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성탄절 이튿날 우리는 전쟁을 겪을 뻔했다
[데스크칼럼] 성탄절 이튿날 우리는 전쟁을 겪을 뻔했다
▲ 오주한 정치부장

한순간의 기습을 허용해 전쟁이 발발하고 망국의 위기를 맞은 나라들은 역사상 무수히 존재했다. 때문에 26일 발발한 북한 무인기(드론) 무리의 대한민국 영공 기습침범 사건을 두고 한반도 전역이 또다시 전화(戰火)에 휩싸일 뻔 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른다.

 

1941년 12월7일 미국 하와이 오아후섬 진주만에 항공모함 여섯 척을 포함한 대규모 일본 해군전력이 들이닥쳤다. 붉게 타오르는 욱일기를 내건 일본 해군은 본토에서 하와이까지 수천㎞를 들키지 않고 항해해 폭격을 감행했다.

 

“일본이 어떻게 여기까지 몰래 와서 공격할 수 있을까” 방심하면서 대책이 전무했던 미 해군은 샌드백 신세가 됐다. 0식함상전투기(제로센) 호위를 받는 급강하폭격기 등 일본 함재기들은 하와이 상공을 흐르는 순풍을 타고 미끄러지듯 날아 들어와 수뢰(水雷)를 쏟아 붓고 기총을 난사했다. 이들에 의해 진주만은 3000여명의 군인‧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아비규환에 휩싸였다.

 

일본은 진주만기습에 맞춰 미국령 괌‧필리핀‧웨이크섬, 영국령 홍콩 등에 대한 대공세도 펼쳐 끝내 함락시켰다. 태평양 제해권(制海權)을 상실하고 본토까지 위협받게 된 미국의 운명은 풍전등화에 놓였다.

 

미국은 1942년 6월 미드웨이해전에서 전투기 등 백수십기가 추풍낙엽처럼 격추되는 치열한 난전을 펼쳤다. 이러한 동귀어진 끝에 ‘운명의 5분’에서 일본 항모 네 척을 격침시킴으로써 태평양전쟁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다. 뒤늦은 정신무장과 피나는 훈련을 바탕으로 했던 이 믿기지 않는 대역전극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미국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나치독일의 기습을 받은 유럽국가들은 미국과 달리 망국의 신세를 면치 못했다. 아돌프 히틀러는 선전포고 없이 폴란드를 기습점령한 뒤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을 줄줄이 집어삼켰다. 6‧25도 북한의 기습남침으로 발발했다. 대한민국은 북한군의 파죽지세 앞에 낙동강전선까지 후퇴했다가 인천상륙작전이라는 신의 한수를 통해 기적적으로 반격에 나설 수 있었다.

 

북한이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방현-Ⅰ·Ⅱ 모델 일부는 20~30㎏의 폭탄을 장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리아로부터 밀수입한 MQM-107D는 시속 925㎞의 속도로 자폭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성탄절 이튿날 우리 영공을 침범해 서울 상공까지 비행한 북한 무인기들이 만에 하나 생화학무기 등 공격을 감행해 성공했다면 전쟁은 불가피했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우리가 크게 불리한 상태에서 북한군의 파죽지세에 밀려 1950년 6월25일의 상황이 재현됐을 것이라는 우려다. 북한 무인기 침범 전날인 25일 중국 군용기 47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무단진입하는 등 근래 반미(反美)진영은 미국과의 정면대결까지 불사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그런데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7시간’ 동안 우리 상공을 휘젓고 다닐 때까지 단 한 대도 요격하지 못해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무인기는 격추 불가능한 신성불가침의 존재도 아니기에 의문은 커지고 있다.

 

실례로 2017년 6월 미국은 방사능물질을 가득 채운 ‘더러운 폭탄(dirty bomb)’을 장착한 시리아 무인기를 F-15 전투기로 파괴한 바 있다. 올해 7월에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무인기 세 대를, 10월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자폭무인기 233대를 한 달 동안 격추했다.

 

우리 군의 작전실패 원인으로는 부실한 훈련과 매뉴얼 부재가 꼽힌다. 정치권에 의하면 문재인정부 출범 당해인 2017년부터 무인기 대응노력 및 전력구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으며 훈련은 전무했다고 한다. 일선장병들의 기강해이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도심지로 휴가 나온 현역장병들이 민간인처럼 장발을 기르거나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이 어슬렁어슬렁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손자병법 지형(地形)편에는 ‘장약불엄 교도불명 이졸무상 진병종횡 왈란(將弱不嚴 敎道不明 吏卒無常 陳兵縱橫 曰亂)’이라는 말이 나온다. “장교와 병졸의 기상이 없다면 종횡무진 제멋대로이니 군대가 혼란하게 된다”는 뜻이다. 시계(始計)편에서는 필승의 7대 조건 중 하나로 장병들의 훈련도를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정신무장이 돼 있지 않고 훈련받지 않은 군대는 필패할 수밖에 없다. 향후 정부들은 문재인정부의 전례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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