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엿보는 10년 뒤 학교 풍경, ‘AI 선생님·나노학위’ 보편화
미리 엿보는 10년 뒤 학교 풍경, ‘AI 선생님·나노학위’ 보편화
▲ 교육현장은 시대에 맞게 변화한다. 2000년대에는 컴퓨터가 들어왔고 2010년대에는 스마트폰을 활용했다. 그리고 최근 AI발전으로 미래 교육 현장은 기존과 많이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SW 수업을 받는 초등학생들. [사진=뉴시스]

  

“미래에는 내 개인 AI 선생님이 생길 거 같아요”

 

초등학교 3학년인 이예은(10·여)양은 미래 학교에선 선생님이 두 명일 거라고 말했다. 한 명은 흔히 알고 있는 인간 선생님, 또 한 명은 AI 선생님이다. 학교는 복도부터 교실까지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도배돼있고, 책상도 커다란 스마트 태블릿으로 꾸며진다. 책가방과 교과서는 필요 없다. 책상에 설치된 디스플레이에 교과서부터 공책, 필기구 등 각종 필기구가 준비돼 있다. 쉬는 시간에는 스마트화된 책상에서 친구들과 게임도 할 수 있다.

 

예은양은 “교실도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어야 한다”며 “아이언맨에서 나왔던 대로 학교 물품도 내 마음대로 조작이 가능할 거 같다”고 말했다.

 

예은양이 생각한 미래 교실에서 재미있는 점은 인공지능(AI) 선생님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심지어 학교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도 가능하다.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한다는 예은양은 미래 학교에선 음악 수업을 원하는 만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근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예은양이 말한 미래 학교의 모습은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AI 인공지능 선생님은 Chat GPT 이후 등장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하나의 큰 디스플레이로 모든 사물이 연동된 기술은 사물인터넷(IoT · Internet of Things) 기술이다. 그 밖에 VR과 AR, 빅데이터 등 다양한 첨단 기술들로 미래 교육 현장은 지금과 많이 달라질 전망이다.

 

개인 맞춤형 AI선생님 등장…“교사는 지식 전달 아닌 지도·멘토 역할로 변화”

 

▲ AI가 발전하면 교육계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사람은 선생님이다. 일각에서는 선생님이란 직업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적다고 주장한다. 다만, 선생님의 역할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사진은 선생님 수업을 도와주는 보조 로봇 선생님 모습. [사진=뉴스1]

 

미래 학교의 가장 큰 변화는 선생님이될 전망이다. 미래연구 집단 세계미래학회(World Future Society)가 미래사회 예측을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 질문 중 “현재 우리가 누리거나 경험하고 있는 것들 가운데 15년에서 20년 후에 사라질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종이, 스마트폰 등과 함께 ‘교육과정’이 뽑혔다.

 

당시 전문가들은 AI가 발전한다면 가장 위협받는 직업 중 하나로 ‘교사’를 뽑았다. AI가 지닌 방대한 데이터는 사람과 비교가 불가능하다. 최근 AI 열풍을 일으킨 챗 GPT가 인간 AI의 원만한 소통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AI 교사가 등장할 거라는 점은 이견이 없다.

 

다만, AI가 인간만큼 발전해도 교사가 없어지진 않을 거라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AI가 인간 선생님을 완전히 교체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감’이 지목된다. 학교는 지식을 전수받는 공간임과 동시에 청소년기 사회성을 키우는 장소다.

 

AI로 지식 전수는 가능하지만, 사회성과 공감 능력 등은 기존 인간 선생님을 통해 배울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교사들은 AI를 경계하기보다는 AI 시대에 맞는 인재상으로 변화하고 AI를 활용해 지금보다 더 나은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연구 한국과학창의재단 과학문학협력단장은 “미래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지도하고 조언하는 사람일 것이다”며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최소화되고, 그보다 왜 학습이 필요한지 학생을 인도하고 스스로 학습하는 방법을 코칭해 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AI 선생님이 바꿀 학교 풍경…수업 대신 소통과 사회화 공간

 

▲ AI 선생님의 특징은 '개인'과 '맞춤형'으로 기존 교실과 수업의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된다. 기존 같은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이 개별화된 맞춤형 교육을 받게 된다면 교실은 수업을 위한 공간이 아닌 소통과 협동을 배우는 공간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방역패스에 대해 자율 토의를 하고있는 학생들. [사진=뉴시스]

 

AI 선생님의 등장으로 미래 학교의 모습은 지금과는 사뭇 달라질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AI 선생님의 가장 큰 특징은 ‘개별화’와 ‘자율’이다. AI 교사는 학생 개별마다 수준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제공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최적화된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게 된다면 학교가 가지는 의미도 자연스럽게 퇴색할 가능성이 높다. 언제든 실시간으로 맞춤형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학교에 갈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학교가 사라질 가능성은 적다.

 

AI가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학교가 사회 생활을 경험하고 익히는 ‘공간’으로서 의미는 여전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VR 기술에도 해당된다. 가상공간과 실제 학교가 다르다는 건 이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증명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학습결손이 학생들의 학력보단 사회화 결핍 부작용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단체생활을 할 때 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같은 아주 기초적인 사회 규칙을 배운다”며 “중학교, 고등학교, 그 레벨에 따른 사회화의 기초를 습득하는데, 코로나19 시대의 아이들에게는 그 기회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그렇다고 해도 학교의 모습이 지금과 같을 가능성은 낮다. 이미 세계 각국은 첨단 기술을 도입한 학교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그 모습은 기존 학교와는 상당 부분 차이가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 워렌 타운십 고등학교는 ‘거꾸로 교실’이라는 획기적인 교육 방법을 도입했다. 거꾸로 교실은 말 그대로 수업을 자율적으로 듣고, 과제나 시험, 숙제 등을 교실에서 하는 교육 방식이다.

 

기존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집에서 나머지 숙제를 했다면, 거꾸로 교실은 이를 완전히 뒤바꿨다. 이 교육법은 AI 시대 교육에 잘 들어맞는 교육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워렌 타운십 고등학교는 해당 교육법으로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 학습에 더 몰입하고 즐기게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국내에서도 2013년 부산 동평중학교에서 해당 교육법을 실행한 결과, 중하위권 학생들의 점수가 크게 올랐고, 상위권 학생들은 점수 변화가 소폭 상승하거나 변화가 없었다. 결론적으로 거꾸로 교육법으로 교육 편차가 줄어들었다.

 

14살과 19살 같은반 친구…학년 구분·졸업 사라지는 미래 학교

 

▲ AI 맞춤형 교육은 학년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개별적 수준에 맞는 교육이 진행되기에 나이보다 개인 능력에 따라 교육 난이도가 설정된다. 그러면 나이나 학년이 아닌 개인 수준에 따라 한 교실에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함께 수업받는 풍경이 흔해질 수 있다. 사진은 졸업장을 받고 단체사진을 찍는 학생들. [사진=뉴시스]

 

지금까지는 학교에서 같은 나이 친구들과 함께 수업을 듣고 생활하는 게 당연했지만 미래에는 AI 맞춤형 교육으로 학년의 개념이 사라지고 또래 친구가 아닌 다양한 연령대의 친구들과 수업을 듣게 될 가능성도 높게 점쳐진다.

 

일부 학자들은 미래에는 학년과 졸업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프로그램이 그 자리를 대체 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프로그램 형식은 일종의 기간 학원과 비슷하다. 특정 과목 프로그램 교육을 이수하면 수료증을 주는 형식으로 학생별로 본인에게 필요한 과목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만약 학년과 졸업이란 개념이 사라진다면 같은 반 친구가 같은 나이대가 아닐 수도 있다. 지금 교육이 같은 학년에 비슷한 나이 또래 친구들이 묶이는 이유는 단계적 교육 모듈이기 때문이다. 반면 개개인 맞춤형 모듈은 단계식 모듈이 아닌 선택적 모듈이다.

 

국내에도 이미 학년과 졸업이 없는 학교가 존재한다. 2017년 설립된 실험학교 거꾸로 캠퍼스에는 학년과 졸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교과목도 학생 스스로 정할 수 있다. 졸업 대신 엑시트(exit)라는 제도가 존재하는데, 이는 단순히 모든 과정을 끝냈다는 의미로 부여하는 졸업과 달리, 사회적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판단했을 때 부여된다.

 

미래교육은 현재 정형화된 교육보다 훨씬 유연하고 자유로울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은 원하는 강의를 개인 맞춤형 모델로 수강할 수 있고, 교사는 주입식 수업을 하는 일 대신 학생들을 인도하는 멘토 역할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학교 또한 교육의 공간이 아닌 사회성과 협력, 협동을 배우는 공간으로 전향된다.

 

최연구 과학문학협력단장은 “대학 정규 학위보다는 그때그때 현장에서 필요한 지식과 첨단 기술을 이수하면 받을 수 있는 나노 학위가 보편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살 자녀를 둔 이기영(32)씨는 “나는 목수가 되고 싶었는데, 당시 국내에서는 지금보다 대학과 수능의 중요도가 높아 목공을 하기란 상상이상으로 힘들었다”며 “만약 그때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교육 모듈이 있었다면 아마 지금 내가 꿈꾸던 일을 하지 않았을까 한다. 내 아이만이라도 틀에 박힌 교육이 아닌 본인이 좋아하고 꿈꾸는 것을 배우는 교육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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