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속 입법이 빚은 反세계화·反디지털 혼란
졸속 입법이 빚은 反세계화·反디지털 혼란

[지금 대한민국<117>]-망 사용료 논란(上-사회갈등) 졸속 입법이 빚은 反세계화·反디지털 혼란

유튜브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에 네트워크 설비 이용료 부과 골자

르데스크 | 입력 2022.10.12 17:37

 

▲ 최근 한국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콘텐츠제공사업자)에 국내 통신망 이용료를 부과하는 입법 움직임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망 사용료 입법 반대를 주장하는 넷플릭스 경영진의 모습. [사진=뉴스1]

 

망 사용료 의무화 법안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망 사용료’란 유튜브, 트위치 등 한국 소비자가 주로 이용하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콘텐츠제공사업자)에 국내 통신망 이용료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국내 통신사들은 해외 CP가 발생시키는 트래픽 양이 급증해 원활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네트워크와 설비 투자 부담이 크다고 토로해 왔다.

 

논란은 국회가 망 사용료 지불을 법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본격화됐다. 전해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12월 처음 대표 발의한 이후 김영식·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김상희·이원욱·윤영찬 민주당 의원, 양정숙 의원(무소속)까지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해외 CP가 국내 인터넷망을 이용해 수익을 올리면서 정작 아무런 대가도 치루지 않는다는 일부의 비판을 의식한 결과였다.

 

최근 해당 법안의 통과 움직임이 등장하자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정부 부처, 소비자 시민단체 등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공공재인 통신 인프라가 특정 기업의 수익 창출에 활용될 경우 종국엔 더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정보 양극화, 국내 콘텐츠 산업 경쟁력 악화, 소비자 부담 증가 등은 망 사용료 부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 지목됐다.

 

통신업체 손 들어준 국회 졸속 입법에 빅테크·정부·소비자 일제히 반발

 

현재 국회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망 사용료와 관련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총 7건이 발의된 상태다. 여야 할 것 없이 해외 기업들이 국내 통신 인프라에 무임승차해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고 있어 국익훼손이 불가피하다는 통신사들의 주장을 수용한 결과다. 발의된 개정안 내용 대부분 망 사용료 지불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로벌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정부 부처, 소비자 시민단체, 유튜버 등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은 망 사용료 입법 움직임에 대해 일제히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그래픽=픽사베이]

 

한동안 여론의 관심 밖에서 맴돌던 망 사용료 이슈는 최근 국회가 해당 개정안의 처리를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재조명되고 있다. 대대적인 반대 움직임이 일면서 사회갈등 양상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비롯해 정부 부처, 소비자 시민단체, 유튜버 등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이 일제히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심지어 국회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거텀 아난드 유튜브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지난 20일 유튜브 공식 블로그를 통해 망 사용료 부과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다. 망 사용료 법안이 통과되면 한국에서의 사업 운영 방식 변경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그는 “망 이용료는 콘텐츠 플랫폼과 국내 창작자들에게 불이익을 주면서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만 이익을 챙길 수 있도록 해준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않다”며 “추가 비용은 결과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 및 유튜버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진흥·육성을 주도하는 문화체육관광부도 법안에 대해 우려 입장을 피력했다. 문체부는 망 사용료 법에 대해 “국내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어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국내 CP(콘텐츠제공사업자)가 해외 진출 시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굳이 입법을 추진해야할 만큼 시급한 문제인지 의문이다”며 “CP의 의견이 반영돼야 할 것이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같은 이유로 게임업계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먼저 망 사용료 부과를 의무화 할 경우 해외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고 결국엔 국내 게임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글로벌 CP(콘텐츠제공사업자)에 대한 대응취지가 자칫 국내 CP 내지 중소 CP에 대한 역차별 내지 부담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비자 시민단체들도 일제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미 시장 내에서 우월적 지위를 가진 글로벌 CP가 망 사용료를 지불할 경우 결국엔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현재 사단법인 오픈넷에선 망 사용료 의무화 반대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반대 서명에 참가한 인원은 11일 기준 23만5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많은 콘텐츠 크리에이터들도 반대 서명 참여를 독려하며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CP가 국내 통신사에 지불하는 망 이용료는 결국 소비자나 유튜버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대 서명에 참가한 일반 소비자들도 CP의 비용 부담이 늘어날 경우 이용료 인상, 품질 저하 등이 불가피하다며 결국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크게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란만 키우고 발 빼는 국회, 찬·반 양측 벼랑 끝 갈등은 ‘현재진행형’

 

망 사용료 의무화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거세지자 관련 법안을 추진하던 국회 내에서도 기존과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법 개정을 추진하던 과거와 달리 ‘신중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대선후보 시절 망 사용료를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일 트위터를 통해 “망 사용료 (의무화)법에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며 과거와 반대되는 입장을 밝혔다.

 

 

▲ 개정안 발의로 갈등에 불을 지핀 국회는 서서히 발을 빼고 있지만 망 사용료 관련 이슈로 인한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찬성과 반대 측 모두 국익과 애국심, 소비자 편익 등 막강한 명분을 내걸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사진은 국회 본회의장. [사진=뉴스1]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위원장은 “소수의 국내 ISP(통신사업자)를 보호하려는 편협하고 왜곡된 애국마케팅을 하다가 국내 CP(콘텐츠사업자)의 폭망을 불러올 위험천만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노골적인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국회 과방위 위원인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도 “국내 콘텐츠 제작자들이 이 부담을 직격탄을 맞게 된다”며 “망 사용료 문제는 좀 더 신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 발의로 갈등에 불을 지핀 국회는 서서히 발을 빼고 있지만 망 사용료 관련 이슈로 인한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만큼 찬성과 반대 측 모두 국익과 애국심, 소비자 편익 등 막강한 명분을 내걸고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통신 3사와 함께 오는 12일 ‘망 무임승차 하는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간담회를 통해 망 사용료 부과에 대한 타당성을 역설하겠다는 계획이다.

 

KTOA 관계자는 “글로벌 빅테크가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어 (망 사업자 사이에서는 이를 더는) 방치하면 안 되겠다는 공감대가 있었다”며 “향후 망 사용료 입법 필요성에 대해 의원 보좌진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오해와 진실’ 자료 배포 등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반대 측은 현재 진행 중인 입법 반대 서명운동을 확대 전개하고 글로벌 빅테크뿐 아니라 국내 중·소형 업체의 합세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유튜버는 “망 사용료는 도로가 새로 생겨 가게를 냈다고 도로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논리다”며 “물론 교통유발부담금이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세금이고 세금은 공공을 위해 사용되는 개념이다. 민간 통신사의 배를 불려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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