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셧다운이 남긴 교훈 ‘탈(脫) 플랫폼’
카톡 셧다운이 남긴 교훈 ‘탈(脫) 플랫폼’

[Le view<137>]-카카오 블랙아웃 후폭풍 카톡 셧다운이 남긴 교훈 ‘탈(脫) 플랫폼’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에 서비스 전부 먹통, 피해사례 속출

르데스크 | 입력 2022.10.18 16:05
▲ 지난 주말(15~16일) 발생한 ‘카카오 블랙아웃’ 사태 이후 여론 안팎에선 특정 플랫폼 독점에 대한 각자의 대처 움직임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카카오톡 오류 안내 화면. [사진=뉴스1]

 

지난 주말(15~16일) 발생한 ‘카카오 블랙아웃’ 사태로 대한민국이 충격에 휩싸였다. 무려 94.4%(2018년 기준)의 점유율을 가진 공룡 메신저 플랫폼과 파생 서비스 이용이 중단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들끓었다. 일상생활이 아예 마비될 정도의 충격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사실상 주말 내내 전 국민이 ‘패닉’에 빠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은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된 상태이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이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 민간 기업의 데이터센터 화재가 심각한 국민 피해로 이어졌다는 사실에 우려감을 나타내는 여론이 많다. 특히 이번 일을 교훈삼아 나름의 대책을 강구하는 움직임이 우후죽순 등장해 주목된다.

 

‘국민 플랫폼’ 카카오 먹통 사태에 국민 일상 시계도 멈췄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5일 오후 3시 30분경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에 위치한 SK 판교캠퍼스 A동 지하 3층 전기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발화 8시간 만인 오후 11시 45분경에 진화됐다. 당시 화재로 건물 전기 공급이 중단되면서 해당 건물에 서버실을 두고 있던 카카오와 네이버 등의 서비스 이용에 장애가 발생했다. 네이버의 경우 일부 서비스만 제한됐으나 서버실 규모가 컸던 카카오의 경우 대부분의 서비스 이용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카카오가 화재 진압 이후 서버 복구 작업을 진행했지만 작업 규모가 워낙 방대했던 탓에 완전 정상화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불과 수일에 불과했지만 카카오 플랫폼 중단 사태의 파장은 상당했다. 그동안 카카오가 사실상 독점이나 다름없는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의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택시, 지도, TV, 네비게이션, 인터넷은행 등 다양한 연계 서비스를 전개해왔던 탓이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SNS,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피해 사례가 줄줄이 등장했다. 일례로 취업준비생 A씨의 경우 서류면접에 합격한 회사로부터 AI면접과 코딩테스트 안내를 메일로 받았는데 카카오 메일함 확인이 불가능해 결국 일요일에 봐야하는 시험을 치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카카오톡으로 배달 주문을 받는 자영업자 B씨는 서비스 오류로 주말 매출이 절반 이하로 뚝 끊겼다는 토로의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평소 카카오뱅크만 이용하는 직장인 C씨는 주말 친구 결혼식 불참으로 축의금을 계좌로 전달해줘야 하는데 앱 접속이 되지 않아 결국 뒤늦게 전달했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D씨는 카카오 연동 서비스 이용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쳤다고 호소했다. 이 밖에 각종 온라인 쇼핑몰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등 카카오톡 간편 로그인이 가능한 사이트 이용에 애를 먹었다는 항의도 빗발쳤다.

 

편리함 앞세운 공룡 플랫폼의 민낯…“법·제도 바꾸고 소비자도 변해야”

 

사실상 전 국민이 이용한다고 해도 무방한 시장점유율 94.4%의 메신저 서비스와 관련 파생 서비스 등을 전개하는 카카오 플랫폼 장애 사태는 우리 사회에 큰 숙제를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당연하게 사용해오던 카카오 플랫폼이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면서 저마다의 대책을 강구하는 움직임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 사이에선 그동안 단일 플랫폼 사용의 편리함에 취해 위험성을 간과했던 행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메신저부터 은행, 모빌리티, 결제, 쇼핑, 이메일 등의 이용에 있어 다른 업체 서비스도 이용도 병행하려는 시도가 대표적이다. 현재 시중에는 카카오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여럿 존재한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카카오처럼 한 개의 아이디로 여러 서비스를 함께 이용할 순 없지만 약간의 수고로움만 감수한다면 얼마든지 카카오 관련 서비스의 대체제를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일례로 메신저의 경우 라인이나 페이스북 메신저, 텔레그램 등이 있다. 모빌리티도 티맵이 카카오T와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메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네이버, 줌, 구글, 네이트, MSN 등 무수히 많다.

 

대학생 김승수 씨(23·남)는 “지난 주말 카카오 관련 서비스가 전부 먹통이 되면서 상당한 불편함을 느꼈다”며 “카카오톡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별도의 회원가입 없이 사용할 수 있는 파생 서비스를 이용했는데 이번 기회에 카카오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그렇게 높았는지 새삼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편리함에 취해 아무생각 없었는데 막상 카카오 먹통 사태를 겪고 보니 내 일상이 카카오에 저당 잡힌 듯한 기분이 들었다”며 “현재 메신저부터 각종 모빌리티 앱, 일반 시중은행 앱 등 여러 회사의 앱을 깔고 있다. 주변 친구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서둘러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소비자의 플랫폼 이용행태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나의 플랫폼이 아닌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해야 혹시나 모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통해 편리함에 가려진 플랫폼의 폐해가 드러났다”며 “아직까지 공룡 플랫폼의 독점 형태가 유지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 스스로 플랫폼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소비패턴 변화 뿐 아니라 법·제도 개정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와 정부, 각 시민단체에서는 플랫폼 독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변호사협회·대한건축사협회는 “플랫폼 기업이 급성장하면서 자율시장 독과점이란 형태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합리적 대응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카카오 플랫폼의 독점에 대한 정부 개입 가능성’에 대해 “만약 독점이나 심한 과점 상태에서 시장이 왜곡됐다면, 그것이 국가의 기반 인프라와 같은 정도를 이루고 있다면, (정부는)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제도적으로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한다”며 “그런 문제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지금 검토를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도 플랫폼 독과점의 부작용 억제를 위한 입법을 줄줄이 예고하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로 다수의 국민들과 전문가들이 과도한 독과점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하는 만큼 여야가 독과점 방지와 실효성 있는 안전책에 합의해서 좋은 안을 조속히 만들겠다”고 피력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국회) 과방위뿐만 아니라 정무위, 산업위, 국토위 등 관련 상임위에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백업 시스템 구축 실태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겠다”며 “이번 사건을 게기로 디지털 플랫폼 재난에 속수무책이 되지 않도록 신속히 입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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