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자의 결혼비판, TV 속 싱글미화 ‘과연 진실일까’
기혼자의 결혼비판, TV 속 싱글미화 ‘과연 진실일까’

 

▲ 늦은 나이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남녀를 일컫는 ‘노총각·노처녀’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면서 오히려 기존에 없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편견을 깨는 시도가 잘못된 인식을 낳으면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으로 이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사진은 유모차를 고르고 있는 한 신혼부부의 모습. [사진=뉴스1]

 

늦은 나이까지 결혼을 하지 않은 남녀를 일컫는 ‘노총각·노처녀’에 대한 편견을 깨는 시도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편견을 깨는 노력 자체는 나무랄 데 없지만 점차 미화·왜곡으로 변질되면서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키웠다는 설명이다. 그 결과 성공한 인생의 조건으로 결혼을 하지 않는 게 마치 당연하게 여겨지는 인식이 생겨났고 상당수 젊은 남녀가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현상이 생겨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꼬리에 꼬리 무는 편견의 연속…“노총각·노처녀 편견 없애니 ‘결혼은 미친 짓’ 편견 생겨”

 

불과 십수년 전까지만 해도 미혼의 중년 여성을 ‘노처녀’라 부르며 안타깝게 바라보는 시선이 적지 않았다. ‘미혼인 이유가 특별한 결격사유 때문에 못한 것 아닌가’하는 사회적 편견이 강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노력이 있었고 다행히 지금은 일정 부분 편견이 해소된 상태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단어가 바로 ‘골드미스’다.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며 당당하게 살아가는 미혼의 중년 여성을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선망의 대상인 ‘금’에 비유한 것이다. 결혼을 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인생을 위한 선택일 뿐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는 메시지도 일부 담겨있다.

 

덕분에 ‘골드미스’ 단어의 등장 이후 미혼의 중년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일부 해소됐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뒤따랐다. 결혼을 하지 않고 자신을 위해서 사는 것만이 멋진 삶이라는 또 다른 편견이 생겨났다. 골드미스와 반대 개념으로 결혼을 하면 개인의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이분법적 논리가 만들어진 결과다.

 

비슷한 사례로 유명인의 싱글라이프를 공개한 영상 콘텐츠가 여럿 등장하고 몇몇 콘텐츠는 높은 인기를 끌면서 과거 노총각·노처녀에 대한 편견이 허물어졌다. 그러나 시청률·조회수에 치중한 나머지 싱글라이프를 지나치게 미화하거나 왜곡하는 콘텐츠가 일부 등장하면서 잘못된 인식도 생겨났다. 누구나 화려한 싱글라이프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헛된 망상을 가지게 된 것이다. 반대급부로 결혼에 대한 관심은 점차 식어갔다. 

 

 

▲ ⓒ르데스크 [그래픽=석혜진]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은 결혼에 대한 인식 자체를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했다. 오히려 비혼·독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2030세대 미혼남녀의 85.3%는 ‘결혼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은 필수’라는 응답은 14.7%에 불과했다. 오히려 비혼·독신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해졌다.

 

특히 비혼·독신에 동의하는 20대는 53%로 모든 연령층 중에 가장 높았다. 20대는 비혼·동거(46.6%), 무자녀(52.5%)에 동의하는 비율도 높게 나타났다. 20대 다음으로는 10대가 비혼독신(47.7%), 이혼·재혼(45.0%), 무자녀(47.5%)에 대해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다.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는 비혼 출산에 대한 동의 비율도 15.4%에 달했다. 2015년 조사에 비해 5.9%p 늘어난 수치다.

 

자신을 비혼주의자라고 밝힌 직장인 양희진 씨(32·여)는 “예전에는 결혼을 안 하면 부모님도 그렇고 주변에서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봤는데 요즘엔 사실 그런 게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한다”라며 “예전부터 결혼을 하고 안하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막상 주변 눈치도 볼 게 없어지다 보니 더 이상 결혼 자체를 신경 쓰면서 살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여럿 있다”며 “솔직히 결혼하면 직장이나 취미 등 개인적으로 포기할 게 많고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도 우스갯소리로 ‘능력 되면 혼자 살라’고 하는데 괜히 하는 소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혼한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점점 결혼이 두려워지고 아예 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결혼 하지 말라’는 유부남·유부녀의 진짜 속내는…“다시 태어나도 결혼 할래요”

 

그런데 미혼 남녀의 인식은 현실과는 큰 괴리감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 비해 편견만 조금 사라졌을 뿐 여전히 사회적 분위기는 ‘결혼은 해야한다’는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특히 이미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진 사람일수록 결혼에 대해 더욱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19~49세 1만45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미 결혼을 경험한 기혼 남녀는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이 각각 69.4%, 40.8%로 평균에 비해 높았다. 사진은 키즈카페를 찾은 아이들의 모습. [사진=뉴스1]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 19~49세 1만45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하는 것에 대해 남성의 53.3%(반드시 해야 한다 12.1%, 하는 편이 좋다 44.2%), 여성의 35.5%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특히 나이가 많은, 즉 이미 결혼을 한 연령대 일수록 결혼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이미 결혼을 경험한 기혼 남녀는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이 각각 69.4%, 40.8%로 평균에 비해 높았다.

 

자녀를 가지는 것에 대한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남성의 71.2%, 여성의 64.2%가 자녀가 있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역시 나이가 많을수록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답변이 높게 나타났다. 남성의 경우 45~49세 집단에선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응답이 83.3%에 달했지만 19~24세 집단은 67.9%에 불과했다. 여성도 자녀를 가지는 것에 긍정적 반응을 보인 비율이 45~49세 연령 집단에선 81.8%, 19~24세 집단에선 45% 등을 각각 나타냈다.

 

실제 기혼자들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혼 4년차 직장인 김진수 씨(37·남)는 “결혼한 후 총각 시절보다 개인적인 시간이 줄긴 했지만 그래도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더 크다”며 “심리적 안정감도 그렇고 무슨 일을 할 때 내편이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긴다. 부모님과 주변에서 기특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결혼 10년차 직장인 이수정 씨(39·여)는 “TV프로그램이나 유튜브 등을 보면 마치 싱글라이프를 굉장히 미화하는 측면이 많은데 아무리 그래도 세월은 흐른다”며 “30대 중반을 넘어서다 보면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사라지고 간혹 만나더라도 결혼을 하지 않은 친구는 확실히 간단한 안부인사 외에는 공감대가 없어서 그런지 대화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 그럴 때 결혼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결혼을 빨리 할 필요는 없지만 꼭 해야 한다고는 이야기하는 편이다”며 “결혼을 하게 되면 무엇보다 심리적·경제적 안정감이 생긴다. 누구 하나 돈을 잘 벌어서가 아니라 생활에 맞춰서 사는 노하우가 생기게 되고 그 후에 아이까지 낳고 하면 몸이 조금 고되긴 하지만 그 이상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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