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 둘러싼 남녀갈등…“방탕·음란 부정적 인식 만연”
워홀 둘러싼 남녀갈등…“방탕·음란 부정적 인식 만연”

 

▲ 국내 워킹홀리데이로 가장 인기가 많은 국가는 호주다. 일부 커뮤니티에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여자는 만나지 말아야 된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이다. [사진=독자제공]

  

최근 워킹홀리데이를 둘러싼 남녀 간 사회적 편견이 심화하면서 갈등 양상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여자가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오면 문란하고, 남자가 다녀오면 방탕하다는 부정적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최근 남녀 간 성별 갈등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사회분열로 이어질 수 있는 사회적 편견을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워킹홀리데이는 청년들이 타국에서 1년간 타국에서 현지 삶의 방식, 문화체험, 언어 학습, 경제 활동까지 가능한 국가 간 협정을 맺은 청년 교환 이동성 프로그램이다. 타국에서 돈을 벌면서 문화까지 체험할 수 있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 인기가 많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아졌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여성들이 문란하다는 글을 올렸고 많은 공감과 댓글을 받았다.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해봤다는 한 누리꾼은 "워킹홀리데이를 온 청년들의 성생활이 난잡하다"며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여자는 무조건 만나지 말라"고 적었다.

 

해당 글 댓글에는 많은 누리꾼들이 공감을 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나도 호주 워홀 경험자인데 다 맞는 말이다"며 "오히려 순화해서 말한거고 심한 경우 마약에 빠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 실제로 일부 결혼정보업체에서는 워킹홀리데이 유무를 적시한다. 결혼업체측은 워킹홀리데이에 불이익은 없으나 거짓 정보를 기제하면 향후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진=인터넷커뮤니티] 

 

일부 결혼업체에서는 워킹홀리데이 유무를 파악하고 감점을 시킨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결혼정보업체에 알아본 결과, 워킹홀리데이 유무를 파악하기는 하지만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진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결혼업체 관계자는 "워킹홀리데이 유무는 남녀 동일하게 적시해야 하는 사항이고 이로 인한 불이익을 없다"고 말했다. 워킹홀리데이 인식과 이를 숨기는 사람들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국내 워킹홀리데이 인식은 알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한 사람을 평가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워킹홀리데이 여부를 숨기고 심사팀에 의해 거짓말로 밝혀진다면 향후 우리 업체 서비스 이용은 힘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워킹홀리데이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을 비판하는 여론도 존재한다. 반론 측은 "워홀 갔다 온 게 죄가 되는 거냐?"부터 "그럼 남자는 동남아 갔다 온 사람은 만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부 누리꾼들은 워킹홀리데이 글 자체를 비판하기도 한다. '남녀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악의적인 글'이라는 비판부터 '사실 여부를 확인하지도 않고 글만 보고 선동되지 말라'고 지적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호주 퍼스에서 유학한 이혜리(36·가명)씨는 "내가 대학생 시절 한창 호주 워킹홀리데이가 유행이었는지 많은 한국 청년들이 퍼스에 왔었다"며 "유학생들 사이에서도 워홀들이 잘 논다는 말이 나오긴 했다"고 말했다. 이어 "워홀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거 같다, 워홀이 죄도 아니고, 다만 그걸 숨기는 건 본인이 당당하지 않다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호주는 과거부터 외국인에게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최근 호주 공영방송에서는 호주에서 외국인 임금착취 문제를 보도할 정도로 만연한 상태다. 워킹홀리데이 청년들은 돈을 아끼기위해 여러명이 함께 사는 쉐어하우스를 이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진은 호주 농장 전경. [사진=독자제공]

 

호주에서 영주권을 취득하고 10년 이상 시드니에 거주하고 있는 김기훈(30·가명)씨는 "한인 커뮤니티에서 워킹홀리데이 청년들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은 아니다, 모두 그런 것은 절대 아니지만 나는 커뮤니티 내용에 일부 공감한다"며 "하지만 호주 워홀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서는 남녀가 함께 사는 쉐어하우스가 흔하고 돈을 아끼기 위해 많은 워홀들이 쉐어하우스를 사용한다"며 "20대 청춘들이 남녀가 뒤섞인 쉐어하우스에서 같이 놀고 자는데 일이 없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호주 시드니 부동산은 지난해까지 꾸준히 급등하고 있었다. 쉐어하우스는 월 120달러에서 140달러 사이로 가장 저렴한 주거형태라 많은 워홀 청년들이 이용한다. 또한 최저시급이 1만7000원대로 높지만 외국인과 워킹홀리데이 청년들은 제값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호주 공영 ABC방송은 호주 내 외국인 임금 착취가 만연해있고 취재로 확인된 임금 착취만 1만5000건이라고 보도했다.


김 씨는 "워홀 이미지가 어떤지 사실 잘 알고 있다, 일각에 도는 소문이 아주 허황된 소리는 아니지만 또 그렇다고 워홀을 다녀온 사람들을 모두 안 좋게 매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내가 예전에 만났던 한 워홀 친구는 착실히 돈도 모으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영어 실력도 늘리고 한국에 돌아가 좋은 직장에 취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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