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한파 덮친 전통시장, 텅 빈 거리 상인들 ‘울상’
고물가·한파 덮친 전통시장, 텅 빈 거리 상인들 ‘울상’
▲ 중부시장은 전체 점포 수가 814개다. 그중 빈 점포는 350개에 달한다. 대다수 점포가 문을 닫아 텅 빈 거리가 연출됐다. ⓒ르데스크


물가 상승, 금리 인상 등 어려운 경제 상황에 전통시장에 빈 점포가 늘고 있다.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유명 전통시장을 제외하고 상당수는 한산하다 못해 썰렁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가뜩이나 힘든 시기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시장 상인들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중부시장의 전체 점포 수는 814개다. 그중 빈 점포는 350개에 달했다. 현재 영업 중인 점포는 160개, 노점 44개, 기타 260개다. 중부시장은 건어물시장으로 기존에 찾는 손님이 드물었지만, 고물가에 추위까지 덮치며 시장 분위기는 더욱 한산했다. 대다수 점포가 문을 닫아 휑했다.

 

중부시장에서 농산물을 판매 중인 김경식(44‧여) 씨는 “명절이 끝나니 날도 춥고 눈도 오고 경제도 어렵고 모든 상황이 야속하다”며 “오늘은 몇 개 팔지도 못하고 손님 구경도 못해 일찍 들어간다”고 하소연했다.

 

전통시장 특성상 젊은 연령대는 찾기 힘들었다. 이날 시장에서 만난 대부분은 40대 이상이 주를 이뤘다. 친구들과 전통시장에 방문한 김도현(23) 씨는 “전통시장에서 뭘 사본 적은 없고 대부분 마트나 온라인으로 구매한다”며 “친구가 근처에 살고 있는데 전통시장 맛집을 소개해준다는 말에 혹해 궁금한 마음에 따라왔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온라인의 도입이 매출과 직격되기에 전통시장 상인의 수입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이유다. 다만 전통시장은 북적북적한 것이 특색인데 온라인 도입이 오히려 고객 유입을 저하한다는 비판도 따른다.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중부시장에서 장사하는 젊은 층은 약 5%다. 그마저도 부모님이 장사하던 가게를 물려받은 2세들이다. 최근에는 그 수마저 줄어들고 있다. 800여개의 점포 중에 350개의 점포가 빈 이유에 대해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대부분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라 닫았다”며 “전체적으로 점포를 닫은 이유는 다양하다. 물가 상승‧자재 수입 등 경제적 어려움이나 대출이자 상승 등을 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통시장의 명암…지상은 가득‧지하는 텅텅

 

주변에 청량리 청과‧수산‧동대문‧약재 시장 등이 몰려 전통시장에 왕래가 잦았다. 다만,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넓은 거리와 샛길에는 사람 수의 차이가 월등히 차이가 나 대비되는 장면을 보였다. 샛길이나 뒷골목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고 대부분 점포가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르데스크


 

경동시장은 전체 점포 수 841개 중 316개가 빈 점포였다. 영업 중인 점포는 362개, 노점 163개였다. 경동시장은 젊은 층의 수요도 꽤 존재했다. 다만, 전통시장 자체만을 이용하러 온 것이 아닌 경동시장 내에 새롭게 생긴 스타벅스의 역할이 컸다. 경동시장 내에 위치한 스타벅스는 폐극장을 리뉴얼해 만들었다. 다양한 연령층이 스타벅스 안에 자리 잡고 있는 반면 경동시장 거리는 한산했다.

 

경동시장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조혜진(53‧여)씨는 “작년보다 매출이 30% 줄었다”며 “스타벅스가 생긴 후로 지나다니는 사람은 더 많아지긴 했는데 막상 들려서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스타벅스는 가장 앞서가는 기업이고 브랜드 파워에서 나오는 신뢰감이 있어 다른 업체였다면 그 정도로 큰 인기를 끌기 어려웠을 것이다"며 "재래시장인 경동시장이나 남양주에 위치한 더북한강R점도 스타벅스의 브랜드 가치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동시장의 주변에는 청량리 청과‧수산‧동대문‧약재 시장 등이 몰려 전통시장에 왕래가 잦았다. 다만,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넓은 거리와 샛길에는 사람 수의 차이가 월등히 차이가 나 대비되는 장면을 보였다. 샛길이나 뒷골목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샛길의 대부분 점포는 문을 닫았다. 특히 경동시장의 지하에는 수산물 시장이 있지만, 방문자는 거의 없었다.

 

전통시장 활성화 방안…"젊은 여성 고객 유치"

 

▲ 스타벅스는 경동시장의 폐극장을 리뉴얼해 카페를 만들었다. 다양한 연령층의 대규모 인파가 스타벅스 안에 자리 잡고 있었다. 스타벅스의 영향과 상권의 영향이 경동시장에 조금의 활력을 더했다. ⓒ르데스크

 

손님이 없어진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각 지자체와 기업들이 힘쓰고 있다. 최근 지자체들의 행방을 보면 하남시는 전통시장과 협약을 체결해 식자재 상생구매 협약을 체결했다. 강릉시는 8개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사업을 선정했다. 이 외에도 제천시, 고령군, 괴산군, 포항시 등 다양한 지자체들이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업들도 전통시장과 상생하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충남 예산군의 전통시장에 유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동시장에는 스타벅스, LG전자가 함께 하고 있다. 노브랜드는 전통시장과 상생하기 위해 전통시장 내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를 만들고 신선식품을 최소화하고 취약 부문인 과자‧음료 등 공산품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전통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경동시장에 스타벅스가 입점하면서 전통시장을 들르는 고객 유입이 많아졌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경동시장 내 스타벅스는 MZ세대들을 전통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게 목적이었고 관심을 가질 공간을 찾던 중 경동시장을 알게 됐다"며 "오래된 극장 공간을 최대한 유지해 옛 극장의 멋을 살려내 고객 경험요소를 확대한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도전에서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통시장의 활성화 방안과 관련해 장흥섭 경북대학교 교수는 "전통시장에 특히 젊은 여성 고객을 유치해야 장기적으로 유지, 발전할 수 있다"며 "신유통업체와 차별화되는 감성적 가치를 부각시키고 전통시장을 각박한 도시 생활자들의 휴식처, 지역성과 전통성을 간직한 커뮤니케이션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통시장은 단순한 상품 공급처가 아니라 옛날처럼 지역주민과 정을 주고받는 지역 커뮤니티 역할을 해야 지속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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