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대한민국에 전쟁 선포한 ‘구시대 망령들’
2022년 대한민국에 전쟁 선포한 ‘구시대 망령들’

[Le view<156>]-노동계 지각변동(下-환경변화) 2022년 대한민국에 전쟁 선포한 ‘구시대 망령들’

근로환경·인식 선진화에도 전근대적 투쟁 마인드 고수

르데스크 | 입력 2022.12.09 15:24
▲ 최근 여론 안팎에선 경제수준과 근로환경,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 등이 과거와 한참 달라진 상황에서 노조권력은 과거의 망령에 사로 잡혀 여전히 구태만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총파업 투쟁에 나선 민주노총 산하 화물연대 조합원들. [사진=뉴스1]

 

하루가 멀다 하고 시위·투쟁을 일삼는 노조권력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 공감하기 어려운 철지난 인식과 태도로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여론 안팎에선 경제수준과 근로환경, 노사관계에 대한 인식 등이 과거와 한참 달라진 상황에서 노조권력은 과거의 망령에 사로 잡혀 여전히 구태만을 일삼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그들의 구태가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강경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빠르게 늙어가는 민주노총, 은퇴 앞두고 ‘기득권 챙기기’ 막판 스퍼트

 

재계, 노동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조권력의 핵심인 민주노총의 고령화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의 경우 2018년 기준 조합원들의 연령대별 비율을 보면 20대 5.95%, 30대 21.70%, 40대 31.49%, 50대 39.24%, 60대 이상 1.61% 등이다. 40대 이상이 무려 82%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정년퇴직이 임박한 50대 이상도 40%가 넘어 2028년이 되면 금속노조 자체가 소멸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지금이다.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40대 후반, 50대 초·중반이 대다수다 보니 회사를 적대시하는 인식과 강경한 투쟁이 정점에 달한 모습이다. 그들은 시위와 집회를 일삼던 70~80년대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 ‘근로자는 선(善)이고 회사는 악(惡)이다’는 이분법적 프레임을 내세우며 자신들의 생각과 행동도 정당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국민 여론은 과거와 달리 그들의 생각과 방식을 공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환경과 근로자 처우 개선을 강조하는 각종 법·제도가 이미 많이 생겨 난데다 경제 수준과 국민 인식도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 노역을 할 정도의 수준은 한참 벗어났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 소재 한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윤지환 씨(35·남)는 “예전처럼 한 공간에 가둬두고 강제 노역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밥 굶어서 일하기 싫은 회사에서 억지로 일하는 것도 아닌데 생존투쟁이니 뭐니 하는 파업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노동단체의 주장대로 근로자 생존을 위협하는 기업이 있다면 아마 벌써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았거나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아 문을 닫았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 최근 국민 여론은 과거와 달리 기존 노조권력의 생각과 방식을 공감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환경과 근로자 처우 개선을 강조하는 각종 법·제도가 이미 많이 생겨 난데다 경제 수준과 국민 인식도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 노역을 할 정도의 수준은 한참 벗어났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MZ세대 노조원들. [사진=뉴스1]

 

이어 “요새 젊은 사람들은 회사 생활은 소득창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맘에 안 들면 그만두고 다른 일 알아보지’라고 생각하지 억지로 싸우고 해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만에 하나 회사나 정부에 뭔가 원하는 게 있다면 절차를 거쳐 대화와 타협의 방식을 취하던가 하지 머리에 띠를 두르고 시위를 해서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은 수준 낮은 방법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경북 포항의 한 대기업 공장에 재직 중인 구승진 씨(38·남·가명)는 “우리 회사 노조는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어 직원들 대부분 입사와 동시에 노조에 자의반 타의반 가입해야 한다”며 “그런데 막상 가입하고 나면 몇몇 사람 빼고는 노조가 뭘 하든 큰 관심이 없다. 가끔 노조 명의로 파업을 종용하는 일이 있는데 사실 쉬면서 월급받기 때문에 따르는 것이지 파업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어 “나부터도 파업하면 쉴 수 있으니까 아무 말하지 않고 따르는 것이지 왜 파업을 하는지도 모른다. 만약 불이익이 생긴다면 동참할 생각도 없다”며 “내가 선택해서 다니는 회사고 맘에 안 들면 언제든 그만두면 그만이기 때문에 굳이 파업을 왜 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지금 총파업을 주도하는 몇몇 노조원들이 몸담고 있는 회사도 다른 회사에 비해 처우가 좋으면 좋았지 절대 나쁘지 않다 본다”고 덧붙였다.

 

“공정한 경쟁 후엔 당연히 차등보상” vs “우리는 하나, 성과급도 전부 똑같이”

 

기존 노조권력의 구시대적 인식과 행태는 새롭게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근로자들의 반감도 사고 있다. 특히 반감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져 노노갈등 양상까지 치닫는 경우가 등장하고 있다.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청년세대와 기존 노조의 갈등 사례가 대표적이다. 청년 직장인들은 공정한 경쟁에 따른 차등보상을 추구하는 반면 기존 노조는 연대와 단결을 우선시하며 성과급 차등 지급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에서도 성과급 균등 지급을 주장하는 노조에 맞서 청년세대가 주축이 된 새로운 노조가 탄생했다. 새롭게 탄생한 노조는 ‘처우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노조가 일 안 하고 성과를 못 내는 직원들까지 방어해주는 단체가 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성과급 차등 지급을주장했다. 이에 기존 노조는 “부족한 건 참아도 불공평한건 못 참는다”며 성과 평가에 따른 차등 성과급 지급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지를 공고히 했다.

 

▲ 기존 노조권력의 구시대적 인식과 행태는 새롭게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근로자들의 반감도 사고 있다. 특히 반감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져 노노갈등 양상까지 치닫는 경우가 등장하고 있다.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청년세대와 기존 노조의 갈등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진은 국회를 비판하는 청년단체 회원들. [사진=뉴스1]

 

노동계 안팎에선 앞으로 기존 노조와 새롭게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근로자들 간에 인식의 간극이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기존 노조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결국엔 그들의 설자리도 점차 좁아져 노조 활동 자체가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규식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은 경사노위에서 발간한 자료집을 통해 “한국 청년들은 취업 전에 입시경쟁, 1차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경쟁을 겪는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며 “공정한 경쟁을 거친 청년들은 결과의 차이를 수긍하고 인정하는 편이다”고 설명햇다.

 

배 상임위원은 “공공부문에서 정규직화되는 일자리의 압도적 다수가 청소·경비·시설관리·고객 응대·사무보조·조리 등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아님에도 정규직화되는 데 대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며 “기간제와 파견법에 2년 이상 사용 시 정규직화하도록 돼 있는 법 규정이 있음에도 청년층은 취업에서 공정한 절차를 매우 중요시한다”고 분석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는 “1987년 이후 생산직 중심의 노동운동이 많은 성과도 냈지만 대다수가 누리지 못했고 제한된 10% 이내에 머무르는 한계에도 직면했다”며 “결국 자신의 이해만 대변하다보니 상대적으로 더 나은 조건의 사람들이 혜택을 더 받는 모순이 생겼고 그 결과 노조 활동 자체가 인정받지 못하거나 기존 노조에 반감을 품는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세대가 강조하는 공정성이 노동운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그들은 자기 노력이나 실력에 맞춘 보상 등을 노조활동을 통해 가능하다고 바라보는 측면이 강한데 이러한 부분은 연대와 단결을 강조하는 기존 노조와 부딪히기 때문에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숫자에서 밀리는 기존 노조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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