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하는 노동시장, 더는 미룰 수 없다”…노동개혁 신호탄
“침몰하는 노동시장, 더는 미룰 수 없다”…노동개혁 신호탄
▲노동시장 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해 신설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에서 현행 ‘주’ 단위로 제한됐던 연장근로시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노동개혁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다. [사진=뉴스1]

 

노동시장 개혁안을 마련하기 위해 신설된 ‘미래노동시장 연구회’(연구회)에서 최종 권고안을 내놨다. 현행 ‘주’ 단위로 제한됐던 연장근로시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관리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늘리고, 기존 호봉제 대신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하는 임금체계 개편 등이 골자다. 노동시장 개혁은 미룰 수 없는 국가·시대적 과제인 만큼 최종 권고안에 기반한 입법·행정적 조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12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공정한 노동시장, 자유롭고 건강한 노동을 위하여’란 제목의 권고문을 발표했다. 연구회는 권고안이 만들어지기까지 지난 5개월간 전체회의 20회, 워크숍, 외부 전문가 발제, 노·사·정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등 집중적인 논의를 진행했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노동시장 구축이 필요한 만큼 경영의 유불리 측면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전향적으로 바라봐야 할 필요성이 높다는 게 연구회의 설명이다. 저출산·고령화, 청년일자리, 산업구조 변화 등 노동시장 대변혁에 직면해 있지만 정작 현실과 동 떨어진 법·제도로 인해 생산성은 떨어지고 일자리는 사라지는 등 경제 악영향만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직된 노동구조 뜯어고친다…주 52시간 제한 연장근로시간 최대 연 단위로

 

연구회는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 단위를 ‘주·월·분기·반기·연’ 단위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단위를 확대할 경우 연장근로 총량은 줄어드는 방식이다. 월 단위로 관리할 경우 52시간, 분기는 140시간, 반기는 250시간, 연은 440시간으로 산정했다.

 

주52시간제로 대표되는 현행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 1주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중 법정근로시간 1주 40시간은 유지하되, 연장근로시간만 관리를 월이나 연 단위로 늘려 관리단위 내에서 탄력적으로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 주 52시간제의 경우 1주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가 제한되다 보니 학업이나 육아, 일감 변동 등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대응하기 어려웠던 문제가 발생했다. [사진=뉴스1]

 

앞서 주 52시간제의 경우 1주 12시간 한도로 연장근로가 제한되다 보니 학업이나 육아, 일감 변동 등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대응하기 어려웠던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산업‧업무의 특수성과 근로자 선호의 다양성을 반영해 일하는 방식을 선택함에 있어 노사의 자율성을 확대토록 하자는 것이다.

 

다만 무리한 연장근무로 인한 근로자 건강이 훼손되지 않도록 11시간 연속 휴식도 의무화하는 방안을 내놨다. 이를 위해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를 도입해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보상을 저축했다가 근로자가 필요한 경우 휴가로 사용하거나 임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도 저축계좌제와 비슷한 보상휴가제가 있었지만 도입률이 5.1%에 그치는 등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 만큼 이를 보완한 것이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가 활성화되면 근로자가 저축한 시간을 휴식이나 자기개발, 육아 등 필요할 때 사용하거나, 안식월·생활경험 등 장기휴가로 활용 가능해진다. 근로생애에 걸친 일·생활 균형을 가능하게 할 뿐 아니라 실근로 시간 단축에도 효과적이라는 게 연구회의 설명이다.

 

연구회는 “보상휴가제를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로 대체·강화하고, 연장·야간·휴일 근로의 적립 및 사용방법, 정산 기간 등에 대한 법적 기준을 설정함으로써 근로자의 시간결정권을 확대하는 제도적 기반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가 노사 합의를 전제로 하는 만큼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변경하거나 유연근로제를 도입할 때 실제 적용 근로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법제의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봉제 임금체계 개편 시급…‘격차 해소·일자리 유지·공정성’ 초점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도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들은 해가 바뀌면 자동으로 임금이 올라가는 호봉제를 주요 임금결정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100인 이상 사업체의 약 55.5%, 300인 이상 60.1%, 1000인 이상 70.3%가 이와 같은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임금의 하방경직성을 키워 기업의 신규채용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호봉제는 중고령 근로자의 고용유지에도 부정적이며 남녀간 임극격차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규모가 크고 노동조합이 있는 기업 종사자만 유리한 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 종사자에겐 불공정하게 작용한다. 고연차 노동력이 다수인 대기업의 경우 하청협력사나 소비자에게 임금비용을 전가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 호봉제는 중고령 근로자의 고용유지에도 부정적이며 남녀간 임극격차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또 중고령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초래하는 원인으로도 지적됐다. [사진=뉴스1]

 

산업 현장에서도 호봉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적지 않다. 노동시장 주류로 자리잡은 MZ세대에게도 연공급 체계는 불공정의 대명사로 통한다. 저성장 시대를 살고 있는 청년층은 평생 직장과 장기근속은 쉽지 않으며, 생애동안 여러 개의 일자리를 갖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또 호봉제는 중고령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초래하는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호봉제를 채택한 기업에서 정년까지 재직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하는 근로자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으며, 실제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연령은 법정 정년보다 약 10년 빠른 49.3세로 나타났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연공급이 초래하는 인건비 부담이 고용불안을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임금체계를 개편하기 위해선 공정한 평가 및 보상 확산을 지원하고 업종별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금체계가 없거나 설계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에겐 직무·숙련 등을 반영할 수 있는 임금체계 구축 지원 사업을 확충하고, 직장 이동이 잦은 근로자가 직무·숙련에 따라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자격·교육·훈련·경력 등을 증명하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지역의 일자리 사업, 지역·업종별 직업훈련 사업 등과 연계해 업종 단위의 직무·숙련 중심 임금체계 구축 지원도 대안으로 지목됐다. 원·하청 및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격차를 축소할 수 있도록 직무·숙련 중심의 임금체계 구축을 위해 노사협약과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한 평가와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는 직무·성과평가 기준, 절차 등에 관한 컨설팅을 확대하고, 직무 평가도구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근로자가 공정하게 평가받고 보상받을 수 있는 직무 중심의 인사관리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구회는 “근로시간 및 임금 관리상의 편의 등의 이유로 실근로시간을 고려하지 않는 포괄임금 약정이 오남용돼 장시간 근로, 꽁짜 노동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며 “실근로시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근로시간의 정확한 관리와 임금 산정 명확화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