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키우고 공멸 유도…잔혹사 빼닮은 현대판 마녀사냥
증오 키우고 공멸 유도…잔혹사 빼닮은 현대판 마녀사냥
▲ 최근 몇몇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둘러싼 회의론이 일고 있다. 사회적 타협과 해결방안 모색이 아닌 ‘죽이고 보자’ 식으로 확산되는 탓에 사회분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사진은 최근 불매운동 피해를 입고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 [사진=뉴스1]

 

최근 들어 유독 잦아진 불매운동 이슈를 둘러싼 회의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되는 불매운동 여론이 우리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서다. 실제로 사회적 타협과 해결방안 모색이 아닌 ‘죽이고 보자’ 식으로 확산되는 탓에 사회분열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확인되지 않은 루머나 마녀사냥 식의 선동으로 선량한 소비자나 경제적 약자가 피해 입은 사례도 존재한다.

 

툭 하면 터지는 불매운동, 온라인·SNS 생활화에 빈도 잦아지고 확산속도 빨라져

 

얼마 전 SPC그룹 계열사의 한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대국민 사과를 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사과 이후에도 SPC그룹 안전관리 체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고 급기야 불매운동까지 생겨났다. 불매운동은 온라인 커뮤니티, SNS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심지어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은 SPC 브랜드 매장 앞에서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1인 시위까지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브랜드나 기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에 비해 유독 잦은 편이다. IT기술 발달로 온라인커뮤니티, SNS 등이 활성화 되면서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목소리가 대중들에게 비교적 쉽게 전달되는 게 결정적 이유로 지목된다. 지난 2008년에는 정부가 미국과 쇠고기 수입 협상 과정에서 연령 제한을 철폐하기로 합의하자 광우병과 관련된 위기감이 커지면서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이 일어났다.

 

2013년에는 본사의 대리점 상품 강매 사건으로 남양유업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등장했다. 당시 사태는 ‘갑질’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파급력이 상당했다. 2019년엔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이 월례조회에서 보수채널 유튜버의 영상을 강제로 시청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었다. 해당 사건이 알려진 이후 한국콜마와 윤 회장은 진보세력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으며 급기야 한국콜마 제품 불매운동까지 생겨났다.

 

비슷한 시기 일본 제품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도 일어났다. 당시 일본 총리였던 아베 신조가 대한민국에 대해 수출통제 조치를 취하자 인터넷상에선 대응 차원에서 일본 제품을 불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빠르게 확산됐다. 특히 일본 제품 구매나 사용 행위에 대한 따가운 눈총까지 모아져 강제적으로라도 불매운동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분위기까지 조성됐다. 당시 불매운동의 여파로 2019년 대일 무역적자는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 최근 들어 불매운동이 유독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IT기술 발달로 온라인커뮤니티, SNS 등이 활성화 되면서 개인이나 특정 집단의 목소리가 대중들에게 비교적 쉽게 전달되는 게 결정적 이유로 지목된다. 사진은 과거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불매운동까지 생겨났던 남양유업 본사. [사진=뉴스1]

 

쿠팡에선 2020년 한 해에만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연거푸 발생했는데 당시 사망 원인이 과로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로 인해 쿠팡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처우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고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당시 사건으로 쿠팡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이 밖에도 △비서 성추행이 발단이 된 호식이 두 마리 치킨 불매운동 △갑질 논란으로 인한 BBQ치킨 불매운동 △본사 대표의 마약복용 사건으로 인한 봉구스밥버거 불매운동 △배출가스 조작 사건으로 인한 폭스바겐 불매운동 △일명 ‘땅콩회항’ 사건으로 불리는 오너 일가의 갑질 사건이 발단이 된 대항항공 불매운동 △남성혐호 논란으로 불거진 GS25 불매운동 등 다수의 기업이 다양한 이유로 불매운동의 타깃이 됐다.

 

오해의 비극 우지파동, 정치색 강한 광우병 파동…‘다 죽어라’식 불순한 불매운동도 빈번

 

그런데 최근 여론 일각에선 점차 잦아지고 있는 불매운동에 대한 비판적·회의적 여론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사실이나 오해에 기인했거나 특정인, 또는 특정 집단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불매운동을 조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특히 이러한 불매운동조차 파급력이 만만치 않고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를 낳는다는 점에서 불매운동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해에서 비롯된 불매운동 부작용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과거 80년대 우지파동이 꼽힌다. 당시 검찰은 일부 식품업체에서 ‘공업용 우지(쇠기름)’를 사용하고 있다는 익명의 투서를 받고 관련 업체 대표 및 실무책임자 10명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구속·입건했다. 이후 해당 업체들에 대한 대대적인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일부 기업은 존폐 위기까지 내몰렸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식품공전 규격에 어긋나는 제품은 단 한 건도 없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광우병 파동은 불매운동 자체가 특정 정치 집단의 정부에 대한 증오 유발 수단으로 이용된 사례로 평가된다. 당시 미국 쇠고기의 광우병 연관성에 잘못된 정보가 인터넷을 중심으로 유포됐고 급기야 미국산 쇠고기 불매운동과 수입반대 시위까지 발생했다. 시위는 약 4개월여에 걸쳐 이어졌는데 그 때 처음 등장한 시위도구가 촛불이었다. 이후 촛불집회는 진보세력의 상징이 됐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정부 집권 시기인 2019년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점유율이 광우병 논란 이후 최초로 50%를 돌파했다.

 

최근 여론 일각에서는 이번 SPC그룹 불매운동에 대해 다소 의아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주목된다. 시기적으로 과거의 불매운동과 다른 측면이 많은데다 특정 집단 주도로 이뤄졌던 과거의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불매운동은 과거 일본제품 불매운동 때와 마찬가지로 개선을 요구하는 항의 성격이 짙은데 반해 SPC그룹 불매운동은 오너의 사과, 재발방지 및 대책마련 약속 이후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기존의 모습과는 다르다는 시각이 많다.

 

▲ 최근 여론 일각에선 점차 잦아지고 있는 불매운동에 대한 비판적·회의적 여론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잘못된 사실이나 오해에 기인했거나 특정인, 또는 특정 집단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불매운동을 조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사진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불매운동 반대 게시물들. [사진-네이버블로그 캡쳐]

 

이에 과거와 마찬가지로 특정 집단이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번 불매운동이 등장하기 불과 2달여 전인 지난 7월 민노총 화섬노조 소속 제빵기사들이 자신들이 만든 빵을 먹지 말아 달라며 ‘자사 제품 불매운동’을 벌인 일이 있었다. 심지어 그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여성민우회, 민주노총 인천본부, 청년유니온, 청년행동 등 수많은 단체들이 불매운동 참여를 선언했다. 민노총 소속 제빵기사는 전체 제빵기사의 5%에 불과하다.

 

문제는 불매운동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특히 부작용 피해가 선량한 소비자나 경제적 약자인 소상공인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다반사라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앞서 진나 7월 민노총 소속 제빵기사들의 주도로 불거진 불매운동 당시 가맹점 매출이 떨어지자 참다못한 가맹점주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는 ‘불매운동은 민주노총 연대 요청에 의한 악의적 선동으로 발생한 폭력행위’라고 규정했다.

 

협의회는 “전체 5000여 명의 제빵기사 중 민주노총 소속 200명만 제외하고 4800명의 제빵기사가 사회적 합의 이행에 동감하는 상황이다”며 “수많은 제빵기사들이 땀 흘려 생산한 빵에 대해 불매를 선동하는 것은 자기부정행위이자 제빵기사들은 물론 점주들의 삶의 기반을 파괴하는 행위이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는 “지난 7월에도 그랬지만 이번 불매운동 역시 불미스러운 사고를 빌미 삼아 특정 집단이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벌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회장이 직접 나서서 사과하고 재발방지 및 안전관리 체계마련을 약속했는데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이어 “불매운동을 벌여서 우리 사회가 더 발전하고 나아지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어떠한 개선 요구나 이런 것도 없이 그냥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지 않느냐”라며 “SPC그룹 성패에는 본사·협력업체 소속의 수많은 직원과 가맹점주들이 생사가 걸려 있다. 섣부른 불매운동은 한 가정을 책임지는 수많은 가장과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구성원들 전부 망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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