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존경하는 자제분’ 딸 김주애와 등장…“후계구도 주시”
北 김정은, ‘존경하는 자제분’ 딸 김주애와 등장…“후계구도 주시”


▲ 북한 매체가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앞 줄 가운데). 김주애 오른쪽은 김 위원장, 왼쪽은 리설주. [사진=채널A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8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조선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 열병식에서 딸 김주애의 손을 잡고 재차 등장했다. 통일부는 “후계구도를 주시하고 있다”며 북한 역사상 첫 ‘여성 최고영도자’ 등장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반대로 국가정보원은 가능성을 낮춰 보는 등 당국 간 판단은 엇갈렸다.

 

9일 조선중앙통신은 “우리 당의 혁명적 무장력인 조선인민군 창건 75돐을 경축하는 성대한 열병식이 2월8일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거행됐다”며 “조선노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 사랑하는 자제분과 리설주 여사와 함께 광장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사랑하는 자제분’은 지난 7일 건군절 기념연회에도 등장한 바 있는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만 10세로 추정)를 뜻한다. 우리 군 당국에 의하면 열병식은 식전행사를 포함해 오후 8시30분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 약 2시간가량 진행됐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 위원장은 조부인 김일성 주석처럼 검은 중절모, 코트 차림으로 열병식에 참석했다.

 

김 위원장 좌우로는 강순남 국방상, 김덕훈 내각총리, 리병철‧리영길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도열했다. 검은색 모자‧코트 차림인 김주애는 김 위원장 손을 잡고 레드카펫 위를 걸어 행사장에 들어섰다. 한 걸음 정도 뒤에 리설주가 뒤따랐으며 그 뒤로는 당‧정‧군 간부들이 손뼉 치며 따랐다.

 

이후 김주애는 김 위원장, 리설주 등과 함께 귀빈석에 앉아 열병식 행사를 관람했다. 통신은 “(간부들이) 존경하는 자제분을 모시고 귀빈석에 자리잡았다”며 이번 보도에서 ‘사랑하는’ ‘존경하는’ 등의 수식어를 모두 사용했다.

 

통신은 지난해 11월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현장 관련 보도에서 김주애를 첫 소개할 때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했다. 작년 11월26일 ICBM 개발‧발사 공로자와의 기념사진 촬영행사에선 ‘존귀하신 자제분’이라고 언급했다. 7일 건군절 기념연회 보도에선 ‘존경하는’이라는 표현도 사용하기 시작해 김주애의 높아진 위상을 암시했다.


▲ 북한이 8일 밤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정규군 창설 75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심야 열병식을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은 미국 상업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촬영한 사진. [사진=맥사테크놀로지 트위터 캡처]

 

김주애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다섯 번째로 모두 군 관련 행사였다. 지난달에는 한국을 사정권에 넣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KN-23을 둘러보는 모습이 공개됐다. 북한은 김 위원장 시대에 들어서도 선군(先軍)정치를 중시하고 있다.

 

통일부는 북한이 이처럼 김주애의 모습을 비중 있게 다루는 점을 주시 중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후계구도는 이른 감이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 부부 사이에 선 김주애 사진 공개 등을 두고선 “김 위원장 가족에 대한 (당‧정‧군의) 절대적 충성을 과시하는 이미지 연출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정원 입장은 다르다. 국정원은 지난달 5일 국회에서 잇따른 김주애 공개에 대해 “김정은의 세습정치에 대한 의지를 북한 주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후계자가 된다는 판단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취지로 보고했다. 김주애 공개는 혈통세습 의지를 강조하려는 의도일 뿐 김주애가 후계자로 낙점됐다고 섣불리 판단할 순 없다는 것이다.

 

민‧관을 막론하고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만연한 북한에서 여성이 ‘최고영도자’가 된 적은 없다. 김일성은 딸 김경희가 있었지만 아들 김정일‧김평일만을 두고 후계자를 저울질했다. 김정일도 본처 김영숙과의 사이에서 장녀 김설송, 재일교포 출신인 고용희와의 사이에서 딸 김여정 등을 뒀지만 후계구도에서 완전히 배제시켰다. ‘유학파’ 김 위원장으로서도 남성우월주의가 짙은 주민들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이번 열병식에서는 지난해 10월 그 존재가 공개된 전술핵운용부대 등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미국의 민간위성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공개한 사진에서는 화성17형, 고체엔진미사일을 비롯한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무기들이 줄지어 포착됐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위성사진 분석 결과 “화성17형 발사차량 여섯 대의 행렬 뒤로 고체연료 ICBM으로 추정되는 차량 네 대가 식별됐다”고 밝혔다. 통신도 “강위력한 전쟁억제력‧반격능력을 과시하며 도도히 굽이쳐가는 전술핵운용부대 종대들의 진군은 위엄으로 충만되고 무비의 기세로 충전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핵무력정책법 등을 제정하고 대남 선제핵공격 등을 선언했다. 다만 김 위원장은 대남‧대미 메시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이번 열병식에서 별다른 대외 메시지는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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