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SNS 모르면 식당 못 가” 중장년층 디지털격차 심화
“앱·SNS 모르면 식당 못 가” 중장년층 디지털격차 심화
▲ 현재 많은 인기 식당이 인스타그램 DM, 앱 ‘캐치테이블’을 통해 예약을 가능하게 하고, 줄서기 역시 앱 ‘테이블링’을 통해 대기 등록을 요구한다. ⓒ르데스크

 

최근 서울 압구정, 합정, 성수 등 젊은 층에 인기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어플리케이션이나 SNS로만 예약받는 가게가 늘면서 불편함을 호소하는 중장년층이 늘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른 디지털 격차가 심화되면 소외감과 무력감이 커지는 만큼 디지털 취약계층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외식업계 등에 따르면 현재 상당수 인기 식당에선 인스타그램 DM, 앱 ‘캐치테이블’을 통해 예약을 받고, 줄서기 역시 앱 ‘테이블링’을 통해 대기 등록을 요구하고 있다. 유명 맛집의 경우 전화 연결이 원할하지 않고, 아예 앱으로만 예약을 받는 식당도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전화 예약에 익숙한 중장년층들에게 예약 앱과 인스타그램 DM은 조작의 불편함을 주고, 이로 인해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김경식(57)씨는 “합정에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예약하려고 매장에 전화하니 본인 가게는 전화로 예약을 받고 있지 않고 테이블링을 통해 예약하라”며 “이후 메뉴에 대해서 물어보니 인스타그램 피드를 통해 확인하라며 끊었다”고 하소연했다. 


직장인 문정호(49)씨는 “친구들과 계모임이 있어 일식당을 예약하려는데 전화 연결은 되지 않고, 네이버에 검색해도 구체적인 예약방법이 나와 있지 않았다”며 결국 “고등학생 딸이 대신 예약해줘 겨우겨우 식당에 갔던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 최근 ‘앱 효도’라는 말까지 나온다. ‘앱 효도’는 부모님이 낯선 스마트폰 환경에 적응할 수 있게 SNS 계정만들기와 앱 사용법을 잘 알려드리는 것이 효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영업자 최성식(52)씨는 “해물탕 가게에서 식당 예약에 허탕친 일화를 들은 대학생 아들이 날잡고 앱 이용 과외를 해줬다”고 말하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원격 줄서기 앱 테이블링…‘중장년층 2시간 줄섰는데 이용방법 몰라 돌아가’


▲ 테이블링은 전국 각지 식당·카페 매장 앞 태블릿 기기와 앱을 통한 대기 등록 시스템을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르데스크

 

앱을 통한 예약시스템 뿐만 아니라 가게 앞 대기시스템까지 중장년층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테이블링은 전국 각지 식당·카페 매장 앞 태블릿 기기와 앱을 통한 대기 등록 시스템을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테이블링의 원격 줄서기 기능은 손님들이 식당 앞에 도착해 대기 명단을 수기작성할 필요 없이, 앱으로 미리 대기 등록을 해둘 수 있는 서비스다. 원격 줄서기를 하면 매장 앞에서 기다릴 필요 없이 순번에 맞춰 갈수 있다. 


테이블링은 편리한 기능이지만 '디지털 취약 계층'에겐 불리한 기능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격 줄서기가 중장년층이 당연하게 믿고 있던 ‘선착순’의 의미마저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조경진씨(59)씨는 “전에 압구정 식당에서 2시간을 그냥 서서 기다렸는데, 예약자 기계 명단에 이름이 없어 화가 나 집으로 돌아갔다”며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신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러한 서비스의 다양화와 함께 디지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격차 해소, 전문가 “중장년층 밀착 대면 디지털 교육 활성화 필요”


식당들은 디지털 예약‧대기 시스템의 도입의 가장 큰 이유를 ‘노쇼’방지로 들었다. 서울 성북구의 한 가게 사장은 “예약 앱은 손님이 예약금을 미리 지불하게 해 노쇼를 방지하고, 예약 현황을 간편하게 볼 수 있어 편리하다”고 밝혔다. 


혜화역 인근 식당 사장은 “SNS 예약자들은 대부분 예약시간에 맞춰 식당에 찾아오고, 예약 취소도 분명하게 한다”며 “이를 통해 가게 운영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고, 오히려 더 많은 손님들을 혼선없이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서비스의 다양화와 함께 디지털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은 디지털 교육 기관인 '디지털배움터'를 운영하고 있다. 배움터에서는 키오스크,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활용법에 대한 강좌를 제공한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1000여개의 디지털배움터가 운영돼 서울에서만 7만4000명이 수업을 들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디지털 서비스는 계속 새롭게 나올 것이고, 이런 흐름에 따라 개인이 제공받을 서비스도 차별화될 것이다"며 "디지털 격차가 심해지면 취약 계층은 소외감과 무력감을 느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센터 단위의 1대 1 밀착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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