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는 ‘디지털 쇄국정책’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는 ‘디지털 쇄국정책’

[지금 대한민국<119>]-망 사용료 논란(中-국익비교) 황금알 낳는 거위 배 가르는 ‘디지털 쇄국정책’

망 사용료 부과 움직임에 K-콘텐츠 글로벌진출 제동 우려 확산

르데스크 | 입력 2022.10.13 17:35
▲ 최근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을 둘러싼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가 먼저 망 사용료 부과를 법제화 할 경우 해외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조치가 취해지고 결국엔 국내 콘텐츠 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사진은 망사용료 반대 서명 참여 독려 영상. [사진=유튜브코리아]

 

우리나라 통신 인프라를 사용하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사용료를 부과하자는 내용의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을 둘러싼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익을 위해 외국 기업의 ‘무임승차’를 방지하고 정당한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는 법 개정 취지와 달리 오히려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여론 안팎에선 우리나라가 먼저 망 사용료 부과를 법제화 할 경우 해외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조치가 취해지고 결국엔 국내 콘텐츠 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주장이 일고 있다. 만에 하나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 시장 철수를 결정할 경우 게임, 음악, 영화 등 한국 디지털 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4000조원 규모 황금알 시장, 한국은 전망 밝은 게임·음악 분야에서 강세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은 매 년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지난 2016년 2조870억달러(약 2890조원)에서 지난해 2조4420억달러(잠정치, 약 3486조원) 규모로 무려 3600억달러(약 513조원)이나 늘었다. 2024년에는 2조7980억달러(약 3994조원) 규모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지난해 기준 콘텐츠 분야별 시장 규모는 △지식정보 콘텐츠 9112억달러(약 1300조원) △광고 5802억달러(약 828조원) △방송 4848억달러(약 692조원) △캐릭터·라이선스 2940억달러(약 419조원) △출판 2530억달러(약 361조원) △게임 1548억달러(약 220조원) △음악 519억달러(약 74조원) △영화 276억달러(약 39조원) △만화 89억달러(약 12조원) △애니메이션 51억달러(약 7조원) 등이었다.

 

성장률은 규모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 애니메이션(82.1%), 영화(78.1%), 음악(27.2%), 게임(8.3%) 등의 순으로 성장률이 높았다. 애니매이션은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저효과로 인해 상승률이 높았던 반면 영화, 음악, 게임 등은 실질적으로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게임과 음악은 최근 5년 간 연평균 성장률이 가장 높았으며 2024년까지 각각 6.63%, 3.51% 등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별 글로벌 콘텐츠 시장 규모는 미국이 8620억달러(약 1231조원)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중국 3825억달러(약 546조원) △일본 1979억달러(약 282조원) △독일 1119억달러(약 159조원) △영국 1091억달러(약 155조원) △프랑스 759억달러(약 108조원) △한국 668억달러(약 95조원) △캐나다 599억달러(약 85조원) △브라질 463억달러(약 66조원) △이탈리아 458억달러(약 65조원) 등이었다.

 

세계 7위 규모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콘텐츠는 매 년 높은 수출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은 전년 대비 13.9% 증가한 150억달러(약 21조원)에 달했다. 분야 별 수출액 규모는 △게임 94억3540만달러(약 13조4341억원) △음악 9억4135만달러(약 1조3402억원) △캐릭터 7억1776만달러(약 1조220억원) △방송7억9만달러(약 9969억원) △지식정보 6억6659만달러(약 9492억원) △출판 4억2838만달러(약 6100억원) 등이었다. 게임과 음악, 캐릭터, 방송 등이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콘텐츠 수출 비중을 보면 게임과 음악, 캐릭터 등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해외 시장의 흐름상 상당히 고무적인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며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게임과 음악은 최근 5년 간 연평균 성장률이 가장 높았고 향후 성장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기 때문에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K-콘텐츠의 위상 또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 통과되면 K-콘텐츠 직격타…누가 봐도 소탐대실 헛발질”

 

이런 가운데 최근 정치권에서 입법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은 우리나라 콘텐츠 시장 성장과 수출 확대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가 먼저 망 사용료 부과를 법제화 할 경우 해외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조치가 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해외에서도 망 사용료 부과가 법제화된다면 우리나라 게임업체는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박혁태 정책본부 산업정책팀장은 “콘텐츠 유통의 시작이자 끝이 되는 인터넷 망에 이용대가 개념을 법제화하고 콘텐츠 사업자에게 이용대가를 부과한다면 이로 인한 여러 가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에서도 한국과 유사한 제도를 시행해 해외로 진출한 한국 콘텐츠 사업자가 해외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에게 망 이용료를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통신망 비용 인상으로 인하여 소비자 이익이 저해될 수 있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CP에 대한 대응취지가 자칫 국내 CP, 또는 중소 CP에 대한 역차별 내지 부담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체부 역시 “국내 CP(콘텐츠 제공 사업자)가 해외 진출 시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굳이 입법을 추진해야할 만큼 시급한 문제인지 의문이다”며 “CP의 의견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일각에서는 글로벌 빅테크의 국내 시장 철수 결정 가능성을 언급하며 만약 철수가 현실화된다면 우리나라 콘텐츠의 글로벌 진출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유튜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 기반 유튜브 채널의 영상 시청 시간 중 35%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해외에서도 우리나라 콘텐츠를 즐겨 본다는 의미다.

 

유튜브는 특히 성장 잠재력이 높은 우리나라 음악 콘텐츠의 해외 시장 개척에 기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채널을 이용하는 미디어 및 음악 관련 기업의 72%는 유튜브가 전 세계 신규 잠재 고객에게 도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인식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운영이 전반적인 수익 증대에 도움 된다는 응답도 62%에 달했다. 또 유튜브가 새로운 아티스트와 음악이 성공을 거두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답변도 87%나 됐다.

 

류경재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국내 콘텐츠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이 가속화 되는 상황에서 만약 해외에서 망 사용료 문제가 불거질 경우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전체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며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교각살우’ 측면이 없는지 살펴보고 망중립성의 본질적 가치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대호 성균관대 교수(인터랙션사이언스과)는 “국내 통신사들이 망 사용료 의무화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형평성과 국익이다”며 “현재 네이버는 통신3사에 연 700억원, 카카오는 300억원 등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트래픽 양을 감안했을 때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통신3사가 받는 돈은 1조원이 채 되지 않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통신3사가 받는 망 사용료는 현재 우리나라 콘텐츠 기업 수출액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 될 것이고 성장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그 차이는 더욱 커지게 된다”며 “만약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통과돼 부작용이 현실화 될 경우 ‘소탐대실’을 자초한 최악의 결정으로 남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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