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통합신공항, 대한민국 국운 걸렸다
[데스크칼럼]통합신공항, 대한민국 국운 걸렸다
▲ 오주한 정치부장

교통은 ‘국가의 대동맥’이라 불리며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가 기간사업에서 최우선시됐다. 산소화 된 혈액을 신체 곳곳으로 운반하는 동맥이 막히면 목숨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마찬가지로 사람‧물자 등을 국내외로 옮기지 못하면 국가경제는 곧장 마비된다. 

 

때문에 고래(古來)로 성공한 국가들은 교통망 확보에 사력을 다했다. 기원전 3세기경 전국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 영정의 최대업적 중 하나도 바로 갓 정복한 외국과 진나라를 잇는 도로 정비였다.

 

당초 각지 제후국들의 수레‧도로 폭은 천차만별이었다. 영정은 정복사업이 끝나자마자 명을 내려 수레의 폭을 6척으로 통일한 뒤 동궤(同軌)라고 이름 붙였다. 제국이 정한 수레 폭을 어긴 불궤(不軌) 행위는 엄벌에 처해졌다.

 

영정은 이 수레 폭에 맞춘 도로망도 개설했다. 동궤는 반란군 진압을 위한 병력‧군량 등 이동의 목적도 있었지만 경제적 이유가 더 컸다. 그 이전까지는 각지 제후국들이 자립경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웃 국가와의 교역은 필요에 따라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었다. 오히려 간자(間者‧스파이)를 막기 위해 접촉을 꺼리는 풍조마저 일부 있었다.

 

하지만 천하가 하나 되고 진나라와 각지를 잇는 동맥이 뚫림에 따라 상호 무역의존도는 폭증했다. 가령 진나라에서 가장 수요가 높은 상품이 옷이라 가정했을 때 촉(蜀) 지역 비단을 쓰는 게 더 효율적이라면 진나라 장인‧상인들로서는 촉 비단을 선호하지 않을 수 없다. 진나라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곱고 부드러운 촉산 비단을 써야 자연히 진나라 옷 상품성도 한층 높아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로가 정비됨에 따라 진나라인은 물론 각지에서 근로자‧소비자들이 몰려와 진나라 옷공장‧옷가게에서 근무하고 비단옷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이런 방식으로 천하를 하나로 묶어 사람‧물자‧자본이 순환함에 따라 제국의 경제력은 급성장했고 만리장성 축조 등 대역사(大役事)와 후대 제국들 부흥의 원동력이 됐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All roads lead to Rome)”라는 말처럼 로마제국도 도로 건설에 상당히 적극적이었다. 기원전 4세기 로마의 감찰관이었던 아피우스 클라우디우스 카이쿠스는 페르시아제국의 ‘왕의 길(Royal road)’을 참조해 포장도로를 건설했다.

 

이 아피아 가도를 놓기 위해 로마는 언덕을 깎고 골짜기를 메우기까지 했으며 제국의 수도와 100여개 속주(屬州)를 잇는 300여개의 거대 도로가 완공됐다. 중장비 하나 없던 시절에 갈리아(오늘날의 프랑스 일대) 도로의 경우 길이가 21㎞에 달했다고 한다. 다량의 인원‧물자가 이 도로를 통해 제국 곳곳을 오가는 과정에서 로마도 팍스 로마나(Pax Romana)로 명명된 천년왕국의 토대를 닦을 수 있었다.

 

21세기 오늘날 교통의 중추핵심은 단연 현대문명의 진수로 일컬어지는 공항이다. 국가의 관문 역할을 하는 공항은 사람‧물자를 인류역사상 그 어떤 수단보다도 더 신속히 운반할 수 있도록 한다.

 

사실상의 섬나라인 대한민국 경제에서 항공운송의 중요성은 특히 크다. ‘항공업계의 유엔’으로 불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발표한 ‘대한민국에 있어서 항공운송이 갖는 중요성’ 보고서에 의하면 항공사와 협력사, 유관산업 등을 포함한 전체 항공운송 산업은 한국 국내총생산(GDP) 중 298억달러를 차지하며 외국인 관광객 소비는 추가로 178억달러를 기여한다. 이를 합치면 전체 GDP의 3.4%에 달한다. 공항은 대기업‧첨단산업 등 유치의 필수조건으로 꼽히기도 한다.

 

공항은 일자리 창출에서도 기여도가 크다. IATA 추산에 따르면 항공사와 공항 운영사, 식당‧소매점 등 공항 내 업체, 항공기 제조사, 항공교통관제 유관업체(ANSP)의 국내 고용직원 수는 15만8000명이다. 항공운송 부문은 국내 협력업체로부터 재화‧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추가로 21만5000개의 일자리를 만든다. 이렇게 일자리를 얻은 근로자들의 소비 진작을 통해 추가로 8만7000개의 일자리가 간접 창출되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로 37만8000개의 일자리가 지원된다.

 

대구‧경북(TK) 등지의 통합신공항 건설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간다. 일각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있지만 잊지 말아야 할 건 상술한대로 교통은 인류 역사가 입증한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점이다. 그리고 공항은 대한민국 경제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한 때 세계 최대 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즈칸은 “성(城)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한다”고 말했다. 하늘길 확보를 위한 대한민국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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