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1회 방문객 맞이에 목돈 쓰는 시중은행의 딜레마
연 1회 방문객 맞이에 목돈 쓰는 시중은행의 딜레마

[지금 대한민국<165>]-은행 단축영업 논란 연 1회 방문객 맞이에 목돈 쓰는 시중은행의 딜레마

디지털금융 전환에 시중은행 점포 지점수·운영시간 축소

르데스크 | 입력 2023.01.11 14:17

 

▲ 최근 은행권의 점포 축소 움직임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일고 있다. 디지털금융 전환 움직임에 발맞춰 고객들의 금융서비스 이용 방식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오프라인 점포 운영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일각에선 오프라인 점포 이용 고객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진은 제4회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22 개막식에 참석해 전시 부스를 둘러보고 있는 김주현 금융위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최근 시중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디지털금융 전환 움직임에 발맞춰 고객들의 금융서비스 이용 방식이 크게 바뀐 가운데 오프라인 점포 운영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오프라인 점포 운영을 축소하자니 대출, 통장개설 등 한시적 방문 고객들의 불만이 만만치 않아 쉽게 결정을 내리기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금융권 내부와 일반 고객의 반응도 제 각각이다. 디지털금융 전환은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오프라인 점포 운영에 투입되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다른 부분에 투자해야 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주장과 오프라인 점포 이용 고객에 대한 배려도 소홀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디지털 금융 가속화하는 시중은행들, 고객 보다 직원이 많은 불필요 점포 다이어트 돌입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국내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3000개 미만으로 떨어졌다. 4대 은행 점포수는 2989개를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90개, 전년 동기 대비 287개 각각 감소했다.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와 비대면 업무 확대의 흐름 속에 단행된 점포구조 조정의 여파다.

 

특히 디지털 금융의 발달로 오프라인 점포를 찾는 고객수가 급감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단적인 예로 비교적 젊은 연령층이 몰려 있는 서울·수도권의 점포수 감소세가 더욱 두드러지는 추세다. 지역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4대 은행 점포가 가장 많이 감소한 지역은 서울로 전 분기보다 29개 감소했다. 그 다음이 경기도(22개 감소)였다.

 

 

▲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국내 점포(지점+출장소) 수는 3000개 미만으로 떨어졌다. 4대 은행 점포수는 2989개를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90개, 전년 동기 대비 287개 각각 감소했다. 금융서비스의 디지털화와 비대면 업무 확대의 흐름 속에 단행된 점포구조 조정의 여파다. 사진은 지난해 은행 총파업 당시 한 은행 지점의 모습. [사진=뉴스1]

 

시중은행의 이러한 행보를 두고 여론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추세에 발맞춰 오프라인 점포를 줄이고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금융 선진화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는 주장과 고령층, 장애인 등 디지털 약자를 위해 오프라인 점포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자연스레 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산업 트렌드와 금융서비스 이용 패턴의 변화에 발맞추자니 디지털 약자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오프라인 점포를 그대로 유지하자니 비용 대비 효과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 국에선 시중은행의 점포·영업시간 축소 움직임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일례로 스페인에선 시중은행들이 당초 기존 점포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디지털 서비스로 전환하는 계획을 세웠었다. 점포 운영비 등을 축소하고 고객의 편의성도 높인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디지털 서비스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이나 사회적 약자들의 반발이 갈수록 커졌고 급기야 금융 디지털화에 반대하는 캠페인까지 일어났다. 결국 은행권과 경제부의 합의에 따라 점포 출납원 서비스를 계속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력감축을 우려한 금융노조와 고령층, 장애인 단체 등은 점포 축소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금융권이 적자를 보는 상황이 아님에도 점포 폐쇄를 가속화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 역시 “은행이 점포를 폐쇄하는 것은 은행이 가진 공공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다”며 점포 축소에 대한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고객 없는 지점에 고민 깊어지는 은행들, 혁신점포·공동점포 등 두 마리 토끼잡이 노력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그렇다고 은행 입장에선 대세의 흐름에 따르지 않을 이유도 없다. 오히려 은행 입장에선 따르는 게 더욱 큰 이득이다. 점포를 운영하더라도 찾아오는 고객 수가 줄다 보니 고객 서비스를 통해 얻는 이익 보다 점포 임대료, 직원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더욱 큰 편이다. 은행 입장에선 점포를 운영하면 운영할수록 손해가 커진 셈이다.

 

실제로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연구소가 모바일 금융 플랫폼을 이용하는 만 19∼41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8%는 평소 금융 거래 시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MZ세대가 최근 3개월 동안 사용해본 금융 채널 중에서는 모바일 뱅킹 비중이 99.8%로 가장 높았다. 이어 현금자동입출금기(ATM·68.2%), 인터넷 뱅킹(50.2%) 등의 순이었다.

 

3개월 안에 지점을 이용한 비중도 42.4%에 불과했다. 앞서 금융위원회 조사에서 고령층 75.1%가 은행 지점을 이용하고 비대면 채널 이용 비중이 24.9%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또 응답자의 97.6%는 시중은행 애플리케이션(앱) 외에도 인터넷전문은행이나 핀테크 앱을 동시에 사용했다. 은행 유형별 사용 앱은 시중은행 95.5%, 인터넷전문은행 75.7%, 기타은행 10.5%, 지방은행 6.2% 등이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고객들은 점차 점포 이용을 줄이고 있는데 반해 임대료, 인건비 등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금융권 등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의 평균연봉은 1억원이 훌쩍 넘는다. 초봉도 평균 4000만원 가량으로 전체 산업 직군에 비해 높은 편이다. 여기에 성과급을 더하면 평균 초봉은 5000~6000만원 가량으로 훌쩍 뛴다. 은행권의 평균 연봉이 높아진 이유는 과거 고객대면 위주로 영업이 이뤄질 시기 야근이 잦고 업무 강도가 높았던 시기에 책정된 연봉이 지금까지 적용되고 있어서다.

 

 

▲ 우리금융그룹 우리금융연구소가 모바일 금융 플랫폼을 이용하는 만 19∼41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6.8%는 평소 금융 거래 시 비대면 채널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은 모바일 결제를 진행 중인 한 소비자의 모습. [사진=뉴스1]

 

금융권 내부에서도 점포 축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견해가 많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고객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지점을 개설하고 직원을 배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은행 입장에서도 그렇고 고객 입장에서도 유익한 일은 아니다. 차라리 점포를 운영할 비용으로 다른 서비스 개선에 투자를 확대하면 고객 입장에서도 더욱 좋은 일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요즘 은행을 방문하는 고객을 보면 고령층과 일부 직장 고객을 제외하곤 전부 대출과 관련된 업무나 통장개설 업무 등의 고객뿐이다”며 “사실 그런 방문은 많아야 1년에 한 두 번 밖에 되지 않는다. 은행 입장에선 1년에 한 두 번 오는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직원 10명 가량을 배치하고 월 수천만원의 임대료를 감당하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흐를수록 다른 오프라인의 점포의 선택과 집중, 그리고 다른 부분에 대한 역량 강화를 선택하는 기조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소비자단체 한 관계자는 “은행의 점포 축소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것은 맞다”며 “다만 점포 축소에 따라 고령층과 농어민, 장애인의 금융소외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포용을 위해서 혁신점포, 공동점포 등 다양한 대안을 내놓는 노력이 적극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관계자는 “금융의 디지털화가 가속화되면서 점포의 역할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며 “이제는 고객관계 강화를 위한 점포의 역할과 성격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비용 효율화와 동시에 점포 공간을 재창조할 수 있는 다양한 리스토어 전략을 꾀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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