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남녀가 결혼하려면…취업 후 꼬박 모아도 37세 훌쩍
보통 남녀가 결혼하려면…취업 후 꼬박 모아도 37세 훌쩍

[Le view<158>]-결혼을 피하는 이유(⑤-결혼비용) 보통 남녀가 결혼하려면…취업 후 꼬박 모아도 37세 훌쩍

신혼부부 평균 결혼비용 최소 2.9억원, 지역별로 편차 커

르데스크 | 입력 2022.12.12 18:00
▲ 르데스크가 신혼부부 평균 결혼 비용을 사회초년생 직장인 평균 소득에서 평균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으로 나눠 수치화한 결과, 결혼 비용을 모으려면 취업 후 최소 6년 이상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프로포즈 반지를 선물하는 한 남녀의 모습. [사진=픽사베이]

 

대한민국 보통 남녀가 부모의 지원 없이 결혼을 하려면 현실적으로 서른 중반은 넘어야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취업이 늦어질 경우엔 나이 앞자리가 ‘4’는 돼야 비로소 결혼을 고민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혼부부 평균 결혼 비용을 사회초년생 직장인 평균 소득에서 평균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으로 나눠 수치화한 결과다. 결혼 비용을 모으려면 취업 후 최소 6년 이상은 소요됐다.

 

취업 후 결혼자금 모으기는 데 6.6년 소요, 남들과 똑같이 취직하면 37살에 결혼 가능

 

청년세대가 결혼을 늦추거나 포기하는 배경에는 물리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현실적으로 부모 도움 없이 최소한의 결혼 비용을 모으는 데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균 결혼 비용은 약 2억9000만원이었다.

 

항목별로는 △주택 2억4019만원 △혼수 1471만원 △결혼식장 971만원 △예단 789만원 △예물 717만원 △신혼여행 379만원 △결혼패키지(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 307만원 △이바지 86만원 등이었다. 신혼집 점유 형태는 전세가 49.1%로 가장 일반적이었고 주택 유형은 아파트가 72.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다만 주택의 경우 지역 별로 가격 편차가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실제 비용은 평균 비용과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평균 전세가격은 7억원대에 달한다. 경기 지역 역시 평균 전세가격이 3억원대에 이른다. 서울·수도권에 거주할 경우 평균 결혼 비용이 최소 1.5배에서 많게는 2.5배까지 늘어나는 셈이다.

 

전국 평균값인 2억9000만원이라 해도 취업 후 마련까지는 최소 6년 이상은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남녀가 동일하게 결혼 비용을 부담한다는 가정 하에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대졸 신입사원 평균 입사 연령은 31세였다. 1998년 25.1세에 비해 무려 6살이나 높아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 30대 직장인 평균 월급은 328만원이다. 성별로는 남성 362만원, 여성 294만원 등이다. 기업규모 별로는 대기업 488만원, 중소기업은 364만원으로 조사됐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벼룩시장이 직장인 301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월 평균 생활비로 116만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 구간별로는 ‘50만원~100만원’이라는 답변이 28.8%로 가장 많았으며 △100만원~150만원 22.1% △30만원~50만원 15.6% △200만원 이상 14.7% △150만원~200만원 13% △30만원 미만 5.7% 등의 순이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지출항목은 식비가 49.5%로 가장 높았다. 이어 △주거비 21.6% △교통비·차량유지비 8.2% △쇼핑 7.1% △취미·문화생활 5.2% △친목·모임 4.6% △자기계발·교육 3.7% 등의 순이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나라의 30대 직장인은 월 평균 328만원을 벌고 116만원을 지출해 총 212만원 저축이 가능한 셈이다. 한 달도 빠지지 않고 212만원씩 저금해 1억4500만원을 모으려면 이자 비용을 제외한 단순 계산으론 약 68.3개월, 약 6년 6개월이 소요된다. 대졸 평균 입사연령이 31세임을 감안했을 때, 입사 후 결혼자금을 다 모으면 어느덧 37세가 되는 것이다.

 

“결혼은 결국 첫 취업이 관건…노동유연성 확대하면 청년 일자리 늘어날 것”

 

우리나라 미혼 남녀의 결혼적령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30대의 미혼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5년과 비교해 15세 이상 연령집단별 미혼인구 비중은 모든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이 중 30대(30~39세) 증가폭이 가장 컸다. 2020년 30대 미혼인구수는 281만5000명(42.5%)으로 지난 2015년(268만2000명, 36.3%)과 비교해 13만3000명 늘었다. 특히 30대 남성의 경우 지난해 미혼인구 비중이 50.8%(173만8000명)로 무려 절반을 넘어섰다. 지난해 30대 여성 미혼인구 비중도 33.6%(107만7000명)로 5년 새 5.5%p 늘었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결혼 비용 마련 문제에서 비롯된 결혼적령기 상승 현상은 출산율 하락을 낳는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5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3분기 합계출산율도 0.79명으로 0.8명을 넘어서지 못했다. 만약 4분기에도 합계출산율이 0.7명대에 머물 경우 올해 연간 출산율도 사상 처음으로 0.7명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결혼시기가 늦춰지는 것과 연관이 큰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혼 남녀가 결혼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하는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현 시점에서 당장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론 청년 일자리 확대를 통해 취업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우선적으로 거론됐다. 또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론 노동개혁을 통한 노동유연성 확대가 꼽혔다.

 

취업 시기가 늦어지는 결정적 이유는 취업문이 좁아 준비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때문인데 일자리를 늘리면 취업문이 넓어지고 그만큼 준비시간이 줄어 취업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5∼29세 청년 중 첫 취업에 3년 이상이 걸린 사람은 올해 상반기(5월) 기준 3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취업 준비에 2년 이상∼3년 미만(27만5천명)이 소요된 사람을 포함하면 첫 구직에 2년 이상 시간을 쓴 청년은 63만3000명에 달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결혼적령기 세대의 미혼 비중이 많이 늘었는데 이들의 미혼 추세가 더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며 “결국 결혼은 취업과 관련이 깊은데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빨리, 쉽게 취업하려면 삼촌세대가 사회적 합의로 조카세대에게 자리를 내줘야 한다. 노동유연성이 조금이라도 완화된다면 취업률과 결혼비율이 동시에 높아지고 이는 곧장 출산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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