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연말회식 오해와 진실…“상사·MZ세대 서로 눈치싸움”
직장인 연말회식 오해와 진실…“상사·MZ세대 서로 눈치싸움”

 

▲ 최근 거리두기가 풀린 연말을 맞아 MZ세대들이 회식에 등장하고 있다. MZ는 시간을 뺏긴다는 이유로, 상사는 눈치보느라 회식이 힘들다고 말한다. 사진은 사람들을 기다리는 회식 시작 전 모습. ⓒ르데스크

  

코로나19 팬데믹이 해제된 이후 처음 맞는 연말 회식에서 고충을 토로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비대면 문화가 익숙한 MZ세대는 연말 회식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싫어하는 건 아니라는 상반된 반응이 나온다. MZ세대를 부하직원으로 둔 상사들도 MZ세대와의 회식이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하소연이 적지 않다.

 

“싫지만 좋고, 좋지만 싫다”…회식을 대하는 MZ세대 딜레마

 

자동차 설계자 2년 차인 김인석(27·가명)씨는 지난 8월 첫 회식자리가 어색하고 새롭게 다가왔다고 밝혔다. 2년 동안 봤던 직장 상사들의 새로운 모습도, 회식 문화도, 오고 가는 대화도, 예절도 전부 어색하고 불편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김 씨는 "드라마로만 접해오던 회식을 막상 처음 접해보니 사실 좀 무서웠다"며 "드라마에서 회식자리는 뭐 하나만 실수해도 큰일 나는 것처럼 묘사해서 회식을 가기 전 미리 공부까지 했다"고 말했다. 다만 회식을 가보니 생각보다 별거 아니고 오히려 즐거웠다고 말했다.

 

무엇이 가장 즐거웠냐는 질문에는 "업무를 벗어나 그냥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니 어려웠던 팀장님과도 많이 친해졌고 서로 입장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다"며 "나는 담배도 안 피우고 업무상 대화보다는 책상에서 조용히 작업하는 시간이 많아서 회식 때 했던 대화가 지난 2년보다 많았던 거 같다"고 말했다.

 

연말 회식은 MZ세대만의 고민거리는 아니다. 팀장·부장급들도 MZ세대 눈치를 보며 오히려 회식자리를 두려워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커뮤니티에서는 MZ회식 관련 글이 올라와 열띤 토론이 이어지기도 했다.

 

직장 상사의 속내 “MZ세대와의 회식, 꼰대로 낙인찍힐까 부담스러워”

 

▲ 최근 한 커뮤니티에서는 회식때 고기 굽지않는 MZ에 대해 찬반 여론이 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고기 굽는 것을 강요하는 것은 꼰대라고 주장했고, 대쪽에서는 예의없다 말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해당 글에 따르면 '고기 한번 안굽는 신입사원들 말하자니 꼰대 같고 안 하자니 예의가 없어 보인다'였는데 반응은 둘로 갈렸다. 일각에서는 MZ를 떠나서 연장자가 고기를 한 번도 아니고 계속 굽는 것은 예의가 없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반대편에서는 그럼 본인도 굽지 말고 그냥 먹고 싶은 사람이 구우면 되는 일인데 예의부터 가정교육까지 말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 같다고 받아쳤다.

 

SNS와 유튜브에서도 신입 MZ들과 관련한 밈들이 넘쳐난다. 주로 '개념'없는 혹은 '예의'없는 이미지로 그려지거나 반대로 연장자가 '꼰대'로 연출되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에 팀장·부장들도 MZ세대가 불편해 회식자리가 두려워지는 입장이다.

 

브랜드 컨설팅 업체 팀장인 하윤호(40·가명)씨의 연말 가장 큰 걱정은 신입사원들이 만족하는 회식자리다. 하 씨는 "브랜딩 업계 특성상 젊은 감각이 필요해 팀원 대다수가 어리다"며 "업종 자체가 이직률이 높은 편에 속하다보니 신입사원들 복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회식에서 오히려 꼰대로 찍힐까 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뉴스에서 MZ세대들은 회식을 싫어한다 들어서 이번 회식도 다수결로 정했는데 이런 부분까지 강압으로 느껴서 찬성한 것 아닌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인쿠르트가 4월 조사한 MZ회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좋아진 회식문화 1위로 시간 단축과 1차 마무리가 뽑혔다. 이어 소규모 인원 회식과 점심 회식이 뒤를 이었다. 즉 회식 자체가 싫은 것보다 회식으로 뺏기는 시간이 아까운 것이다.

  

"회식이라고 다 싫진 않아요"…분위기·인간관계 따라 희비

 

▲ 인쿠르트에서 MZ회식문화를 조사한 결과 개인 시간을 뺏지 않는 회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료=인쿠르트]

 

평소에 술을 좋아하지만 술이 있는 회식보다 술 없는 회식이 좋은 모순적인 MZ세대도 적지 않다. 술보다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람과의 관계 및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편한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좋지만, 불편한 상사와의 술자리는 독주보다 쓰다는 것이다.

 

올해 대기업으로 이직한 이재호(30·가명)씨는 술자리는 좋지만 회식은 괴롭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이전 회사에서는 회식이 너무 즐거웠다"며 "그때는 선배나 상사들과 친했고 모두 나를 좋아해서 일 끝나고 함께 마시는 술이 정말 달고 맛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 다니는 회사는 급여, 복지 등 모든 방면에서 전 회사보다 좋지만 팀원들과 관계가 불편해 회식 때마다 힘들다"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비싼 오마카세에서 회식을 했지만 지속적인 무시와 업무 내용으로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도 안 나고 당시 그냥 회식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다"고 밝혔다.

 

 

이씨는 “요즘 뭐만 하면 MZ니 MBTI니 하면서 너무 사람을 카테고리화 시키려는 경향이 있고 그걸로 한 개인을 특정 지으려고 하는 게 심하다”며 “MZ라고 모두 회식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건 그 자리에 같이하는 사람들과 관계가 중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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