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이 감성을 지배한 청춘남녀의 합창 “나는 솔로”
이성이 감성을 지배한 청춘남녀의 합창 “나는 솔로”

[Le view<170>]결혼을 피하는 이유(⑨-연애거부) 이성이 감성을 지배한 청춘남녀의 합창 “나는 솔로”

결혼·출산 시작 단계부터 삐걱, 연애조차 포기하는 청년 증가

르데스크 | 입력 2023.01.12 16:47

 

▲ 최근 청년세대 사이에선 연애 자체를 돈과 시간, 감정을 낭비하는 행위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커플 보단 솔로로 지내는 게 스스로에게 더욱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서울의 한 결혼식장의 모습. ⓒ르데스크

 

‘결혼·출산 기피의 시발점’으로 불리는 연애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성과 합리, 개인주의로 대표되는 청년세대의 특징이 사회적·환경적 요인과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청년세대 사이에선 연애 자체를 돈과 시간, 감정을 낭비하는 행위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커플 보단 솔로로 지내는 게 스스로에게 더욱 이득이라고 판단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청년 10명 중 6명 이상은 솔로…“스스로 선택한 솔로, 앞으로도 연애 생각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결혼적령기인 20~30대 여성의 결혼 건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급감하고 있다. 1990년만 해도 20대 여성의 초혼 건수는 33만3000건, 30대 여성도 1만9000건으로 전체 초혼 건수는 35만2000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결혼적령기 여성의 초혼 건수는 점차 감소하기 시작해 2000년 27만2000건, 2010년 25만8000건 등을 나타냈다. 급기야 2021년에는 14만7000건을 기록하며 감소세가 더욱 가팔라지는 모습을 보였다.

 

남성도 마찬가지다. 20~30대 남성의 초혼 건수는 1990년 36만1000건에 달했으나 2005년 34만건, 2021년 14만2000건 등으로 급감했다. 다만 2021년엔 40대 남성의 초혼이 1만5000건을 기록하는 등 결혼적령기 자체도 상당히 늦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이를 감안해도 과거에 비해선 결혼 건수 자체가 상당히 줄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노형준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우리나라는 혼인이 출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그동안 혼인 건수가 꾸준히 감소했고 2021년엔 10만건대까지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향후 출생아 수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결혼 초반에 출산이 활발하다. 통계청의 ‘2021년 출생·사망통계’를 보면 결혼 후 5년 이내에 낳은 출생아 비중은 72.7%에 달했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이처럼 결혼적령기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는 배경에는 결혼의 전 단계인 연애기피 현상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남녀가 만남 자체를 갖질 않으니 자연스레 결혼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줄어드는 것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22년 제1차 저출산 인식조사’(만 19~34세 비혼 청년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66%가 비연애 상태였다.

 

특히 비연애 청년 중 70%는 ‘자발적 비연애’ 상태였다. 자발적 비연애 비중은 남성(61%)보다 여성(83%)이 높았다. 비연애 청년의 48%는 현재 상태에 만족했고 절반 이상(53%)은 앞으로 딱히 누구를 만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예 연애 경험이 없는 모태솔로도 총 응답자의 3분의 1(29%)에 달했다.

 

“연애 시작하면 귀찮은 일, 부담되는 일만 수두룩…차라리 쭉 혼자 살래요”

 

르데스크가 직접 연애를 하지 않는 청춘남녀에게 이유를 들어본 결과,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저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연애를 포기했다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을 달랐지만 하나의 공통된 특징은 보였다. 이성과 합리, 개인주의로 대표되는 청년세대의 특징이 사회적·환경적 요인과 맞물리면서 각기 다른 사연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었다.

 

서울의 한 디자인 회사에 다니는 김지연 씨(34·여·가명)는 “연애를 안 한지 5년 정도 되는 것 같다”며 “언제부터인가 연애를 하면 해야 하는 연락이나 데이트 등이 귀찮아 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예전엔 성탄절이나 발렌타인데이 등에 데이트 하는 남녀를 보면 부러워서라도 연애를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사라졌다. 가끔 외로울 때 친구들이나 만나면서 혼자 사는 게 너무 편하다”고 말했다.

 

판교의 한 IT기업에 다니는 홍승윤 씨(36·남)는 “가뜩이나 평일엔 직장생활을 하느라 힘들고 그나마 주말에 쉬는 낙으로 사는데 연애를 시작하면 온전한 내 시간이 사라질 것 같아 아예 포기하게 됐다”며 “연애를 시작하면 시간과 돈도 많이 들고 감정적으로도 피곤한 일이 생길 것 같다. 여기에 결혼 이야기까지 나오면 더 힘들어질 것 같아 아예 시작 자체를 안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 직접 연애를 하지 않는 청춘남녀에게 이유를 들어본 결과, 다양한 답변이 나왔다. 저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연애를 포기했다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을 달랐지만 하나의 공통된 특징은 보였다. 이성과 합리, 개인주의로 대표되는 청년세대의 특징이 사회적·환경적 요인과 맞물리면서 각기 다른 사연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었다. 사진은 혼자 밥을 먹고 있는 청년들의 모습. [사진=뉴스1]

 

서울소재 한 대기업 본사에 재직 중인 강주성 씨(37·남)는 “사실 지금 내 나이가 온전히 연애만 생각하고 이성을 만날 나이는 아니지 않나”라며 “결국엔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가 될 수밖에 없는데 경제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당장 결혼할 여유가 없다. 아직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즐기고 싶은 것도 많은데 당장 결혼하면 많은 걸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예 연애할 생각 자체가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저런 조건 따지지 않고 서로의 생활을 존중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과연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되겠느냐”라며 “서로 맞춰주면서 스트레스 받고 하느니 그냥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애꿎은 사람에게 피해주지 않고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연애를 안 하면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있었지만 이젠 혼밥, 혼족 등 솔로가 대세처럼 여겨지니 오히려 솔로생활이 더욱 편해졌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유미진 씨(31·여)는 “사실 연애를 꼭 안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적은 없는데 오랫동안 연애를 안 하다 보니 연애세포가 죽은 건지 이성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안든다”며 “휴일날 OTT를 보거나 친구를 만나면 시간도 금방가고 외로움도 못 느끼다 보니 언제부턴가 연애 자체를 고민하지 않게 된 것 같다. 요즘 같아선 이렇게 적당히 쭉 살아도 크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귀띔했다.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은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문화의 변화 등에 의해 청년세대의 연애·결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며 “예전엔 연애를 시작해서 결혼, 출산으로 이어지는 게 자연스러웠다면 요즘엔 결혼, 출산 자체를 거리다 보니 연애 단계부터 신중해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연애 활동이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결혼, 출산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기존의 출산 장려정책으론 이러한 태도를 바꿀 수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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