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는 애국심 가면 쓴 도 넘은 시장개입”
“망 사용료는 애국심 가면 쓴 도 넘은 시장개입”

[지금 대한민국<118>]-망 사용료 논란(下-소비자편익) “망 사용료는 애국심 가면 쓴 도 넘은 시장개입”

‘국내 기업은 내고 해외 기업은 배짱’ 주장에 국회도 호응

르데스크 | 입력 2022.10.14 16:00
▲ 최근 여론 안팎에선 ‘망 사용료 의무화’ 입법 추진 움직임을 두고 자유시장 체제를 흔드는 과도한 시장개입이라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사진은 넷플릭스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게임 출연진의 모습. [사진=뉴스1]

 

국회의 ‘망 사용료 의무화’ 입법 추진 움직임에 대한 반발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법안 추진의 결정적 명분이 된 국익 훼손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어서다. 여론 안팎에선 해외 빅테크 기업의 망 이용률이 높은 이유는 결국 소비자의 선택 때문이라며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면 논쟁거리조차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망 사용료 부과 문제의 본질은 결국 시장경쟁에 있다며 국회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 보단 국내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원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한국 소비자 사로 잡은 해외 OTT…가격 대비 만족도 측면서 토종 OTT에 우위

 

현재 우리나라 OTT(Over The Top, 인터넷을 통한 미디어 콘텐츠 제공 서비스) 시장은 해외 빅테크 기업들 간의 각축장으로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넷플릭스, 유튜브프리미엄, 디즈니플러스 등과 같은 해외 빅테크 기업이 사실상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상태다. 토종 기업들이 선전하곤 있지만 시장 점유율에선 해외 기업에 비해 한참 뒤쳐져 있다.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OTT 서비스별 유료이용률(복수응답) 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점유율 1위는 넷플릭스다. 점유율은 무려 60%에 달한다. 2위는 유튜브프리미엄으로 점유율은 25%다. 이들 플랫폼 운영사는 모두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 토종 브랜드인 티빙과 웨이브는 각각 18%, 17% 등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3위와 4위를 차지했다. 신규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와 디즈니플러스는 각각 12% 점유율로 공동 5위를 기록했다.

 

관련업계 안팎에선 5위권 내에 해외 기업 3곳과 국내 기업 3곳이 나란히 올라 있지만 점유율 측면에서 보면 사실상 해외 기업이 국내 OTT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단순 시장점유율 외에 유료 이용자 통계를 보면 국내 기업 전부를 합쳐도 넷플릭스를 간신히 넘는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국내 OTT 월 실사용자(MAU, 안드로이드·iOS 합산) 순위는 △넷플릭스 1153만명 △웨이브 433만명 △티빙 386만명 △쿠팡플레이 302만명 △디즈니플러스 153만명 △시즌 144만명 △왓챠 112만명 등의 순이었다. 조사 대상에서 유튜브프리미엄이 제외된 점을 감안하면 해외 기업과 국내 기업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이러한 결과는 해외 OTT와 토종 OTT 간에 경쟁력 차이에서 비롯된 결과로 평가됐다. 쉽게 말해 토종 OTT가 해외 OTT에 비해 경쟁력 측면에서 밀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선택에서도 밀려났다는 게 관련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디지털전환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들은 디지털 콘텐츠 선택에 있어 경제적 요인, 콘텐츠 내용, 개인 취향 등을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를 동시에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인은 경제성과 콘텐츠였다. 비슷한 가격이면 볼거리가 많은 OTT를, 볼거리가 비슷하면 가격이 저렴한 OTT를 선택하는 식이다. 해외 OTT들은 일찌감치 자체적으로 콘텐츠를 생산해 경쟁력을 키워왔다. 덕분에 오징어게임, 킹덤 등 글로벌 히트작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토종 OTT들도 뒤늦게 자체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히트작’이가 표현할 만한 콘텐츠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격경쟁력 측면에서도 토종 OTT는 해외 OTT에 비해 이렇다 할 비교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동시접속 4명까지 가능한 요금제만 놓고 비교했을 때 해외 OTT의 경우 넷플릭스 월 1만7000원, 디즈니플러스 월 9900원(연 9만9000원) 등이다. 토종 OTT의 월 이용료는 티빙 1만2900원, 왓챠 1만2900원, 웨이브 1만3900원 등으로 넷플릭스 보단 싸지만 디즈니플러스 보단 비싸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망 사용료 부과 논란, 국내 기업이 소비자 선택 받으면 곧장 해결될 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망 사용료 의무화 논란에 대해서도 부당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여론이 적지 않다. 망 사용료 논란은 해외 빅테크 기업의 망 점유율이 높다는 사실에서 발단이 됐는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시장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고 정치권의 개입 또한 부당한 시장개입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기부 국감에서 “망 사용료 논란은 관련된 콘텐츠 창작자와 일반 국민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민간 기업 간 갈등을 정치권이 개입해 입법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문제다”고 주장했다. 시장경쟁 체제에 함부로 개입할 경우 일반 국민이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튜버는 “넷플릭스, 유튜브 등의 망 점유율이 높은 것은 그만큼 국내 소비자들의 이용이 많다는 것 아니냐”며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 기업 보다 더 경쟁력을 갖췄으면 당연히 상황은 바뀌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국내 기업 역차별이니 국가적 손해니 하는 이야기도 없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결국 문제의 본질은 시장경쟁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외 기업에 밀렸다는 사실이다”며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갖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면 전부 해결되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정치권에서 뒤늦게 개입해 해외 기업에 불리한 조치를 취한다면 시장에 국가가 개입한 꼴이 된다”며 “이는 분명 시장주의 원칙에 위배된 행위고 우리가 먼저 반칙을 쓴다면 다른 나라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 통과될 경우 해외 시장에서 국내 콘텐츠기업에 부메랑처럼 돌아와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당장 미국 정부의 보복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한 쪽 이야기를 들었으면, 다른 쪽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며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국내 OTT가 경쟁력을 갖추고 서로 대화가 통하는 국내 기업끼리 합의를 통해 망 사용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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