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경조사마저 부담”…MZ세대 달군 축의금 논쟁
“불황에 경조사마저 부담”…MZ세대 달군 축의금 논쟁
▲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축의금관련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얼마가 적당한가에 대한 토론이 뜨겁다. 전문가들은 최근 축의금 논란의 원인으로 경제악화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은 나얼에게 축가를 받고있는 신랑·신부의 모습. ⓒ르데스크

 

최근 치솟는 물가와 금리에 부담을 느끼는 청년층 사이에서 축의금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경기불황에 물가 상승분을 감안해 최소 10만원 이상은 내야 한다는 주장과 5만원만 내도 충분하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직장인 김현수(31)씨는 축의금 5만원을 내고 배우자와 함께 직장동료 결혼식에 참석한 뒤 동료에게 면박을 받았다. 축의금 5만원만 내는 건 안내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김 씨는 억울함을 토로했지만 이를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일부 시민들은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감사해야한다"고 말하는 반면 또 다른 이들은 "결혼식 뷔페 값만 인당 5만원일텐데 와이프까지 같이 참석했으면 10만원은 내야한다"는 입장이다.

 

축의금 논쟁은 최근 온라인 상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한 커뮤니티에는 친구가 축의금으로 1만5000원을 냈다는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가 5만원권을 착각했는지 물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축의금을 낸 친구는 "누구는 종이 청첩장을 줬고 나는 온라인 청첩장을 받았는데 서운했다"며 "1만5000원을 넣은 것이 맞다"고 답했다.

 

축의금은 누가 정해놓은 기준도 법도 없기에 결혼식 참석자 입장에서는 언제나 큰 고민거리다. 각자 개인 경제 상황과 결혼식 당사자와의 친밀도에 따라 축의금은 달라진다. 누군가에게는 5만원이 부담스러운 금액일 수 있지만 또 누군가는 서운하다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사회 초년생들 사이에서는 '축의금 얼마가 적당한가'란 주제로 토론회가 비일비재하다.

 

전문가들은 최근 구설수에 자주 오르는 축의금 논쟁 원인으로 화폐가치와 물가인상을 지적한다. 과거 5만원이면 충분했던 축의금이 최근에는 적다고 느껴지는 이유 또한 화폐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5만원은 10년전 4만3200원이다, 10만원은 8만6400원으로 가치가 떨어졌다. 반면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 물가지수는 지난해 12월 109.28로 10년 전에 비해 16% 증가했다.

 

즉 결혼식 비용 부담은 올라가는데 축의금 가치는 하락하기 때문에 결혼식을 올리는 신랑·신부 측에서는 과거 축의금 금액보다 더 필요하고, 하객 입장에서도 축의금 부담이 더 올라갔다는 것이다.

 

▲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결혼 적정 축의금은 평균 7만8000원으로 나타났다. 축의금 액수 수를 결정하는 요소로는 친밀도가 83.3%로 가장 높았다.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너무 크게 오른 집값으로 축의금을 받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체감되는 액수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돈을 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물가 상승이 계속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이 지속되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 설문조사에 따르면, 결혼 미혼 남녀 300명이 생각하는 적정 축의금 평균은 7만9000원이다. 5만원이라고 응답한 인원이 48%, 10만원이 40%로 대다수가 10만원 이하가 적당하다고 답했다. 축의금 액수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80%이상이 '친밀도'를 뽑았다.

 

지난해 결혼한 이재현(31)씨는 "축의금으로 친구한테 받은 가장 큰 금액은 100만원이고, 많이 낸 친구들은 보통 50만원 이상 축의금을 냈다"며 "축의금을 많이 내준 친구들에게는 정말로 고맙다. 그렇지만 5만원, 10만원 낸 친구들도 서운하긴 커녕 똑같이 고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친구들 상황이나 수익을 어느정도 알고 있기때문에 보면 각자 상황에 맞춰 준거같다"며 "우리 사회가 결혼식 축의금 액수에 유독 민감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올해 결혼식을 앞둔 예비신부 정혜림(34)씨는 "축의금을 신경 안 쓴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 이전에 와서 축하해준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울것 같다"고 말했다. 본인이 낸 축의금보다 적게 내는 친구는 어떨거 같냐는 질문에는 "정말 친한 친구에게 결혼 축하 선물로 100만원대 가전제품을 선물했다"며 "20만원 낸 친구가 10만원 내는 것은 신경 안 쓸 거 같지만, 큰 선물을 했던 친구가 10만원을 낸다면 솔직히 서운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축의금 문화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축의금 문화는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권에서 유독 심하다. 유럽·미국의 경우 축의금이 있긴하지만 그보다 선물로 결혼을 축하하는 문화가 더 강하다. 특히 영국과 미국의 경우는 필요한 선물 리스트를 알려주고 '브라이덜 샤워'를 통해 선물 받으며 축의금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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