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문 턱 막히는 비상식의 온상 ‘국민기업 코레일’
말문 턱 막히는 비상식의 온상 ‘국민기업 코레일’

[비즈&백넘버<38>]-공기업 부실 원인과 해법(②-코레일) 말문 턱 막히는 비상식의 온상 ‘국민기업 코레일’

수조원 적자에도 무분별한 채용, 성과급잔치 등 방만경영 심각

르데스크 | 입력 2022.11.18 15:15
▲ 코레일은 천문학적인 누적 적자 속에서도 방만한 경영을 지속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코레일의 비상식 경영은 단순히 경제적 손실 뿐 아니라 잦은 사건·사고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지목된다는 점에서 쇄신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코레일 본사 앞을 지나는 KTX열차. [사진=코레일]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을 둘러싼 대대적인 쇄신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천문학적인 누적 적자 속에서도 방만한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탓이다. 수년째 지속돼 온 코레일의 행보는 평범한 기업이라면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코레일의 비상식 경영은 단순히 경제적 손실 뿐 아니라 잦은 사건·사고의 직·간접적 원인으로 지목된다는 점에서 쇄신작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돈이 어디서 나길래”…누적 적자 18조 코레일, 비정규직·신규직원·낙하산 대거 채용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코레일은 수년째 만성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공공기간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017년 이후 코레일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2017년 8555억원 △2018년 1050억원 △2019년 469억원 △2020년 1조3427억원 △2021년 1조1552억원 △2022년 반기 3181억원 등이었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적자는 18조6608억원에 달했다.

 

부채도 빠르게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코레일의 부채 규모는 △2017년 14조8808억원 △2018년 15조5532억원 △2019년 16조3298억원 △2020년 18조89억원 △2021년 18조6608억원 △2022년 반기 19조3183억원 등으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코레일은 부채가 크게 늘었음에도 부채규모 상승폭은 미비했는데 적자 경영에도 부동산 자산 가치가 크게 오른 영향 때문이었다.

 

코레일의 상황에 대해 정부는 ‘매우 심각’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해 정부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아주 미흡(E)’ 등급을 받았다. E등급을 받은 공공기관은 코레일, 우체국물류지원단,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등 단 3곳에 불과하다. E등급은 공공기관장 해임까지 건의할 수 있는 최하위 등급으로, 이는 대대적 인적 쇄신 없인 회복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코레일은 천문학적인 적자 속에서도 지출에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 왔다. 일반적인 상식을 도저히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일례로 코레일은 천문학적 적자 속에서도 문재인정부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 기조에 발맞춰 기존 민간용역 직원 등을 본사나 자회사의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시켰다. 그 결과 코레일 소속 정규직 직원 숫자는 2017년 2만7575명에서 올해 1분기 3만1050명으로 무려 3500명 가까이 급증했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같은 기간 비정규직(소속 외 인력)의 수는 6823명에서 161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해당 인원들을 매 년 본사 혹은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한 결과다.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 수는 2018년 2120명, 2019년 3160명, 2020년 892명, 2021년 11명, 올해 1분기 74명 등 총 6257명에 달했다. 코레일은 신규 직원 채용에도 열을 올려 ‘3년 연속 공기업 최대 규모 채용’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코레일이 단순히 일반 직원의 채용에만 집중했던 것은 아니었다. 경영을 책임지는 핵심 요직에 전문성이 의심되는 낙하산 인사들을 줄줄이 앉혔다.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대표적 인물은 2021년 5월 취임한 이강진 상임감사위원이다. 이 상임감사는 국무총리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고 이해찬 의원 보좌관, 민주당 소속 이춘희 전 세종시장 시절 세종시 정무부시장 등을 역임했다.

 

이 상임감사는 취임 후 매 년 억대 연봉을 받았다. 연봉에는 수천만원의 성과급도 포함돼 있었다. 지난해의 경우 상임감사에게 지급된 연봉은 기본급 1억원, 성과급 4138만원 등이었다. 성과급의 경우 전년에 비해 50% 가까이 늘었다. 이 밖에도 앞서 코레일 자회사인 코레일네트웍스엔 정세균 전 국무총리의 보좌관 출신인 강귀섭 전 사장이 임명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열차 탈선, 근로자 사망 등 사건·사고 줄줄이…“뿌리부터 썩은 코레일”

 

코레일의 방만 경영은 단순히 재무적 위기를 키우는데서 나아가 제2, 제3의 부작용도 낳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들은 코레일의 재무적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고 내부 직원의 피해, 나아가 국민 피해까지 유발하는 직·간접적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표적인 부작용으론 부실한 조직 관리에서 비롯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꼽힌다.

 

코레일, 국회 등에 따르면 코레일 자회사 코레일테크 일부 직원들은 정규직으로 임용된 이후 4년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돼 있는 근무시간을 지키지 않고 오전조와 오후조로 멋대로 나눠 근무한 것으로 밝혀졌다. 코레일테크는 비정규직 직원 4500명을 정규직 전환한 이후 직원 비위행위가 크게 증가했다. 2015~2018년 11건에 불과했던 직원 징계 건수가 2019년 이후 111건으로 약 10배나 늘었다.

 

▲ 코레일의 거듭된 방만 경영 행태에 일반 여론은 물론, 주무부처 장관까지 허를 내두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오봉역 근로자 사망사고 이후 “내부 구조가 밑 빠진 독, 끼리끼리 서로 자기 이익만 서로 감싸주는 이런 체계를 고치지 않고는 이런 사고는 계속 나게 돼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철로를 복구 중인 코레일 직원들. [사진=뉴스1]

 

지난 6월에는 코레일 직원들의 교육, 체육, 숙박, 휴양 목적으로 건설 중인 곡성인재개발원 공사 현장에서 슬라브(건축물에서 바닥 또는 천장 역할을 하는 부재)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진행하던 근로자가 부상을 당했다. 더욱 충격적인 일은 사고 이후 건설사와 감리사의 사고 은폐 시도가 있었고 코레일은 해당 사실을 적발한 후에도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공사를 재개했다는 사실이었다.

 

국민 안전·생명과 직결된 열차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경기 의왕시 오봉역에서 화물열차 관련 작업을 하던 코레일 직원이 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만 벌써 4번째 산업재해다. 바로 다음날에는 무궁화호 열차가 서울 영등포역으로 진입하던 중 탈선해 승객 279명 가운데 34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도 벌어졌다.

 

코레일의 거듭된 방만 경영 행태에 일반 여론은 물론, 주무부처 장관까지 허를 내두르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오봉역 근로자 사망사고 이후 “내부 구조가 밑 빠진 독, 끼리끼리 서로 자기 이익만 서로 감싸주는 이런 체계를 고치지 않고는 이런 사고는 계속 나게 돼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에서도 코레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코레일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건비 비중이 지난해 48.1%로 다른 공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며 “부채가 18조 원에 인건비가 크게 불어난 상황에서 (방만경영 하는) 이유가 뭐냐”고 질타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앙 의원도 “코레일이 지난해 1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는데 2019년에는 성과급 736억원을 과다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코레일 간부의 호화복지 부분을 문제 삼으며 “코레일이 1~3급 간부들에게 서울과 경기 등 전국에 걸쳐 201억 2700만원 상당의 ‘공짜 임차’를 제공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전세금이 비싼 지역에 직원용 사택을 제공하는 것은 방만 경영의 전형적 사례이자 도덕적 해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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