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파악 빠른 청년세대, 불확실한 취업시장 먼저 버렸다
사태파악 빠른 청년세대, 불확실한 취업시장 먼저 버렸다


 

▲ 최근 청년세대 사이에선 일찌감치 취업을 포기하고 자기계발에 몰두하거나 아예 창업으로 선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확률이 낮은 취업 보단 현실적인 대안을 찾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사진은 취업상담을 받고 있는 청년들. [사진=뉴스1]

 

내년 고용시장엔 당초 예상치를 훨씬 뛰어 넘는 한파가 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경제위기 여파로 인한 기업들의 고용축소가 일찌감치 예견된 가운데 취업 포기자 수가 줄어든 일자리 수보다 더욱 많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줄어든 일자리조차 채울 사람이 부족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고용시장의 공급 주체인 청년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취업 적령기에 다다른 청년세대 중 상당수가 취업 대신 자기계발에 몰두하거나 아예 창업으로 선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취업 자체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희박한 확률에 기대 시간낭비를 하느니 현실적인 대안을 찾겠다는 심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내년 고용시장 전망은 최악…“최업자수 증가폭 올해 보다 90% 가량 급감”

 

올해 심상치 않았던 고용시장이 결국 내년에는 최악의 수준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통계청,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내년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 81만명에서 내년 10만명으로 약 90% 가량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일시적 고용호조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하고 경기둔화와 코로나19 방역 일자리 감소 등의 여파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특히 그동안 취업률을 떠받쳐주던 공공부문 고용도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공공기간 인원의 3%인 1만2400여명 가량을 감축할 예정이다. 지난 5년간 공공기관 비대화에 따른 조직·인력 확대, 부채 규모 증가, 수익성·생산성 악화로 인한 국민 부담을 완화한다는 취지다. 공공부문 인원을 줄이는 방식은 기존 인원의 감축, 신규채용 축소 등 두 가지 방식이 모두 적용될 것으로 점쳐진다.

 

민간부문 고용시장은 이미 올해부터 축소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고 내년에는 관련 조치가 정점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벌써부터 곳곳에서 감원 소식이 들려오는가 하면 내년 신규 채용은 속도를 조절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김용춘 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은 “올해 경기가 너무 안 좋았다 보니 기업의 생존이 화두가 됐다”며 “채용이 문제가 아니라 있는 직원도 줄여야 할 판국이다”고 말했다.

 

 

▲ 올해 심상치 않았던 고용시장이 결국 내년에는 최악의 수준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통계청,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내년도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올해 81만명에서 내년 10만명으로 약 90% 가량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국비지원 전문교육 학원 강의를 듣고 있는 청년들. ⓒ르데스크

 

실제로 인크루트가 지난달 직장인 12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12.2%는 희망퇴직, 권고사직 등 감원 목적의 구조조정이 현재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조만간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32.7%에 달했다. ‘일부 부문 또는 팀을 통합하거나 인력 재배치 진행(예정)’이라는 응답도 23.3%였다.

 

또 취업포털사이트 사람인에 따르면 최근 기업 39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36.7%가 채용 규모를 올해보다 축소하거나 중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채용을 중단 또는 축소한다는 응답은 대기업(47.8%)이 중견기업(40.6%)이나 중소기업(32.8%)보다 더 높았다. 인크루트 조사에서도 채용 계획보다 적게 뽑거나(31.1%) 채용 계획이 없을 것(18.4%)으로 예상하는 답변이 절반에 달했다.

 

기업 보다 더 현실적인 청년들…취업 포기자 속출에 그나마 남은 일자리도 못 채울 판

 

청년 시민단체와 실제 구직자들은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정부나 한은의 예상치 보다 더욱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시장 위축을 우려한 청년 구직자들이 일찌감치 취직 대신 창업이나 유학, 자격증 공부 등 다른 선택을 한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축소된 고용 이상의 취업 포기 사례가 등장해 결국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미 올해부터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은 이러한 주장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사람인이 기업 365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2년 채용결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직원을 채용한 기업(338개사) 중 88.5%가 연초 계획한 인원만큼 충원하지 못했다. 충원 비율의 경우 ‘50% 미만’(24.9%), ‘50% 이상~70% 미만’(30.8%), ‘70% 이상~100% 미만’(32.8%), ‘100% 이상’(11.5%) 등의 순이었다.

 

올해 채용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적합한 후보자 부족’(57.4%)이 가장 많았다. 이어 ‘지원자 부족’(24.6%), ‘진행 중 후보자 이탈’(9.8%), ‘연봉 및 처우 협의’(6.5%) 등의 순이었다. 특히 ‘지원자가 없어서’를 선택한 비율은 중소기업(28.8%)이 대기업(18.4%)보다 10.4%p 높았다. ‘적합한 지원자가 없어서’는 대기업(65.8%)이 중소기업(51.4%)보다 14.4%p 높게 나타났다.

 

 

▲ 청년 시민단체와 실제 구직자들은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정부나 한은의 예상치 보다 더욱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용시장 위축을 우려한 청년 구직자들이 일찌감치 취직 대신 창업이나 유학, 자격증 공부 등 다른 선택을 한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채용공고 게시판을 보고 있는 한 청년의 모습. [사진=뉴스1]

 

기업들이 고용난을 겪는 이유는 현실적 판단이 빠른 청년세대의 특성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청년 구직자 중 상당수는 앞으로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일찌감치 취업 대신 다른 길을 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커피숍을 창업한 김지수 씨(29·남)는 “대학 졸업을 앞두고 취업을 시도했는데 기업들이 요구하는 스펙이 갈수록 높아지고 채용인원도 적어 이대로라면 취업에 성공하기까지 몇 년이 걸리겠다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결국 고민 끝에 부모님과 상의 후에 커피숍을 창업하기로 결정했다”며 “나름의 특색을 갖춰서 어느 정도 반열에 오르고 나면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확장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계속해서 취업은 어려워질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포기하고 새로운 살 길을 찾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내년에는 취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는 데 이제 와서 생각하니 빨리 결정하길 정말 잘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 세무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양희주 씨(26·여)는 “대학졸업 후 1년 가량 취업준비를 하던 과정에서 앞으로 갈수록 경제가 안 좋아지고 기업들도 채용을 축소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니 그 시간에 차라리 다른 시도를 하는 게 훨씬 성공확률이 높겠다는 생각에 곧장 세무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변에 나처럼 취업을 포기한 친구들이 여럿 있다”며 “요즘 같아선 취직해도 집을 사는 등 섣불리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아무리 대기업이라도 굳이 취직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차라리 하고 싶은 일을 안정적으로 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부연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4년제 대학교의 한 교수는 “요즘 졸업반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미 취업 보단 다른 선택을 한 경우를 많이 본다”며 “그들이 하는 말이 취업 자체가 어렵고 메리트가 없다 보니 차라리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말을 듣다 보면 취업 자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고 요즘 청년들이 상당히 현실적이고 계산이 빠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며 “아마 앞으로는 일본, 미국 등과 같이 고용이 늘어나도 취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인력난이 생길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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