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집콕·솔로선언…낮은 포복 준비하는 청년들
휴학·집콕·솔로선언…낮은 포복 준비하는 청년들

[지금 대한민국<157>]-청년세대의 신년맞이(下) 휴학·집콕·솔로선언…낮은 포복 준비하는 청년들

경기침체·고용절벽 악재 예고에 연초부터 자세 낮추기 준비

르데스크 | 입력 2023.01.03 16:48

 

▲ 올해 경기침체, 고용절벽 등 다양한 악재가 예고되자 특별한 노력 대신 잔뜩 웅크리는 방식으로 한 해를 나겠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는 한 청년의 모습. [사진=뉴스1]

 

새해 들어 청년세대 사이에선 ‘빠른 포기’ 움직임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 경기침체, 고용절벽 등 다양한 악재가 예고되자 특별한 노력 대신 잔뜩 웅크리는 방식으로 대처하려는 모습이다. 상당수 청년들이 휴학을 결정하거나 코로나19 때처럼 ‘집콕’ 위주로 한 해를 보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성을 만나는 데 있어서도 올해는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먹고 살기 바쁜데 연애는 사치죠”…신년 포부로 솔로 선언한 청년들

 

직장인 홍미정 씨(30·여)는 한국 나이로 올해 서른이 됐다. 주변에서는 슬슬 연애를 시작해보라는 눈치지만 홍 씨는 아직까지 연애할 생각이 없다. 정확히는 생각이 있다가 없어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른이 되면 본격적으로 결혼할 상대를 만나볼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금리에 불경기까지 닥치다 보니 점점 결혼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졌다. 지금도 먹고 살기 바쁜데 결혼하면 더 힘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결국 홍 씨는 연애자체를 포기했다. 누군가를 만날 여력도 없거니와 그만한 열정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차라리 연애를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혹시 몰라 특별한 일이 없으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를 자제할 생각이다. 괜히 만났다가 이별이라도 하면 시간과 돈 모두 낭비라는 판단에서다. 홍 씨는 시간이 지나고 경기가 좀 나아지고 스스로도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그 때 다시 고민해 볼 생각이다.

 

홍 씨는 “올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나 연애나 전부 자제할 생각이다”며 “가뜩이나 먹고 살기 어려운 상황에 괜히 연애를 시작한다 한들 각자 인생에 매진하다 보면 결과가 뻔할 것 같은데 뭐하러 시간낭비, 체력낭비 하나 싶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 물어보면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더라”라며 “올해는 다들 최대한 정적인 시간을 보내려는 모습이다”고 덧붙였다.

 

대학생 이홍수 씨(25·남)는 올해 휴학하기로 결심했다. 군 제대 후 곧장 복학해 학위를 따서 취업 할 때까지 쉬지 않고 달릴 계획이었지만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꿨다. 올해 경제도 어려운에다 주요 기업의 채용인원이 크게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차라리 부모님 부담도 덜어드릴 겸 취직할 확률이 높은 시기를 기다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대학생 이홍수 씨(25·남)는 올해 휴학하기로 결심했다. 올해 경제도 어려운데다 주요 기업의 채용인원이 크게 줄어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차라리 부모님 부담도 덜어드릴 겸 취직할 확률이 높은 시기를 기다리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사진은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한 청년의 모습. ⓒ르데스크

 

이 씨는 올해 휴학 후 자격증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할 생각이다. 자격증 공부는 따로 학원을 다니거나 하지 않고 도서관과 집을 오가며 할 생각이다. 최대한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다. 동시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국내 여행이나 캠핑 등의 취미 생활도 충분히 즐길 시간이다. 올해를 그동안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인생의 쉼표’로 삼겠다는 게 이 씨의 생각이다.

 

이 씨는 “주변에선 젊은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요즘 같아선 휴학 자체가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어차피 쉴 새 없이 달려도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든 환경인데 확률이 낮은 일에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거보다 차라리 쉬는 게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올해는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으로 삼을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주식·부동산 투자도 줄줄이 개점휴업…“올해는 아무것도 안하고 버티는 게 돈버는 것”

 

직장인 강대승 씨(32·남)는 그동안 주식, 가상화폐 등의 투자로 쏠쏠한 재미를 본 소위 말하는 ‘재야의 고수’다. 그러나 강 씨는 지난해 말 기존에 투자한 자금을 전부 회수했다. 올해부터 내년 초까지는 투자 보다는 예금에 집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강 씨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보니 투자하는 내내 스트레스가 상당한데다 생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판단했다.

 

강 씨는 “2023년은 투자 인생에서 ‘잠자는 시간’으로 삼기로 했다”며 “주변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기에 돌입한다 이야기하고 우리나라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 같아 투자를 한 후 노심초사 하느니 과감하게 수익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안전한 길을 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직장인 강대승 씨(32·남)는 지난해 말 기존에 투자한 자금을 전부 회수했다. 올해부터 내년 초까지는 투자 보다는 예금에 집중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강 씨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 보니 투자하는 내내 스트레스가 상당한데다 생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판단했다. 사진은 아르바이트 중인 한 청년의 모습. [사진=뉴스1]

 

부동산 투자를 전업으로 하는 이주성 씨(33·남)는 그동안 부동산 투자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황이 급격하게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 시세가 큰 폭으로 떨어졌고 반대로 부동산 매입을 위해 받은 대출금의 이자부담은 껑충 뛰었다. 대출이자 부담이 커졌지만 그렇다고 기존에 매입한 부동산을 팔 수는 없었다. 세금과 그동안 쏟아 부은 이자비용을 더하면 수익이 오히려 마이너스이기 때문이다.

 

올해 이 씨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부동산을 팔수는 없다는 판단에 올해는 제주도에 내려가 살기로 결심했다. 투자 활동을 전부 중단하고 최대한 버티자는 취지에서였다.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올 한 해는 기존에 가진 돈으로 이자비용과 생활비를 충당할 예정이다. 그동안 취미로 즐겼던 골프도 끊고 간간히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면서 부업도 할 계획이다.

 

이 씨는 “2023년 목표이자 계획은 납작 엎드려서 버티는 것이다”며 “지금은 부동산 시세가 많이 떨어졌는데 이자부담이 크다고 팔았다간 더욱 큰 손해를 보는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올해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버티고 버틸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소비활동을 줄이고 돈 드는 취미활동도 자제하면서 버티다 보면 분명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부동산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 다들 내년에는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얌전히 버티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는 준비를 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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