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이든 휴무든 우리가 알아서 좀 할게요”
“시급이든 휴무든 우리가 알아서 좀 할게요”

[지금 대한민국<145>]-尹정부 노동개혁(下) “시급이든 휴무든 우리가 알아서 좀 할게요”

최저시급 급격 인상, 주휴수당 의무화에 고용시장 왜곡 심화

르데스크 | 입력 2022.12.15 15:50

 

▲ 최근 여론 안팎에선 최저시급과 주휴수당에 대해 부작용이 임계치를 훌쩍 넘은지 오래라며 정부의 강압적 개입 보단 이해관계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진열대 물건을 정리하는 한 자영업자의 모습. [사진=뉴스1]

 

최저시급과 주휴수당에 대한 수정·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윤석열정부 노동개혁의 싱크탱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이하 미래연)’가 관련 제도의 전면 수정을 권고한데다 이해관계자들의 반응 역시 크게 호응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어서다. 여론 안팎에선 제도로 인한 부작용이 임계치를 훌쩍 넘은지 오래라며 정부의 강압적 개입 보단 이해관계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최저임금·주휴수당 결국 수술대…“쪼개기 계약 등 부작용 수두룩”

 

지난 7월부터 5개월 간 정부에 제안할 노동개혁 과제를 논의한 미래연의 결과물이 마침내 공개됐다. 미래연은 지난 12일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관련 전문가들의 심도 깊은 논의를 통해 도출된 다양한 개혁과제가 담겼는데 그 중에는 임금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연구회는 권고문을 통해 “노동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주휴수당, 통상임금, 평균임금 등 임금제도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현행 주휴수당 제도는) 근로시간과 임금 산정이 복잡하고 사업자가 근로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일주일에 15시간 미만 근로의 쪼개기 계약을 하는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국가가 근로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하고 고용인에게 그 수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다. 1986년 ‘최저임금법’이 제정·공포됐고 198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최저임금법은 시행 첫 해 적용대상이 ‘10인 이상 제조업’에 한정됐으나 이후 적용대상 사업체 규모 및 산업이 점차 확대됐다. 2000년 11월 24일 이후에는 근로자를 고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됐다.

 

주휴수당은 일주일 동안 정해진 근로 일수를 개근하면 주어지는 유급휴일 수당을 말한다. 근로기준법 제55조 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루 3시간,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는 휴일에 일하지 않아도 하루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 ⓒ르데스크 [그래픽=석혜진]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은 문재인정부 시절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의 영향을 받아 최저시급이 급격하게 오르면서 각종 부작용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인건비 부담이 늘면서 고용이 위축됐다. 또 주휴수당 부담을 피할 목적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15시간 미만으로 설정하는 이른바 ‘쪼깨기 계약’도 성행했다. 그 과정에서 고용인은 채용과 인건비 부담을, 피고용인은 일자리와 소득 감소를 걱정해야 했다.

 

“최저임금 9000원이면 실제 임금은 1만원 훌쩍…임금·휴일·수당 전부 자율에 맡겨야”

 

최저임금과 주휴수당 개선 가능성에 여론은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부작용이 상당했던 만큼 제도의 수정·개선을 환영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제도의 최대 수혜자로 꼽혀온 저소득 근로자들마저 제도 개선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여 주목된다. 국민이 체감한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의 부작용이 어느 정도였는지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학생 유한성 씨(24·남)는 “군 제대 후 복학하기 전에 용돈이라도 벌어볼 생각에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며 “어지간한 알바 자리는 주 5일 기준 하루 2시간을 넘는 곳이 없었고 주말 알바도 하루 7시간 씩 15시간 미만으로만 정해져 있었다. 나중에 친구들에게 물어보고 난 후에야 ‘주휴수당’ 때문에 그렇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평일엔 2시간씩 3곳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는데 중간에 이동시간 따지고 뭐하니 알바 하느라 거의 10시간을 쓰는 셈이 됐다”며 “당시 일하던 가게 사장에게 주휴수당 안줘도 대니 길게 일하면 안 되겠냐고 물어봤는데 ‘나중에 문제된다’며 단 칼에 거절했다. 한 곳에서 오래 일하면 일의 숙련도도 오르고 시간낭비도 없었을 텐데 ‘이게 뭐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부연했다.

 

 

▲ 최저시급과 주휴수당의 최대 수혜자로 꼽혀온 저소득 근로자들도 제도 개선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여 주목된다. 사진은 커피숍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의 모습. [사진=뉴스1]

 

취업준비생 홍은진 씨(28·여)는 “과거 시급이 많이 오르기 전에는 주휴수당 관계없이 오래 일하는 사람을 뽑았었는데 요즘엔 주휴수당에 엄청 민감해졌다”며 “사실 시급이 좀 적더라도 주휴수당을 받으면서 한 곳에서 오래 일하는 게 알바생 입장에선 훨씬 좋다. 지금처럼 짧은 시간을 일하면 교통비에 이동시간까지 많이 허비돼 알바하는 의미가 없다”고 토로했다.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양호진 씨(45·남)는 “3~4년 전에 최저시급이 갑자기 오르면서 직원 월급을 올려주다 보니 정작 내가 가져가는 돈은 15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며 “결국 직원 3명 중 2명을 내보내고 지금은 직원 한 명과 둘이서 일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저임금이라는 게 우리 같은 영세 상인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데 그렇게 급작스럽게 올리면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것이냐”라며 “애꿎은 직원은 일자리를 잃고 사장은 당장 일손이 부족해 전전긍긍하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다. 요즘 같은 세상에 옛날처럼 터무니없는 임금을 제시하면 어차피 사람도 못 뽑는다. 시급이든 휴일이든 최소한의 기준만 마련해놓고 나머진 국민 자율에 맡기는 게 낫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운영 중인 고영숙 씨(44·여)는 “법정 최저시급이 9000원이면 사실상 실제 임금은 1만원이라고 봐야한다. 요즘엔 시급 1만원에 공고를 올려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다. 우리 가게도 1만1000원씩 주고 있다”며 “최저시급은 어디까지나 마지노선인데 그렇게 갑자기 올리면 실제 임금을 주는 사람은 어떻게 먹고 살란 말이냐”라고 토로했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은 적용 범위를 좁히고 각 사업장의 특성에 맞게 설정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자율성을 부여하는 쪽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이어 “최저임금과 주휴수당이 등장 초기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상식에 맞지 않는 임금을 지급하면 사람 자체를 뽑을 수 없는 환경이다”며 “상황이 달라진 만큼 이제는 사업장 내에서 협의를 통해 임금을 결정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 자율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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