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후보는 4인, 형세는 2파전…관건은 중도사퇴·이합집산
최종후보는 4인, 형세는 2파전…관건은 중도사퇴·이합집산


▲ 안철수(왼쪽)‧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7일 서울 강서구의 한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10일 결과가 발표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예비경선(컷오프)에서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가 당대표 선거 본선에 진출했다. 대통령실의 집중견제를 받는 안 후보가 김 후보와 맞붙게 됨에 따라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빙의 승부를 벌이면서 양강구도를 형성해 온 두 사람 중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주목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은 물론 수도권‧영남 지자체장, 당 국회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김 후보 우세를 점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윤심(尹心)정치에 대한 20~30대 신규당원 등의 당 내 반발 반사이익을 업고 안 후보가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3‧8전대 대장정 돌입한 金‧安‧千‧黃

 

유흥수 국민의힘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컷오프 결과를 공개했다. 국민의힘은 앞서 8~9일 책임당원 6000명을 대상으로 당대표‧최고위원‧청년최고위원 본선 진출자를 가리는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당대표 선거에서는 친윤(친 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김기현 후보, ‘멀윤계’가 된 안철수 후보, 친이준석 성향의 천하람 후보,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대표를 역임했던 황교한 후보가 본선 문턱을 넘었다. 윤상현‧조경태 후보는 고배를 마시게 됐다.

 

최고위원 후보로는 김병민‧김용태‧김재원‧민영삼‧정미경‧조수진‧태영호‧허은하 후보가 선출됐다. 청년최고위원 후보 중에서는 김가람‧김정식‧이기인‧장예찬 후보가 본선에서 맞붙게 됐다. 당 선관위는 공정성을 위해 각 후보별 득표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와 당대표 후보들이 7일 서울 강서구의 한 방송스튜디오에서 열린 제3차 전당대회 후보자 비전발표회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경태‧윤상현‧황교안‧안철수‧천하람‧김기현 후보, 정 비대위원장, 유흥수 당 선거관리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김석기 사무총장. [사진=국회사진취재단]

 

김기현 후보는 컷오프 결과 발표 후 “총선승리와 윤석열정부 성공은 ‘일편당심’으로 뚝심 있게 일할 수 있는 제게 맡겨 달라. 국민의힘 성공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후보는 “저를 선택해주신다면 내년 총선에서 큰 격차의 다수당을 만들 수 있는 지휘관이 될 것”이라며 “부끄럼 없는 전당대회가 되도록 공명정대하게 실력으로 겨루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천하람 후보는 “양강을 넘어 국민의힘을 환골탈태시키는 당대표가 되겠다”고 했다. 황교안 후보는 “큰 승리를 위한 대역전 드라마는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했다.

 

컷오프를 통과한 후보들은 오는 13일부터 선거전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 13일 제주를 시작으로 △14일 부산‧울산‧경남 △16일 광주‧전북‧전남 △21일 대전‧세종‧충북‧충남 △23일 강원 △28일 대구‧경북 △3월2일 서울‧인천‧경기에서 총 일곱 차례의 합동연설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당대표 선거 후보들은 본선에 진출한 10일부터 사실상의 유세전에 착수한 상태다.

 

김 후보는 10일 본선 진출자 행사 직후 캠프를 격려방문한 뒤 중앙당사에서 열린 전국여성지방의원협의회 출범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김 후보와 연대를 형성한 나경원 전 의원도 동참해 협력을 과시했다. 같은 날 안 후보는 서울 서초구의 챗GPT 스타트업 기업인 랭코드를 방문했다.

 

대통령실 등 이어 ‘중원맹주’ 羅‧吳 지지 얻어낸 金

 

김 후보는 한 때 당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렸던 나 전 의원과의 공조를 바탕으로 오는 3월8일 전당대회에서 과반 득표로 승리한다는 방침이다. 당원투표 100%로 진행되는 전당대회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2위 후보가 3월10~11일 결선투표를 진행해 12일 승부를 겨루게 된다.

 

지난 7일 김 후보, 나 전 의원 회동에서는 수심이 드리운 듯한 나 전 의원 표정을 두고 ‘억지동맹’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반윤(반 윤석열) 핵심인 이준석 전 대표에 의하면 천하람 후보는 ‘가정법원 밖에 나오면서 많이 보이는 장면’이라고 비꼬았다고 한다.

 

그러나 김 후보, 나 전 의원은 불과 이틀만인 9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보수시민단체 ‘새로운 민심’ 전국대회 행사에서 활짝 웃는 모습으로 재회해 일각의 의혹 제기를 불식시켰다. 나 전 의원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7일 회동에서 표정이 딱딱했다는 질문에 “여러 가지 굉장한 결단의 시간이었다, 이렇게 생각하시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 전 의원은 김 후보 지지여부에 대해선 “‘인식을 공유했다’고 지난번에 말씀드렸다”며 말을 아끼면서도 “전당대회에서 제가 개인적 여러 생각도 있겠지만 그 가운데에 우리가 생각하는 소의(小義)도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더 큰 대의, 결국 윤석열정부의 성공과 총선승리라는 대의를 위해 우리가 함께 가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왼쪽)과 나경원 전 의원이 9일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새로운 민심’ 전국대회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치권 일각에서는 나 전 의원이 수도권 당원들을 대상으로 김 후보 지원활동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4선 중진 출신인 나 전 의원은 서울 동작을에서 19~20대 국회의원을 내리 지내는 등 서울에서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

 

이 경우 울산 등 영남에 기반을 둔 김 후보로서는 천군만마를 얻는 셈이 된다. 당 선관위 등에 의하면 이번 전당대회 선거인단은 83만9569명으로 △대의원 8944명 △책임당원 78만6783명 △일반당원 4만3832명이다. 그 중 수도권이 37.79%(서울 14.79%‧인천경기 23.0%)를 차지한다. 39.67%인 영남(대구경북 21.03%‧부산울산경남 18.64%)과 엇비슷한 규모다. 때문에 수도권은 충청권과 함께 최대 캐스팅보터 지역으로 꼽힌다.

 

김 후보도 9일 서울 마포‧강서 당원협의회를 잇달아 방문하는 등 수도권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1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수도권‧영남 당원을 분류해서 접근하는 것 자체에 반대한다”면서도 “다만 수도권 선거가 워낙 치열하고 이기는 게 중요한 과제이므로 수도권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당원들이 안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직 서울시장인 오세훈 시장이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인 점도 김 후보에게는 긍정적 요인이다. 김 후보 측은 8일 오 시장 측 인사로 알려진 송주범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캠프에 영입했다고 밝혔다. 오 시장도 김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분위기다. 그는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나 전 의원과 전에 만났을 때 신중론을 펼치며 (출마를) 말렸다. 이번에 좀 쉬는 게 어떻냐고 권유했고 (나 전 의원의) 불출마 뒤 나한테 전화하자 ‘현명하게 잘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MZ표심에 사활 거는 安

 

이렇듯 국민의힘 텃밭인 영남에 거점을 둔 채 대통령실, 수도권 지자체, 전‧현직 국회의원 등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김 후보가 우세하다는 평가가 있다. 반면 ‘안철수 돌풍론’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우선 안 후보 측은 외부지원 없이도 수도권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중도성향인 수도권‧청년층 확대로 승산이 충분하다. 기득권 혁파와 총선승리를 내세운 안 후보의 경쟁력이 당원들에게 충분히 전달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 후보는 서울 노원병에 출마해 19~20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긴 뒤에도 성남 분당갑에서 21대 국회에 입성하는 등 수도권에서 강세를 보여왔다.

 

다만 20~30대 당원 비율이 전체의 약 18%에 그치는 점은 안 후보에게 악재다. 안 후보와 함께 수도권‧MZ세대 표심을 공유하는 천하람 후보가 완주를 선언한 점도 먹구름으로 작용한다. 천 후보는 “안 후보와의 연대는 없다”고 선을 그으며 본선 승리를 주장하고 있다.


▲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가운데)이 3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청년몰에서 청년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천 후보는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지율 수치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6일부터 사흘간 전국 18세 이상 국민 중 국민의힘 지지층 4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0일 공개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김기현 44.9%, 안철수 32.6%, 황교안 6.9%, 천하람 5.1% 등 순으로 나타났다.

 

넥스트리서치가 6~7일 전국 성인남녀 1005명 중 국민의힘 지지층 309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8일 발표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에서는 안철수 32.9%, 김기현 25.6%, 황교안 8.4%, 천하람 3.3% 등이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6~7일 국민의힘 지지층 40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9%p)에서는 김기현 45.3%, 안철수 30.4%, 천하람 9.4%, 황교안 7.0% 등이었다. 해당 여론조사들 관련 상세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요즘 세상에 간첩이 어디 있나” 및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복역한 신영복 전 교수 등과 관련된 안 후보의 과거 발언들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전체의 약 40%에 달하는 영남권 당원을 포함한 상당수 국민의힘 당원들의 보수색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안 후보에게는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안 후보 측은 컷오프 여론조사 중간결과가 최근 외부에 유출된 점을 두고 ‘김기현 책임론’을 제기하며 역공에 나섰지만 효과는 예상보다 못 미친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후보의 유불리를 장담할 순 없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전당대회까지는 아직 약 한 달의 시간이 남은 만큼 그 사이에 여러 변수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후보들의 중도사퇴와 이합집산 여부가 주목받는다. 여론 향방에 따라 선두주자 견제를 위해 후발주자들이 복잡한 셈법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컷오프 이후 발표되는 첫 여론조사가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샤이표심’이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국민의힘 당심은 의외로 스펙트럼이 넓은 듯하다”며 신중을 기했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도 “뚜껑을 열어봐야 알지 예단할 순 없다”고 내다봤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