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박→사퇴→낙하산 무한반복 ‘관치금융 잔혹사’
압박→사퇴→낙하산 무한반복 ‘관치금융 잔혹사’

[지금 대한민국<130>]-금융당국 관치 논란 압박→사퇴→낙하산 무한반복 ‘관치금융 잔혹사’

BNK·우리 등 금융그룹 수장 사퇴·징계, 정권 낙하산 가능성

르데스크 | 입력 2022.11.14 15:30
▲ 최근 국내 주요 금융그룹의 수장 교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른바 ‘관치’ 논란이다. 특히 특히 최근에 불거진 관치 논란은 과정과 방식이 과거 정권 때와 거의 흡사하다는 점에서 ‘이미 관치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뉴스1]

 

우리나라 금융권에 또 다시 관치(官治)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관치’의 사전적 의미는‘국가 기관이 직접 맡아 하는 행정’이다. 즉, 민간 기업 경영에 국가 기관이 멋대로 개입해 좌지우지한다는 의미다. 민간 기업에 대한 국가 기관의 부적절한 개입은 헌법에서 규정한 자유시장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로 평가된다.

 

특히 최근에 불거진 관치 논란은 과정과 방식이 과거 정권 때와 거의 흡사하다는 점에서 ‘이미 관치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해석도 낳고 있다. 역대 정권에서 벌어진 관치 행위는 감시와 통제를 앞세운 압박➞최고 경영자의 자진 사퇴➞낙하산 인사 배치 등의 수순을 밟았다. 최근 금융권에선 BNK금융지주 회장이 자진 사퇴하고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는 일이 연이어 발생했다.

 

여권發 아들 특혜 의혹, 금융위의 말 바꾼 징계 등 민간금융사 CEO 수난시대

 

금융권 등에 따르면 BNK금융지주 김지완 회장은 지난 7일 임기 만료를 약 5개월여 앞둔 시점에 자진 사임했다. 김 회장은 2017년 9월 BNK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했고 2020년 3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5년간 그룹 경영을 이끌었다. 그러나 올해 국감에서 아들이 재직 중인 회사에 대한 부당지원 의혹이 제기되면서 줄곧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앞서 지난달 1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김 회장이 아들이 근무 중인 한양증권에 계열사 발행 채권을 몰아주기 정황이 있는 등 각종 편법적 행위를 동원하고 있다”며 자녀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BNK쪽 채권 발행 인수업무가 김 회장 아들이 몸담은 부서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에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고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며 의혹에 쐐기를 박았다.

 

김 회장의 자진 사임은 상당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낙하산 인사 선임을 위한 전형적인 수순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한 인물이 여당 소속 의원인데다 사임과 동시에 이사회가 외부 추천을 제한하는 규정을 일부 수정했기 때문이다.

 

▲ BNK금융지주 김지완 회장(사진)은 지난 7일 임기 만료를 약 5개월여 앞둔 시점에 자진 사임했다. 여권에서 제기된 아들 재직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사퇴의 이유로 지목된다. [사진=뉴스1]

 

그동안 BNK금융지주는 전임 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그룹 평판 리스크를 악화시킨 경우에만 외부 인사와 퇴임 임원 등을 회장 후보군에 포함할 수 있었지만 규정 수정으로 외부 자문기관의 추천을 통해 외부 인사를 회장 후보에 올릴 수 있게 됐다. 낙하산 인사 선임의 가능성이 열리게 된 셈이다.

 

우리금융지주도 수장 교체 가능성이 높은 금융사 리스트에 올랐다. 우리금융 역시 외부요인에 의한 리스크가 발단이 됐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정례회의를 열고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의 징계를 의결했다. 문책경고는 금융사 임원 제재 단계 중 3번째로 높은 중징계로 징계 당사자는 3년 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점을 감안했을 때 사실상 연임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손 회장의 연임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금융권 안팎에선 새정부 출범 이후 이뤄지는 첫 금융 CEO 인사에 정치적 외압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법원 판결이 나온 후 징계수위를 정하겠다며 심사를 1년 넘게 미뤄오던 금융위가 갑자기 제재를 논의하게 된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징계 의결 직후 정치적 외압 의혹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내뱉은 이복현 금감원장의 발언은 의혹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 원장은 “지금 같은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금융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아마도 당사자(손 회장)께서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현명한 판단’은 금융사 입장에선 ‘연임을 포기하라’는 압박이나 다름없다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관치금융은 정권만 바뀌면 등장하는 고질병, 현 금융권 상황도 과거와 판박이”

 

현재 금융권 안팎에선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정권에서 늘 있어왔던 ‘관치’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과거에도 새 정부 출범 후엔 여지없이 금융권의 대대적인 물갈이와 낙하산 인사 선임 과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물갈이가 일어나게 된 원인이 외부요인에 있다는 점도 과거와 판박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금융소비자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앞서 이명박정부 시절에는 이 전 대통령과 동문인 고려대학교 출신이 금융권 핵심 요직을 대거 차지해 관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어윤대 당시 국가브랜드위원장이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된 이후에는 관치 논란이 정점을 찍었다. 어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과 독대가 가능한 측근 중에 측근으로 분류됐던 인물이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청와대가 어 내정자를 일찌감치 낙점해 놓았으며 공모는 모양새 갖추기일 뿐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 금융소비자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권은 공공자금이 대거 투입돼 있는데다 금융당국의 감독과 규제를 받기 때문에 정권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며 “게다가 현직에 몸담은 인물은 따로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교적 운신의 폭이 자유로운 제3의 인물이 활발히 정치활동을 했다면 차기 인사에선 물갈이가 거의 100%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고 진단했다. 사진은 금융위원회. [사진=뉴스1]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서강대학교 출신이 득세했다. 일명 ‘서금회’로 불렸던 인사들이 공공기관, 민간기업 할 것 없이 핵심 요직을 줄줄이 꿰찼다. 관치 논란은 우리은행 낙하산 사태로 정점을 찍었다. 당시 이순우 은행장이 외압을 받아 연임을 포기하는 모양새를 취한데 이어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이후 서강대 출신의 당시 이광구 부행장이 차기 행장으로 낙점되면서 관치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문재인정부도 관치 논란에선 자유롭지 못했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만큼 오히려 물갈이는 더욱 활발하게 진행됐다. 기존 인물들이 떠난 자리엔 여지없이 친정권 인사들로 채워졌다. 굵직한 사건으로는 DGB대구은행 임원의 집단사퇴를 둘러싼 금감원 외압 의혹, 함영주 당시 하나은행장의 연임에 대한 금감원의 노골적인 반대의사 표명 논란 등이 있다.

 

당시 금감원의 하나은행 인사개입 논란은 함 전 행장이 3연임을 포기하고 자진 사퇴 의사까지 밝혔음에도 한동안 지속됐다. 정치권까지 가세하면서 오히려 사태가 더욱 확산되기도 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금감원이 민간 은행장 선임에 관여해 특정인을 배제하려는 것은 일종의 ‘금융권 블랙리스트’ 사건이나 다름없다며 임시국회에서 윤석헌 전 금감원장을 상대로 인사 개입 여부를 집중 추궁하기도 했다.

 

금융소비자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금융권은 공공자금이 대거 투입돼 있는데다 금융당국의 감독과 규제를 받기 때문에 정권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다”며 “게다가 현직에 몸담은 인물은 따로 정치활동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비교적 운신의 폭이 자유로운 제3의 인물이 활발히 정치활동을 했다면 차기 인사에선 물갈이가 거의 100%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역대 모든 정권에서 새 정부가 들어서면 캠프 출신이나 학연, 지연 등의 인연으로 정권에 기여한 인물이 경영진 교체시기에 금융권에 대거 등장했다”며 “물론 그 이전에 금융당국이나 정치권이 기존 경영진을 압박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현재 금융권에 등장하는 일련의 모습들을 보면 마치 ‘역대 정권의 데자뷰’처럼 느껴진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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