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치인 청춘들, 떠밀리듯 좇는 무지출 챌린지
고물가에 치인 청춘들, 떠밀리듯 좇는 무지출 챌린지
▲ 어느 한 휴계소 지난해 9월 도깨비 핫도그는 3500원, 횡성한우핫도그 3500원, 토네이도핫도그 4500원 이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도깨비 핫도그는 4000원, 횡성한우 핫도그는 4500원, 토네이도핫도그 5500원으로 인상됐다. 사진은 지난해 9월 휴계소 사진. ⓒ르데스크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조짐에 무지출 챌린지가 2030세대 특히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매일 점심값과 출퇴근 교통비 등 지출이 나오는데 점심 한끼에 먹는 가격이 인상되고 택시비까지 오를 예정이라 절약하는 정신 함양을 기르기 위해 SNS상으로 절약하는 일상을 공유하며 무지출을 위한 방향성을 추천하거나 서로를 독려하기도 한다고 한다. 외식 지출을 줄이기 위해 자연스럽게 일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무지출 챌린지는 하루 지출 0원을 실천하는 요즘 유행하는 단어로 한 푼이라도 씀씀이를 줄이려는 소비형태를 말한다. 짠돌이와 재태크를 합성한 신조어인 짠테크 열풍이 불며 매일 가계부 쓰며 불필요한 지출 줄이고 소비를 점검한다. 카카오에서 선물 받은 상품권 등을 중고로 팔거나 리뷰작성 포인트, 걷기 포인트 등 앱과 재태크의 합성어인 앱태크가 대표적인 무지출 챌린지 사례다.

 

통계청이 집계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7월 6.3%로 1998년 11월인 6.8%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8월에는 5.7%로 소폭 하락하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6월 외식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나 올라 2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파른 물가 오름세에 재테크보다는 당장 소비·지출을 줄이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는 무지출챌린지 유행에 소비지출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사람들이 늘면서 초저가 상품을 여기저기서 내놓고 있다. 프랜차이즈 편의점들은 도시락 매출 증가율이 7월 한 달 기준 전년동기 대비 평균 40% 이상 늘었다. 쳐는 35.8% 증가했고 GS25는 50.4%, 세븐일레븐은 40%, 이마트24에서는 49%가 늘었다. 가격대별 도시락 상품 수를 살펴보면 5000원 미만이 압도적이다.


무지출챌린지는 청년들 놀이? … MZ세대, 소득은 적고 주택마련을 위한 부채 증가

 

무지출 챌린지의 유행을 소비뿐 아니라 소비를 억제하는 행태까지 SNS에 노출하는 청년들의 보여주기식 행동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무지출챌린지는 근본적으로 경제위기에 취약한 청년들의 고단한 상황을 반영하는 유행이다. 소득은 적고 부채는 많은 2030 청년들이 지출을 줄이는 행위가 고물가, 고금리 상황과 만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한국은행에 MZ세대의 현황 및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는 우리나라 인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나 소득, 자산, 부채, 소비 등 이전세대보다 취약한 모습이다. 먼저 2018년 2030 연령대의 근로소득은 2000년대와 비교하면 1.5배 정도 높아졌지만 40·50세대가 1.8배 정도에 비해 높은 수치는 아니다.

 

2018년 20·30세대의 총부채는 2000년도에 비해 4.3배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2018년 X세대 2.4배, 베이비부머세대 1.8배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총부채 증가는 MZ세대의 주택마련을 위한 금융기관 차입에 주로 기인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에 고소득자 직장인들도 타격을 받으면서 그간 소비 중심의 부나 명품을 과시하는 플렉스 문화에서 짠테크로 전환하는 시기로 보고 있다. 고물가 추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무지출 열풍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인 기자도 지출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한 실천을 해봤다. 일단 가계부 앱을 다운받았다. 생각보다 종류도 많고 사용하기 편했다. 가계부 앱을 보니 필수 항목 식비, 교통비의 내역이 꽤 컸다.

 

가계부를 보니 한눈에 얼마를 썼는지 가격과 통계로 볼 수 있어 가계지출을 줄이는 데 유용했다. 커피값을 절약하기 위해 카누를 사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집에서 만들어 마셨다. 그러나 맛있는 커피에 적응된 청년들은 인스턴트커피 맛으로는 챌린지를 오래 못할 것 같아 다른 방법을 연구했다. 챌린지가 습관이 되기 위해선 지속 가능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스턴트커피나 프랜차이즈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보단 자동식 커피 기계를 직구로 커피로 인한 소비를 방법도 생각했다. 매달 프랜차이즈에서 커피를 마시면 하루 평균 5000x30이니 한 달 15만 원을 아끼는 셈이다. 커피 기계는 커피콩을 넣으면 자동으로 갈아 넣어 내려주는 기계로 선택한다. 그러면 카페를 가지 않아도 거의 비슷한 맛으로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직구로 구매하면 괜찮은 기곈은 평균 70만원 정도의 커피머신을 50만원으로 살 수 있다.

 

▲ 가계부를 보니 한눈에 얼마를 썼는지 가격과 통계로 볼 수 있어 가계지출을 줄이는 데 유용했다. 사진은 가계부 앱 캡쳐, SNS 무지출챌린지 관련 피드 캡쳐. ⓒ르데스크

  

그리고 출출할 때 생각나는 배달 앱을 지웠다. 요즘은 대부분의 유명한 음식점도 배달 앱에 등록돼 있고 심지어 편의점 음식·물건들도 쉽게 배달된다. 음식점에 가서 음식을 픽업하는 것이나 편의점에 가서 주전부리를 사는 것도 피곤하면 귀찮아서 가지 않는데 배달 앱을 보면 유혹을 뿌리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 만에 다시 깔게 됐다. 혼자 먹게 된다면 바쁜 일상생활에 먹고 싶은 음식을 사러 가는 것보다 자기 계발할 시간이나 휴식을 취하는 시간에 더 투자할 만하기 때문이다.

 

앱에서 포인트를 받는 앱 테크 중 매일 퀴즈를 풀거나 설문조사에 참여하거나, 도보 수 늘리기, 리뷰 작성하면서 포인드 받기를 해봤다. 생각보다 주는 포인트가 얼마 되지 않고 바쁜시간을 쪼개 하기에는 효율이 떨어져 작심삼일도 작심일일로 그쳤다.


지출을 줄이기 시작하는 마음을 먹고 나서는 지인과의 약속에도 “이번 주는 저지출챌린지 하고 있으니 밥은 네가 좀 사달라”는 말을 하고 싶은 마음도 들며 저녁 약속이 부담스러워졌다. 무지출이라는 압박을 가지니 정말 자기계발이나 자신에게 꼭 필요한 상황에까지 돈을 아끼는 상황까지 연출되는 것이다.


무지출 챌린지는 지나친 절약이 타인과의 소통 단절과 자기계발 저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나 고물가 시대에 어느 부분에선 불필요한 소비를 깨닫고 절약할 수 있는 계기가 돼 긍정적인 도전이지만 목적성을 상실하면서 자기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지출까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은희(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적은 돈이더라도 생각없이 쓰게되면 결국 큰 돈이 되는건 시간문제다"며 "짠테크는 물가가 비싸 그만큼 아껴야 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현실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절약하는 생활로 무분별한 소비를 깨닫고 절약하기 위해 저녁소비를 하지않고 사람도 안만나도 집에 들어가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소비를 줄인다고 해서 개인 계발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핑계로 보여지기 때문에 무지출에 함몰되지는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