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은 쉽게 해지는 어렵게…구독서비스 ‘다크패턴’ 피해 기승
가입은 쉽게 해지는 어렵게…구독서비스 ‘다크패턴’ 피해 기승
▲ 다크 패턴은 인터넷 사이트나 앱에서 사용자들을 유도해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다크 패턴은 꾸준히 늘고 있다. 다크 패턴 소비자 피해상담건수는 2017년 36건에서 2021년 51건(42%)으로 증가했다. 사진은 구독 멤버십 해지 신청. ⓒ르데스크


 

최근 구독경제가 일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의 상술이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구독과 결제는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반면 해지는 어렵게 하는 이른바 ‘다크 패턴’(눈속임상술) 방식의 마케팅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다크 패턴은 인터넷 사이트나 앱에서 사용자들을 유도해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구독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 영국 등에서도 피해가 늘고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디지털 다크 패턴을 이용해 소비자로 하여금 특정 상품 구매를 유인하고 자신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개인정보를 유출하도록 하는 등의 불공정 행위를 일삼는 사업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다크 패턴은 꾸준히 늘고 있다. 다크 패턴 소비자 피해상담건수는 2017년 36건에서 2021년 51건(42%)으로 증가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다크 패턴 피해 방지를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해 “다크패턴 피해가 늘고 있어 피해 유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소비자의 피해를 실효적으로 구제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바람직한 정책대안이 도출돼 온라인상 소비자 보호가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크 패턴의 방식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사이트와 앱으로는 쿠팡, 멜론, 네이버 멤버십, 어도비, 알집 등이 있다. 이들은 구독 결제는 쉽게 하고 해지는 어렵게 하는 방법으로 구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혹은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 광고 프로그램‧사이트 등을 같이 설치하도록 기본값으로 설정한 경우 등 다양한 다크 패턴이 존재한다. 결제는 쉽지만 해지는 어려운 방식들이 소비자를 기만하고 있다.

 

정기구독 서비스 명암 편리하지만 해지하기 어렵다”

 

쿠팡은 정기 구독 결제의 해지 방식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해지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혜택을 못받는다는 문구를 계속 강조했다. 서비스 해지 문구도 '해지하기'가 아닌 '포기하기'였다.

 

▲ 알집처럼 컴퓨터를 사용할 때 기본적으로 내려받아야 하는 프로그램에서도 다크패턴이 발견됐다. 추가 설치 등을 기본으로 설정(사전 선택)하는 것은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6월 발간한 다크패턴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다크패턴의 대표적인 유형 중 하나로 제시한 주의집중 분산 유형에 해당한다. [사진=알집 캡처]

 

쿠팡을 이용하던 이민수(29) 씨는 “두 달 정도 쿠팡 사용을 안해서 나중에 다시 사용할 때 결제하려고 했다”며 “근데 해지하는 버튼을 찾고도 멤버십 해지 버튼이랑 유지하는 버튼이랑 헷갈린다”고 말했다. 이어 “해지하면 해지하는 건데 자꾸 유지하라고 하고 정말로 혜택을 포기할거냐는 등의 어투가 보여 불편했다”고 덧붙였다.

 

기자가 직접 구독 서비스를 가입하고 해지 절차를 밟아봤다. 가입할 때는 단 한번의 클릭으로 가입을 환영한다거나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후 해지 과정에서는 모든 혜택을 포기할거냐 물었다. 해지 신청을 눌렀지만 혜택을 다시 강조하는 문구가 떴다. 이 과정을 반복해 약 2번 이상을 해지 신청을 해야 해지할 수 있었다. 한 앱의 경우 클릭 버튼이 텍스트 형식으로 변환돼 해지 버튼에 의구심이 들도록 만들어 해지 절차의 까다로움을 느꼈다.

 

알집처럼 컴퓨터를 사용할 때 기본적으로 다운로드받아야 하는 프로그램에서도 다크패턴이 발견됐다. 알집을 설치하던 한 이용자는 “알집과 같은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을 때 하단에 계속 추가 설치 프로그램, 제휴 사이트들을 설치하도록 디폴트값(기본값)으로 체크돼 있어 유심히 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필요한 사람들만 설치할 수 있도록 디폴트값을 변경해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젠 다크 패턴에 익숙해져 색깔까지도 모호하게 변경해놨는데 다 알아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더 비싼 제품, 추가 설치 등을 기본으로 설정(사전 선택)하는 것은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6월 발간한 다크패턴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다크패턴의 대표적인 유형 중 하나로 제시한 주의집중 분산 유형에 해당한다.

 

위와 같은 사례들처럼 정부가 플랫폼 규제를 강화할 분위기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문제 대응을 위해 각종 신규 법률조항과 규율 방안 등을 검토한다. 지난해 공정위는 핵심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온라인 플랫폼 분야 독과점 문제 대응’을 꼽았다.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을 담아 대통령실에 신년 업무보고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플랫폼 독과점 남용을 막기 위해 필요한 법률 조항 등을 검토하고 법제화 여부를 따져볼 계획이다. 경제‧법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올해 초 관련 논의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크패턴은 현행법상 규율이 충분하지 않다”며 “진행 중인 연구용역 결과를 반영해 실효적 규율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디지털 경제로의 패러다임 전환 속에 디지털 시장의 창의와 혁신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빅테크의 독점력 남용으로 인한 역기능은 엄정한 법 집행으로 규율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현행법으로 규율이 충분치 않은 눈속임상술(다크패턴)에 대해서는 실효적인 규율 방안을 마련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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