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황색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데스크칼럼] 황색언론은 언론이 아니다
▲ 오주한 정치부장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역할 등을 한다. 동시에 언론윤리강령에 의해 취재원 보호, 품위 등의 의무도 지닌다. 하지만 일부 언론사는 노골적으로 이윤을 위해 황색언론(yellow journalism)의 길로 빠져들어 공분(公憤)을 샀다. 대표적 사례가 19세기 미국 언론계를 주도한 뉴욕월드‧뉴욕저널이다.

 

19세기 말 파산 직전의 뉴욕월드를 인수한 ‘신문왕’ 조셉 퓰리처는 “재미없는 신문은 죄악”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다. 그는 사실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자극적인 기사들을 무차별 살포해 수년 만에 뉴욕월드를 미국 일류의 신문사로 키워냈다.

 

퓰리처에게 도전장을 내민 ‘언론재벌’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는 보다 자극적인 기사들로 뉴욕저널 지면을 채워나갔다. 두 사람의 엇나간 경쟁이 어떠한 수준이었는지를 보여준 건 한 토막살인 사건이었다.

 

이들은 사자(死者)의 명예 따위는 아랑곳없이 사망자‧유가족‧신고자 신상을 무단공개하거나 잔인하게 살해된 시신 상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이를 위해 퓰리처‧허스트는 아예 사건전담팀을 꾸리고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용의자들 신상도 가감 없이 폭로했다.

 

두 신문은 저렴한 페니 프레스(penny press‧1센트 신문)와 폭증하는 판매부수를 토대로 각계에서 막대한 광고료를 받아 배를 채우며 덩치를 불려나갔다. 그 사이 취재원 보호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유가족‧신고자‧용의자들은 전국에서 쏟아지는 비난여론 등에 고통 받아야 했다.

 

심지어 전쟁을 부추기기도 했다. 1898년 2월 쿠바 아바나에 입항 중이던 미 해군 전함이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에 휩싸여 승조원 두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에 뉴욕월드‧뉴욕저널은 마치 특정 정파(政派)와 손잡은 듯 쿠바를 식민지로 삼았던 스페인의 소행으로 몰아가면서 이를 반대하는 정치인들을 공격했다.

 

결국 미국‧스페인은 1898년 4~8월 수많은 목숨이 사라진 미국-스페인 전쟁을 벌였다. 정작 미 당국은 황색언론을 의식해서인지 1911년 인양한 문제의 전함을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은 채 이듬해 먼 바다에서 자침(自沈)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폐해를 보다 못한 언론계는 황색언론을 규탄하면서 자정(自淨)의 목소리를 냈다. 퓰리처는 뒤늦게 자신의 행보를 후회하고 퓰리처상을 제정하는 등 언론의 선진화에 힘썼다. 20세기 초 언론인들은 언론윤리강령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오늘날 한국의 신문윤리강령은 언론의 진실‧객관‧공정 보도, 취재원 등의 명예‧사생활 존중 및 반론권 보장, 언론인의 품위 유지 등을 명시하고 있다.

 

때문에 취재원에게는 취재에 응하지 않아도 될 권한이 보장된다. 실례로 지난 2014년 2월 주일(駐日) 미국대사관은 경영진들이 “(일본군에 의한) 난징대학살은 없었다” 등 망언을 쏟아낸 일본 공영방송 NHK의 취재 신청을 거부한 바 있다.

 

최근 공영방송 MBC의 행보가 논란이다. MBC는 근래 대통령 사적발언 내용이라면서 진위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보도를 자막과 함께 내보내 파장을 일으켰다. 소속 기자는 ‘슬리퍼’를 신은 채 팔짱을 끼고서 대통령에게 답변을 강요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해당 방송사 계열사들은 공교롭게도 이전 정부 역점사업이었던 ‘태양광’에 투자해 이익을 봤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사실이라면 품위, 취재원 보호 등은 물론 객관성‧공정성의 의무마저도 저버린 ‘황색언론’이라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다.

 

MBC는 자사(自社) 취재과정을 ‘언론의 자유’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행보를 정당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논란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언론의 자유를 부르짖는 건 그것을 남용하려는 자들 뿐”이라는 괴테의 말처럼 언론에 대한 국민 불신은 깊어지고, 정론직필(正論直筆)의 언론사‧언론인들까지 피해가 전가되는 모습이다. 이는 결국 국민 알 권리 보장, 권력 견제 기능의 저하로 이어진다.

 

19세기 초 영국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였던 에드워드 조지 불워 리튼은 “펜은 칼보다 강하다”고 했다. MBC가 손에 쥐어진 펜을 특정 정파와 결탁하고 이익만을 좇는 것 아니냐는 오명에 벗어나 본연의 모습인 국민을 위한 공영방송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