자는 북한이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한 사례가 없기에 현재로서는 탄두 대기권 재진입 등의 기술적 완성도를 평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 윤석열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9월 뉴욕 유엔사무국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우리 군은 북핵을 둘러싼 국제사회 움직임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북한의 ICBM 기술 완비를 인정하면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김선경 북한 외무성 국제기구담당 부상은 22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미국‧남조선(한국)의 우려스러운 군사행동을 두고는 눈 감고 침묵하던 유엔사무총장이 도발자들에 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정당한 자위권 행사를 도발‧위협으로 모독하는 극히 불공정하고 비균형적인 태도를 취하는데 대하여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강력히 항의한다”고 밝혔다.

 

또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가 또다시 우려스러운 악화일로에 들어선 원인은 전적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힘으로 제압하려는 미국‧남조선의 무분별한 군사적 객기와 무책임한 용감성에 있다”며 “만일 미국‧남조선의 도를 넘는 군사적 모험으로 인해 조선반도에서 누구도 원치 않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유엔사무총장 본인이 무거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명백히 해두는 바”라고 경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18일의 화성-15형 사격을 두고 “강력히 규탄한다”며 “더 이상의 도발적 행동을 즉각 중단하고 관련된 모든 안보리 결의에 따른 국제적 의무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0일(현지시간) 화성-15형 발사 대응을 위해 열린 유엔안보리 긴급회의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러시아의 반대 속에 빈손으로 종료됐다.

 

다이 빙 유엔 주재 중국 차석대사는 회의에서 “올해 초부터 미국과 그 동맹국은 북한을 겨냥해 한반도 주변에서 연합군사활동을 늘렸다”며 “합의 없이 북한 관련 회의를 추진하고 더 많은 제재‧압박을 요구했다”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폴란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도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미국 핵우산 하에서 실행되며 명백한 반북적 태도인 전례 없는 역내 군사적 술책에 대한 대응”이라며 “미국과 그 동맹은 지금의 상황에 특별한 책임이 있다. 일부 회원국이 건설적 대화 준비는 안 된 채 오직 북한을 비판할 준비만 된 상황에서 안보리 회의는 상황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고 북한 ICBM 발사 책임을 한미에 떠넘겼다.

 

이에 한미는 한 목소리로 북‧중‧러 책임론을 제기했지만 안보리 차원의 유의미한 대응책 도출에는 실패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회의에서 “(중국‧러시아 등) 그들은 (북한에) 강력 대응하려는 우리의 모든 시도를 막아왔다. 결과적으로 안보리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두 이사국이 계속 안보리 임무수행을 막는다면 북한은 무기를 계속 개발하고 실험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한 황준국 유엔 주재 한국대사는 “북한을 대변하거나 그 행동을 정당화하려는 시도는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고 그 핵무기를 더 강화하는데 기여할 뿐”이라고 성토했다.


▲ 한미는 19일 한반도 상공에서 미 공군 B-1B 전략폭격기가 참가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은 우리 공군의 F-35A 및 F-15K와 미 공군의 F-16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으로 진입하는 B-1B를 호위하면서 연합편대비행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사진=합동참모본부]

 

중‧러의 비호 아래 북한은 도발수위를 급격히 높이고 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0일 “태평양을 우리 사격장으로 활용하는 빈도수는 미군의 행동성격에 달려 있다”며 북한의 대남침공에 미국이 개입할 시 대미 핵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최근에는 ICBM 이동식발사대(TEL)에 ‘공화국 영웅’ 메달을 수여했다. TEL은 이용하면 북한 탄도미사일 사격위치를 특정하기 어려워 한미 대응에 차질이 빚어진다.

 

안보리 차원의 북핵 대응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한미는 군사적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19일 한반도 상공에서 진행된 연합공중훈련에는 미 공군의 전략폭격기인 B-1B가 등장했다. 훈련은 우리 공군 F-35A, F-15K 전투기 및 미 공군 F-16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으로 진입하는 B-1B를 호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B-1B의 최대 폭장량은 57t으로 스텔스폭격기인 B-22(22t), 재래식폭격기인 B-52(31t)보다 월등히 많다. 스텔스 기능은 없지만 최대 60m의 초저고도 비행을 통해 레이더를 회피한다. 또 음속(마하 1.25)의 속도로 최대 1만1996㎞를 비행할 수 있어 괌에 전진배치될 경우 2시간 안에 한반도에 전개될 수 있다.

 

합참은 “이번 훈련으로 미 확장억제 전력의 적시적이고 즉각적인 한반도 전개를 통해 동맹의 압도적 전력에 의한 연합방위능력 및 태세를 보여줬다”며 “미국의 철통같은 한반도 방위 및 확장억제 공약이행 의지를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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