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만원 한 장으론…간신히 한 끼 때우면 ‘끝’
요즘 만원 한 장으론…간신히 한 끼 때우면 ‘끝’
▲ 최근 외식비 등의 생활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물가상승에 기인한 ‘집콕’ 현상은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져 종국엔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진은 대표 외식메뉴인 삼겹살을 굽는 모습. ⓒ르데스크

 

가파른 물가 상승에 서민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젠 만원 한 장으론 하루 생활비는커녕 한 끼 때우기도 어려워졌다. 김밥, 자장면, 라면 등 간단한 점심만 사먹어도 교통비에 필수 위생관리 비용까지 더하면 만원이 훌쩍 넘는다. 시쳇말로 ‘움직이기만 하면 돈’인 시대가 도래했다.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민들이 선택한 방법은 ‘집콕(집에 콕 박혀 있다는 의미의 신조어)’이다. 집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지갑이 얇아지니 아예 외출 자체를 꺼려하는 모습이다. 물가상승에 기인한 ‘집콕’ 현상은 내수경기 침체로 이어져 종국엔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식비·교통비 다 해서 1만원 쓰던 시절 있었는데…이젠 한 끼도 때우기도 쉽지 않다

 

직장인, 학생 등 서민 소비의 한 축을 차지하는 외식비와 위생관리 서비스 비용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껑충 뛰었다. 가장 흔한 점심 메뉴인 김밥, 라면, 자장면, 김치찌개 등의 가격만 보더라도 예전과는 전혀 딴판이다. 미용, 이발, 목욕, 세탁 등의 서비스 이용 가격도 무섭게 올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김치찌개 백반 가격은 7500원 수준이다. 과거 5000원~6000원하던 수준을 한참 벗어난 금액이다. 비빕밥의 경우도 9000원 안팎까지 올랐다. 서울의 경우 9923원으로 거의 1만원에 육박한다. 직장인들의 보양식 메뉴로 유명한 삼계탕 가격도 15000원대에 형성돼 있다.

 

이 밖에 △냉면 약 1만원 △칼국수 약 8500원 △자장면 약 6500원 △김밥 약 3000원 등이다. 이들 가격은 어디까지나 지역 별 평균 가격일 뿐 매장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일례로 김밥의 경우 프랜차이즈 브랜드 별로 가격이 다른데 비싼 곳은 한 줄에 5000원을 훌쩍 넘는 곳도 있다. 냉면 또한 유명 맛집의 경우 한 그릇에 1만5000원 가량이고 비싼 곳은 2만원이 넘기도 한다.

 

▲ 직장인, 학생 등 서민 소비의 한 축을 차지하는 외식비와 위생관리 서비스 비용 등이 최근 몇 년 사이 껑충 뛰었다. 가장 흔한 점심 메뉴인 김밥, 라면, 자장면, 김치찌개 등의 가격만 보더라도 예전과는 전혀 딴판이다. 사진은 빈 테이블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한 식당의 모습. ⓒ르데스크

 

점심 메뉴는 아니지만 직장인들의 대표 회식 메뉴인 삼겹살 가격도 크게 올랐다. 식당 마다 1인분의 무게가 다르지만 평균 150g을 1인분으로 잡았을 때 판매가격은 13000원~15000원 선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평균치 일뿐 100g, 130g 등을 1인분으로 책정하면 실제 판매가격은 더 올라간다. 과거 250g에 8000원~1만원 하던 것과 비교하면 약 2배 가량 오른 셈이다.

 

필수 위생관리 서비스 이용 가격도 과거와는 딴판이다. 한 때 1만원 안팎에 불과했던 이·미용 가격은 1만5000원을 훌쩍 넘었다. 임대료가 비싼 서울의 경우 2만1000원에 달했다. 과거 3000원~5000원 수준이었던 대중목욕탕 이용 가격도 7000원 이하는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미용실과 마찬가지로 임대료가 비싼 서울과 경기는 8500원을 넘겼다.

 

모텔, 여관 등의 숙박시설 이용가격도 불과 몇 년 전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3만원 안팎이었던 1박 가격이 지금은 5만원을 육박한다. 아무리 저렴 지역이라해도 4만원 가까이 지불해야 한다. 드라이크리닝 등 의류 세탁 비용 역시 한 벌에 최소 8000원은 줘야 한다. 과거 2000원, 3000원 하던 때와 비교하면 2~3배 가량 올랐다.

 

갈수록 늘어나는 집콕족…“움직이면 돈이 줄줄…이불 밖은 무섭다는 말 농담 아냐”

 

외식비(점심), 위생관리 등 도저히 줄이기 힘든 부분의 물가마저 가파르게 오르자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특히 줄일 수 없는 부분의 부담이 커지다 보니 주말 여가생활 등을 줄이고 ‘집콕’을 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아예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직장인 송희진 씨(42·여)는 “예전에는 하루 1만원이면 점심 식대에 교통비까지 충당하고 남았는데 요즘엔 어림도 없다”며 “어지간한 식당 메뉴는 전부 1만원이 넘는다. 1만원 이하로 한 끼를 때우려면 분식 메뉴를 정하거나 저렴한 식당을 찾아 발품을 찾아야 한다. 물론 이렇게 해도 교통비를 더하면 하루에 쓰는 돈이 1만원은 훌쩍 넘는다”고 말했다.

 

이어 “평일 지출이 늘다 보니 요즘엔 금요일 퇴근 이후부터 월요일 출근 이전까진 ‘집콕’ 하고 있다”며 “예전엔 주말에 등산도 다니고 간혹 골프도 치고 했는데 요즘엔 엄두도 못낸다. 일단 집 밖에 나가면 몇 만원은 쉽게 쓰다 보니 안 나가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나마 즐기는 취미라면 집에서 OTT를 시청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강승효 씨(24·남)는 “요즘엔 대학교 학생식당 메뉴도 6000원 안팎이다. 학교 근처 일반 식당에서 먹으면 기본 1만원 가까이 하다 보니 하루에 아무리 아껴도 최소 1만5000원 가량은 쓰는거 같다”며 “이렇게 주말 빼고 평일 5일만 학교를 오가면 한 달 용돈 30만원은 눈 녹듯이 사라진다. 당연히 주말에 친구들을 만나거나 따로 취미생활을 하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김유희 씨(29·여)는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우리 같은 유리지갑 직장인들은 식당 메뉴 가격이 1000원만 올라도 부담인데 지금은 그 이상인 것 같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만 이렇게 오르니 일할 의욕이 사라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요즘엔 주말 약속이나 취미생활도 전부 줄였다”며 “친구라도 한 번 만나면 몇 만원은 써야하는데 차라리 그럴바엔 집에서 유튜브나 보면서 휴식을 취하는 게 돈 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 물가상승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서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가정간편식 시장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은 한 대형마트의 가정간편식 코너. [사진=뉴스1]

 

다수의 전문가들에 따르면 물가상승 부담으로 인한 ‘집콕’ 트렌드 확산은 사실상 용어만 다를 뿐 사실상 소비위축을 의미한다. 이러한 소비위축은 자영업자 등 내수경기 의존도가 높은 이들의 삶과 직결돼 있다. 결국 물가상승은 소비위축➞내수침체➞경제후퇴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의 물가안정화 대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앞서 물가 상승 요인에는 글로벌 요인이 많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다른 국가와 큰 차이 없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앞으로 전기요금을 비롯한 공공요금 인상을 앞두고 있어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고 그만큼 국민이 체감하는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승했던 곡물과 에너지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들어 하향 안정화됐지만 외식물가엔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한 번 오르면 다시 내려가지 않는 외식물가 특성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올해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데 실질 소득이 감소한 소비자는 필수 소비가 아닌 외식부터 줄여나갈 것이다”며 “외식 가격의 과도한 인상이 자영업 경기를 더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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