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급여 받으며 돈벌이, ‘쌀먹’에 무너진 청년정신
실업급여 받으며 돈벌이, ‘쌀먹’에 무너진 청년정신
▲ 청년층에서 게임으로 돈을 버는 일명 ‘쌀먹’이 노동·취업 욕구를 저하시킨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은 게임하는 청년. ⓒ르데스크


온라인게임을 통해 얻은 아이템이나 재화를 현금으로 거래하는 현상이 대중화되면서 부작용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게임에서 번 돈으로 쌀을 사먹는다는 뜻을 가진 ‘쌀먹’ 현상이 대표적이다. 일부 청년들은 아이템 거래가 소득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게임으로 돈을 벌면서도 실업급여 등 각종 지원혜택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고용부 등에 따르면 실업급여는 단기 아르바이트라도 수입이 있다면 받을 수 없다. 만약 이를 어기고 부당하게 실업급여를 지원받는다면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쌀먹의 경우 주로 개인과 개인 간 거래로 이뤄지다보니 신고 없이는 적발이 쉽지 않다. 때문에 쌀먹 행위가 청년들의 근로·취업 의지를 저하시키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게임하면서 돈벌기 ‘쌀먹’의 그림자…“실업급여 받는데, 힘들게 왜 일하나”

 

최근 계약 만기로 실업급여를 받으면서 쌀먹을 하는 김모(29) 씨는 아르바이트로 버는 돈보다 실업급여를 받으며 쌀먹을 하는 게 더 편하고 수입도 높다고 밝혔다. 또한, 당장 취업을 하면 지원금과 쌀먹보단 많이 벌 수 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고 지원금을 받는 기간 동안 편하게 쉴 수 있어 굳이 실업급여 기간에 취업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김 씨가 쌀먹으로 수입을 내는 게임은 넥슨이 2003년부터 서비스 중인 아스가르드다. 레벨별 사냥터에 따라 다르지만 김 씨의 수입은 시간당 5000만그리드(5000원)다. 이는 안정적인 수입이고, 득템(좋은 아이템을 얻음)을 할 경우 벌어들이는 돈은 몇 배씩 증가한다.

 

▲ 쌀먹의 경우 주로 개인과 개인 간 거래로 이뤄지다보니 신고 없이는 적발이 쉽지 않다. 사진은 김모(29) 씨의 아이템 거래내역.ⓒ르데스크

 

판매는 주로 무통장 입금 방식으로 이뤄진다. 과거 쌀먹이 정착되지 않던 시절에는 아이템매니아나 아이템베이 등 전문 거래 사이트를 사용했지만, 수수료가 높다 보니 개인 간 거래가 성행하는 추세다. 거래는 게임 내에서 혹은 인터넷 카페, 음성채팅 디스코드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금액은 무통장으로 입금돼 수수료나 세금을 내지 않는다.

 

쌀먹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아스가르드같이 안정적인 수입원을 제공하는 게임이 있는 반면, 수입이 일정치 않지만 한 번에 큰 대박을 노릴 수 있는 게임도 있다. 마비노기의 경우 고레벨이 될수록 유지비도 비례해 올라가 안정적인 수입은 기대할 수 없다. 다만, 레이드를 통해 대박 아이템을 노릴 수 있다.

 

대학생 박모(25) 씨는 오후 9시가 되면 바빠진다. 마비노기 블랙드래곤이 출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블랙드래곤을 사냥해서 운이 좋으면 현금 40만원 상당의 아이템을 얻을 수 있다. 해당 아이템을 한 번 득템(아이템 획득)한 박 씨는 하루도 빠짐없이 블랙드래곤 사냥에 나서고 있다.

 

확률이 낮고 고정 수입이 되긴 힘들지만 반대로 잘 나오는 시기에는 어지간한 아르바이트 이상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박 씨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복권을 긁듯 짧은 시간에 보스 몬스터 하나로 대박을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비단 쌀먹은 마비노기나 아스가르드뿐만 아니라 대부분 게임에서 이뤄진다. 최근 쌀먹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로스트아크부터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디아블로 등 MMORPG는 물론이고, 유저들끼리 거래 자체를 막아 놓은 모바일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리그오브레전드같은 AOS게임도 계급을 대신 올려주는 방식의 ‘대리’ 게임의 형태로 ‘쌀먹’하는 이들도 존재한다. 방식은 달라도 게임을 통해 소득에 잡히지 않는 돈벌이를 할 수 있는 것이다.

 

▲ 쌀먹의 경우 방식은 달라도 게임을 통해 소득에 잡히지 않는 돈벌이를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청년들의 취업·근로의지 저하 우려가 제기된다. ⓒ르데스크

 

기자가 직접 게임 내 아이템과 재화를 팔아봤다. 아이템매니아와 같은 아이템 거래 사이트가 아닌 개인 거래를 이용했다. 게임 내 화폐인 골드를 전문적으로 매입하는 사람에게 연락해 판매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게임 관련 인터넷카페에 재화를 구매한다는 판매글에 적힌 카카오톡 아이디에 연락한 이후 판매가격을 흥정한다. 계좌번호를 보내주면 미리 얘기된 금액의 현금을 입금한다. 이후 게임 내에서 구매자를 만나 합의한 골드를 건네주기만 하면 거래가 끝난다.

 

그러나 게임을 하면서 쌀먹으로 벌어들인 돈을 환산해보면 최저시급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만, 소득이 잡히지 않는다는 허점을 이용해 실업급여 등 정부가 지급하는 돈과 합치면 최저시급을 훨씬 웃도는 수익을 낼 수 있다.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힘들게 일 하거나 취업하기 위해 애쓸 필요성을 못느낀다는 게 쌀먹을 하는 청년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게임사도 답답함을 토로하긴 마찬가지다. 게임 업계에서도 쌀먹행위는 오랜 골칫거리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유저들끼리 거래가 활발할수록 게임사 수입이 적어진다. 그리고 과도한 쌀먹은 게임 내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경제를 망가트리고 게임 수명을 단축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위정현 게임학회 회장은 “쌀먹은 새로운 현상이 아닌 오래전부터 있던 현상으로 제거하기가 어렵다”며 “쌀먹이 성행하는 게임은 시스템이 망가져 수명이 단축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쌀먹을 통해 돈을 버는 건 청년들의 취직·근로 의욕을 저하시켜 사회적으로도 악영향이 큰 만큼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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