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놀 곳 없는 아이들, 몸도 마음도 빨리 병든다
뛰어놀 곳 없는 아이들, 몸도 마음도 빨리 병든다

[Le view<179>]-위기의 아이들(上-사라지는 운동장) 뛰어놀 곳 없는 아이들, 몸도 마음도 빨리 병든다

아이들 맘껏 뛰어놀 학교운동장, 건물·주차장 난입에 점점 좁아져

르데스크 | 입력 2023.01.30 15:58

 

▲ 최근 부모들의 교육열과 과보호, 코로나19 등이 맞물려 체육활동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운동장을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창 밖에서 뛰어놀 나이에 실내로 내몰린 아이들은 갈수록 뚱둥해지고 있다. 과체중은 비만으로 이어져 각종 성인병 발병 확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사진은 실내체육관에서 줄넘기를 하고 있는 초등학생들. [사진=뉴스1]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운동장이 사라지고 있다. 부모들의 교육열과 과보호, 코로나19 등이 맞물려 체육활동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 운동장을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주차장으로 개조하거나 건물을 증축하는 식이다. 실내 체육관이 운동장을 대체한다곤 하지만 공간적인 제약을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창 밖에서 뛰어놀 나이에 실내로 내몰리다 보니 아이들은 갈수록 뚱뚱해지고 있다. 게임 등 실내 놀이 위주의 활동 등으로 인해 앉고 눕는 게 일상이 돼 버린 탓이다. 과체중은 비만으로 이어져 각종 성인병 발병 확률을 높인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또래와 어울려 놀지 못하는 아이들의 우울증, 사회성 저하 등 정신건강 악화 가능성도 우려된다.

 

건물 올리고 주차장 짓고…사라지는 운동장, 뛰어놀 곳 없는 아이들

 

최근 초등학교 운동장을 축소해 건물을 증축하거나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강원도 춘천시의 한 초등학교는 수용규모(약 1000명) 보다 많은 1300여명의 학생이 몰려 교실 증축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운동장을 절반 수준으로 축소했다. 운동장 축소로 아이들의 체육활동은 실내 체육관과 소규모 다목적실에서 진행됐다.

 

앞서 2019년에는 서울 종로구의 한 초등학교가 운동장 상당부분을 아스팔트 주차장으로 바꾸는 공사를 강행해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발을 산 적 있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대각선 길이가 70m 정도에 불과해 변변한 체육활동조차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운동장 크기를 추가로 줄이는 것은 아이들을 교실에만 가둔다는 것과 다름없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초등학교 운동장이 갈수록 좁아지는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지목된다. 부모들의 교육열과 과보호, 코로나19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학부모 눈치를 봐야하는 학교들은 아이들의 안전 문제를 이유로 체육 수업을 줄이고 운동장 개별놀이도 자제시키는 추세다. 자연스레 운동장 활용 시간은 크게 줄었다.

 

 

▲ 최근 초등학교 운동장을 축소해 건물을 증축하거나 다른 용도로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심지어 운동장이 아예 없는 초등학교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1997년 교육부는 일부 지역의 과밀화 등을 이유로 운동장을 기준 규모 이상 확보하지 않아도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사진은 학교에 운동장 한 켠에 마련된 주차장의 모습. [사진=뉴스1]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운동장 축소 움직임은 더욱 본격화됐다. 심지어 운동장이 아예 없는 초등학교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1997년 교육부는 일부 지역의 과밀화 등을 이유로 운동장을 기준 규모 이상 확보하지 않아도 학교를 설립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운동장을 잃은 아이들의 활동 반경을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창 밖에서 뛰어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고 있다. 자연스레 운동시간도 줄어드는 추세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경기도 초등학생 중 주당 운동시간이 1시간 미만인 학생이 40.8%에 달했다.

 

운동 부족으로 살찌는 아이들, 성인병·정신질환 앓을 가능성 높아

 

운동이 건강관리의 필수 덕목이라는 이론은 비단 성인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요즘엔 운동부족으로 인해 건강을 위협받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인 위협은 질병의 근원이라 불리는 비만이다. 패스트푸드 일상화로 식습관이 크게 바뀐 상황에서 운동마저 거의 단절하다시피 하다 보니 비만에 내몰린 아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은 2019년 15.1%에서 2021년 19%로 2년 새 3.9%p 증가했다. 비만율은 2014년 11.5%에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외부활동 제한 등 신체 활동이 감소한 지난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아동 비만은 고혈압, 당뇨, 아토피, 대사이상 증후군 등 많은 합병증을 유발할 뿐 아니라 정상적인 성장을 방해하고 정서적인 스트레스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 비만 비율이 급격하게 높아진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지혈증, 당뇨 등으로 진료 받은 아이들이 급격하게 늘어난 게 그 증거다.

 

 

▲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2022’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비만율은 2019년 15.1%에서 2021년 19%로 2년 새 3.9%p 증가했다. 비만율은 2014년 11.5%에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였는데 코로나19로 인한 외부활동 제한 등 신체 활동이 감소한 지난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사진은 비만탈출 프로그램에 참여한 초등학생들.(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스1]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고지혈증으로 진료 받은 소아·청소년은 2만6674명으로 2019년 1만1651명에 비해 2.3배나 증가했다. 이 외에도 소아청소년 고혈압 환자는 1.5배, 당뇨는 1.3배 각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현영 의원은 “코로나19 유행 이후 온라인 수업과 체육활동 최소화, 불규칙한 식생활 습관으로 인해 비만 학생들이 증가한 것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다”며 “소아·청소년 비만이 만성질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와 신체활동 증진을 촉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만이 신체적인 질병 뿐 아니라 불안, 우울감 등 정신적인 질병도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웨덴의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진이 비만 치료를 받은 3~17세 아이들 약 7000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비만한 여자 아이는 불안·우울증 위험이 평범한 아이에 비해 43% 높았다. 

 

비만한 남자아이 역시 불안·우울증 위험이 33%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비만한 어린이가 불안·우울증에 걸린 위험이 높은 이유는 차별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차별을 받으면서 심리적 문제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불안과 우울감이 높아진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에 참여한 루이스 린드버그 박사는 “우울증 등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비만 아동은 생활습관 개선 등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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