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순발력 대신 기획·사고력, 인재 패러다임이 바뀐다
암기·순발력 대신 기획·사고력, 인재 패러다임이 바뀐다

[Le view<196>]-인공지능(AI) 시대가 온다(②-노동시장 변화) 암기·순발력 대신 기획·사고력, 인재 패러다임이 바뀐다

자료 분석·서술형 답변 가능한 AI 기술 등장, 직업소멸 위기감 확산

르데스크 | 입력 2023.02.23 15:50

 

▲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이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암기나 순발력 보다는 창의력과 사고력 등의 능력이 더욱 각광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능력은 인공지능 기술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만큼 앞으로 인간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진은 인공지능 교육을 받는 는 공무원들. [사진=뉴시스]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순식간에 원하는 답변을 구체적으로 답해주는 인공지능(AI) 기술의 등장으로 노동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전문적 자료를 검색하는 능력과 이를 질문에 맞게 재해석하는 능력만큼은 속도나 정확도 측면에서 인간의 그것에 월등히 앞서 있다 보니 관련 직업의 소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어서다. 온라인커뮤니티, SNS 등에서는 ‘앞으로 사라질 직업 리스트’까지 등장할 정도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AI 기술이 고도화 될수록 오히려 인간의 능력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라는 반대 견해를 보여 주목된다. 역사적 사례를 보더라도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소멸된 직업 보다 더욱 많은 직업을 만들어 낸 경우가 많았다는 주장이다. 특히 AI 기술의 경우 단순히 새로운 직업의 등장 외에 인간의 가치를 높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AI가 인간과 ‘거의’ 흡사한 능력을 지녔지만 명확한 한계도 지니고 있어 인간의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방대한 자료 검색부터 해설·응용 가능한 AI 챗봇 등장에 노동시장 위축 위기감 고조

 

최근 온라인커뮤니티, SNS 등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검색 챗봇의 등장 이후 대체 가능한 직업 리스트라는 게시물이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엔 여러 지식을 직접 암기해야 했고 인터넷 등장 이후엔 지식을 데이터로 저장한 후 검색만으로 지식을 얻는 게 가능해졌다. 두 가지 모두 지식의 저장 방식에 초점을 뒀기 때문에 응용만큼은 인간의 몫이었다. 그러나 AI 기술을 활용할 경우 저장된 지식이나 정보를 직접 응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역할이 그만큼 축소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앞으로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들도 대부분 지식이나 정보, 자료를 정해진 공식대로 응용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직업들이다. 글로벌 컨설팅 그룹 ‘매킨지 글로벌 연구소'(MGI)의 아누 마드가브카 파트너는 “AI 기술이 소프트웨어 개발자, 웹사이트 개발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코딩 작성자, 그래픽 디자이너, 데이터 과학자 등이 하는 업무를 꽤 해낼 줄 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이들 업무를 대체해나갈 것 같다”고 말했다.

 

또 AI 기술로 인터넷상의 수많은 언어를 분석하고 이용자의 질문에 적합한 답변을 서술형으로 작성하는 일이 가능하다 보니 미디어 직종, 시장리서치 분석, 주식트레이더, 법률 관련 직종, 회계사, 고객상담사 등 전문 지식과 해석 기술을 요구하는 업종도 사라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의 폴 크루그먼 경제학자는 “챗GPT는 적어도 작성과 보고하는 업무 면에서 인간보다 더욱 효율적이다”고 평가했다.

 

 

▲ 세계 유명 석학들과 전문가, 일반 대중들까지 AI 기술의 고도화로 인한 여러 직업군의 소멸 가능성과 노동시장의 위기 등을 예상하고 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AI 기술로 직업 군의 변화가 생겨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전체 일자리가 축소되진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과거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더욱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사진은 면접을 보고 있는 한 구직자의 모습. [사진=뉴시스]

 

교육 관련 직종도 소멸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으로 꼽혔다. 대부분 국가의 교육 방식은 암기 또는 정해진 공식을 활용한 풀이 위주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미국 로체스터공과대학교(RIT)의 펑청 스 컴퓨팅 정보과학 부학부장은 “전문적 지식을 기초로 한 정신적 노동에 종사하는 ‘화이트 칼라'(white collar)가 AI에 대체될 것인데 교사도 그 중 하나다”며 “아직은 버그가 있고 정보의 오류를 범하고 있지만 이는 머지않은 시점에 쉽게 개선될 수 있는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인터넷 등장 후 신규 일자리 급증, AI시대엔 인간의 역할 더 중요해질 것”

 

세계 유명 석학들과 전문가, 일반 대중들까지 AI 기술의 고도화로 인한 여러 직업군의 소멸 가능성과 노동시장의 위기 등을 예상하고 있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AI 기술로 직업 군의 변화가 생겨나긴 하겠지만 그렇다고 전체 일자리가 축소되진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과거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더욱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경제·산업 분야 전문가들에 따르면 과거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 마부나 마차 관리인, 말을 키우는 직업 등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으나 사회, 또는 인류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더욱 많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동차 공장에 고용됐고 물류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물류산업도 진일보했다. 관련 산업 종사자들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인터넷의 등장도 비슷한 사례로 지목된다. 이메일의 등장으로 기존 편지나 문서수발 관련 직업 종사자 수는 크게 감소했지만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직업이 새롭게 생겨났다. 자료를 보관하고 정리하는 직업 종사자 수는 줄었지만 대신 클라우드나 서버 등에 디지털로 자료를 변환해 저장하는 새로운 직업이 등장했다. 이 밖에도 ‘닷컴열풍’이라 부를 정도의 인터넷 관련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고 관련 산업 종사자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AI 관련 기술의 경우 단순히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존 직업의 업무 형태를 변화시키는 식으로 노동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가령 교육 관련 직종의 경우 AI 기술을 통해 내용을 설명하고 풀이 과정을 해석해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방식이나 문제 해결의 노하우를 발굴하고 알려주는 작업은 불가능하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학습 방식을 개발하는 것은 오로지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사고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 MIT-IBM 왓슨 AI 연구소 콕스 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ChatGPT는 단순 정보를 빨리 반복적으로 수집·해석하는 도구일 뿐 마지막 최종 결정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며 “막연한 경계심보다 신기술에 대한 이해와 적응으로 부작용을 막고, 인간이 지닌 고유한 사유(思惟) 통찰과 지혜를 더욱 승화시키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AI는 인간이 유용하게 사용할 도구이며 이를 선택·활용·결정하는 책임은 인간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창의력 향상 수업에 참여한 초등학생들. [사진=뉴시스]

 

디지털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AI 기술을 활용하면 엄청난 속도로 코딩이 가능하지만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개발할 지, 개발한 결과물이 어떤 효과를 이끌어 낼 지 등의 기획과 결과 분석은 오로지 인간만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시장리서치, 주식트레이딩, 고객상담사 등의 경우도 AI 기술론 수많은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상의 결과를 낼 순 있지만 기존에 없던 사례에서 해결책을 찾는 것은 인간만이 가능한 일이다.

 

결국 단순하면서 기계적인 노동에서 인간의 영역이 사라지는 것일 뿐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가치 판단이 필요한 섬세한 사고를 요하는 부분에선 인간의 힘이 더욱 절실해지는 셈이다. 이러한 성격을 지닌 업무의 경우 상당한 전문성과 노하우를 지닌 인력에게 맡기고 보상의 수준도 높다는 점에서 앞으로 AI 기술이 발달할수록 인간의 능력과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MIT-IBM 왓슨 AI 연구소 콕스 소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ChatGPT는 단순 정보를 빨리 반복적으로 수집·해석하는 도구일 뿐 마지막 최종 결정은 결국 인간의 몫이다”며 “막연한 경계심보다 신기술에 대한 이해와 적응으로 부작용을 막고, 인간이 지닌 고유한 사유(思惟) 통찰과 지혜를 더욱 승화시키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AI는 인간이 유용하게 사용할 도구이며 이를 선택·활용·결정하는 책임은 인간이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AI는 수많은 정보를 수집·분석해 새로운 결과물을 창작해 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어떤 필요에 의해 어떤 창작물을 만들지는 분명 인간의 영역이다”며 “앞으로 단순한 작업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거나 축적된 정보를 분석해 특정 결과물을 탄생시키는 것은 AI가 대체하겠지만 새로운 일을 발굴하고 발전시키는 작업, 즉 기획의 단계는 인간 고유의 업무로 남게 될 것이다. 결국 새로운 기술은 기존의 직업을 없애는 것이 기존의 업무를 더욱 고도화시켜 인간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해줄 것이다”고 주장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