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성과별 차등보상에 의욕 활활
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성과별 차등보상에 의욕 활활

 

▲ 최근 기존의 호봉제를 폐지하고 성과급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의 경영효율 향상 노력과 합리적 판단을 중요하게 여기는 20·30 구성원들의 강력한 요구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기업 구내식당 전경. [사진=뉴시스]

 

국내 주요 기업의 인사 시스템과 보상 체계가 바뀌고 있다. 과거의 천편일률적인 평가·보상 시스템에서 벗어나 정량적인 성과 지표에 의존한 평가·보상 시스템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영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기업의 경영효율 향상 노력과 합리적 판단을 중요하게 여기는 20·30 구성원들의 강력한 요구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천편일률적인 호봉제 반대…일 잘하고 성과 잘 내면 당연히 보상도 많아야”

 

지난 2016년 국내 산업계와 노동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소식이 전해졌다. LG그룹 계열사 LG이노텍이 생산직 현장사원 전체를 대상으로 기존 호봉제를 전면 폐지하고 기존 사무·기술직에 적용해 온 성과·역량 기반 인사제도를 확대 도입한다고 밝힌 것이다. 노사 간에 고도 성장기에 적용했던 호봉제로는 더 이상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였다. 노조가 있는 국내 대기업 중엔 최초였다.

 

연구·개발 직이 아닌 생산직을 대상으로 한 성과제는 당시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파격으로 평가된다. 특정인의 성과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연구·개발직과 달리 생산직은 동일한 업무를 여러 명이 동시에 수행하는 탓에 개개인의 성과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LG이노텍 역시 이러한 부분 때문에 생산직 대상 성과제 논의 초기 반발이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가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기간도 무려 2년이나 됐다.

 

LG이노텍이 쏘아 올린 직무 분야를 불문한 성과제 도입은 약 7년이 흐른 현재 전체 기업으로 확대된 상태다. 당장 적용한 기업과 논의 중인 기업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해당 안건을 테이블 위에 올렸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일례로 SK하이닉스의 경우 LG이노텍 발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연공급제이던 생산직 직원 임금·직급 체계를 직무·역량·성과 중심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특히 최근 2~3년 동안은 사회 전반에 걸쳐 성과제 도입 논의가 더욱 본격화됐다. 민간 기업부터 공직사회까지, 또 대기업부터 중소·중견기업까지 분야나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성과제 논의 움직임이 생겨났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 확대와 2030세대 직장인들의 유입 확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경영 효율성 증대가 절실한 기업의 필요와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20·30세대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해결책으로 ‘성과제’가 지목된 것이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실제로 성과제 논의에 본격적인 불을 지핀 주인공은 20·30세대였다. 일례로 지난해 7월 현대자동차 노사는 호봉제 개선에 대해 합의했다. 합의 내용의 골자는 호봉제 중심의 임금체계를 산업 직군별로 달리 적용하는 내용이다. 사무·연구직과 생산직을 구분해 성과급제를 적용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노조는 사무·연구직 부문은 따로 노사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은 조직 내 젊은 직원의 반발을 의식한 결과였다. 앞서 현대차 내부에선 기존 기술·생산직 위주의 노조와 그들 중심의 성과보상 체계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고조됐고 급기야 사무·연구직 소속 20·30세대 직원들은 공정·투명성을 앞세워 노조 설립을 추진했다. 이들은 노조 설립을 위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등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등 기존 노조 활동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여 이목을 끌었다.

 

나이·성별 불문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 원하는 20·30세대…기업도 거부할 명분 없어

 

재계, 노동계 등에 따르면 산업계의 임금체계 개편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합리주의로 대표되는 20·30세대의 경우 과정·결과의 공정성과 객관적 평과에 따른 합리적 보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이들은 결과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할 경우 미련 없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이는데다 그들이 요구하는 바가 성과를 중요하게 여기는 회사의 목표와도 맞아떨어져 기업 입장에선 인재확보와 경영성과 극대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지난해 초 매일경제가 채용·취업 포털사이트 사람인에 의뢰해 회사원 1907명에게 의견을 물은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3.8%는 ‘회사 성과 보상체계가 바뀌어야 한다’고 답했다. ‘보상체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복수 선택)에는 ‘보상 규모를 늘려야 한다’(53.8%), ‘합당한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45.2%), ‘성과 보상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42.2%) 등의 답변이 많았다.

 

 

▲ 합리주의로 대표되는 20·30세대의 경우 과정·결과의 공정성과 객관적 평과에 따른 합리적 보상을 추구하는 경향이 짙은 편이다. 사진은 고용노동부 주재로 열린 MZ노조와의 간담회 현장. [사진=뉴시스]

 

특히 성과급에 불만족하는 이유가 눈길을 끌었다. 응답자들은 성과급에 불만족하는 주된 이유로 ‘이익 대비 성과 보상 규모가 작아서’(52.6%), ‘보상 기준이 불명확해서’(37.5%), ‘개인·팀별 차등이 없어서’(34.3%) 등을 언급했다. 이 중 마지막 항목의 경우 합리적인 보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20·30세대의 가치관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내용으로 평가됐다.

 

르데스크가 직접 만난 청년 직장인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광화문에 본사를 둔 대기업 직장인 강상훈 씨(33·남)는 “조직 내 구성원 개개인의 업무가 전부 다르고 능력이나 노력 정도에 따라 성과가 다른데 전부 동일하게 보상받는 것은 불합리 하다고 생각한다”며 “경력이 많이 필요한 직무의 경우 아무래도 연차가 쌓일수록 성과가 클 것이고 창의력이나 추진력이 필요한 직무는 신입이라도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성과에 따라 보상체계를 정하는 게 지극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성과보상 체계가 직장인 이직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만큼 앞으로 성과급 도입 움직임은 더욱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경영환경의 불확실성 확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가열 등 안정적인 관리 보단 성장을 위한 혁신과 성과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도 성과급 도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최승철 사람인 HR연구소장은 “최근 기업 간에 인재유입 경쟁이 심화되면서 실적과 성과에 따라 곧장 보상으로 직결되는 성과주의 문화가 산업계 전반에 걸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며 “앞으로 각 기업들은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보상 재원과 방법, 적시성 등 다양한 부분에서 과거와는 다른 패러다임을 정립해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기업들도 연공서열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보상체계로는 조직이 경직되고 실력 있는 직원들을 확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며 “특히 다른 글로벌 기업이나 갓 대학을 졸업한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객관적 평가 지표에 기반한 성과 중심의 보상체계 마련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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