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처럼 번진 MBTI…“신뢰도 한계 뚜렷, 오남용 금물”
유행처럼 번진 MBTI…“신뢰도 한계 뚜렷, 오남용 금물”
▲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은 요즘 사람들, ‘MBTI 검사’를 통해 ‘나’를 들여다 본다. 사진은 홍대의 한 무인 MBTI 검사 카페. 여기에 천원만 투입하면 나의 성격에대한 설명글을 받을 수 있다. ⓒ르데스크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MBTI 성격유형 검사가 유행하고 있지만 과학적 근거는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MBTI 검사 결과를 흥미와 재미로는 볼 수 있지만 고정관념을 갖고 맹신하는 건 경계해야한다고 당부했다.

 

SNS 유행된 MBTI 결과 공유…신뢰도·타당도 한계 ‘과학적 근거’ 부족

 

MBTI는 SNS에 자신을 드러내기 좋아하는 MZ세대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로써 급격하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 대해 알고 싶은데 MBTI 결과를 통해 자신의 성향과 성격을 인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MBTI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며 ‘관계’를 맺어 같은 유형의 사람과는 동질감을 형성하기도 하고, 자신과 잘 맞는 유형의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기도 한다.

 

이처럼 과거 혈액형을 서로 물어보듯 최근 MZ세대는 MBTI 검사 결과를 서로 공유하며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MBTI를 요구해 직원을 뽑는 기업과 알바 채용공고가 등장하기도 하고 소개팅을 할 때 MBTI를 속이는 사례까지 나올 정도로 MBTI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MBTI는 내가 타고난 성격 유형이 무엇인지와 성격의 특성을 알려주는 검사다. 1900년대 초반 활동했던 정신분석학자 칼 융의 이론을 기반으로 캐서린 브릭스박사와 이사벨 마이어스 모녀가 각자의 이름 앞 글자를 따 MBTI라고 지었다. 엄마 캐서린 쿡 브릭스와 딸 마이어스가 인간의 성격이 이렇게 다양하게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위해 만든 일종의 검사 형태를 띤 것에 가깝다.

 

칼 융은 인간의 의식 속에 사고(T)·감정(F)·감각(S)·직관(N)이라는 4가지의 기본 심리 기능이 있다고 봤다. 브릭스 박사는 사람마다 이들 심리 기능이 있지만, 발달한 정도가 다르므로 개인별 성격 차이가 나타난다고 판단했다. 

 

▲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은 MZ세대를 중심으로 MBTI 검사가 유행하고 있다. 사진은 MBTI 검사 화면. ⓒ르데스크

  

MBTI 결과는 네 범주가 상반된 두 대극(對極) 기질로 구성된 총 16가지 성격으로 나뉜다. ▲사교적이고 활발한 외향(E)-얌전하고 정적인 내향(I) ▲사실적인 것을 보는 감각(S)-관념적인 직관(N), ▲분석적이고 객관적 사고(T)-공감적인 성향의 감정(F) ▲ 체계적이고 질서정연한 판단(J)형-자유분방한 성향의 인식(P) 등이 있다.

 

이를 조합하면 16개의 성격이 나온다. 예를 들어 ENTP는 뜨거운 논쟁을 즐기는 변론가, ESFP는 재기발랄한 연예인 등 유형들의 특징이 있다. 그러나 MBTI검사의 과학적 근거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칼 융조차 완전히 외향적인 인간과 완전히 내향적인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MBTI 검사 결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에 대해 의구심어린 견해를 내놓고 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 조직심리학자 아담 그랜트는 MBTI 검사로 측정된 성격은 직업적·궁합적으로 전혀 예측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과학적인 근거를 판단할 때는 신뢰도와 타당도가 중요하다. 신뢰도는 한사람이 여러 번 검사해도 변하지 않고 날씨와 기분 등과 상관없이 달라지지 않고 같아야 한다. 타당도는 어떤 검사로 도출되는 추론의 적절성과 정확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검사를 어디에 사용하고 그 사용하는 곳이 타당한지 보는 것이다.

 

MBTI 검사 질문을 보면 최근 상태에 따라 답변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신뢰도에 맞지 않는다. MBTI는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 결과를 통해 사람을 평가하고 미래까지 예측하는 것은 타당도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MBTI로 평가할 수 있는 건 최근 몇 년 동안 어떤 사회적 모습으로 살았는지 정도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실제 심리나 성격검사 등을 파악하는 정신건강 의료 현장에서도 MBTI는 검사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 강남 세브란스병원의 오주영 교수는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현장에서는 MBTI 검사를 활용하지 않는다”며 “대신 DSM-5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매뉴얼)나 MMPI(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재미·불안감 해소·동질감·소속감 등 MBTI 유행엔 ‘심리적 안정감’ 작용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MBTI의 등장한 건 근래의 일이 아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MBTI가 이렇게까지 사회에 큰 반향이나 열풍이 불진 않았다. 몇몇 관련 분야 사람들만 알고 있는 정도였는데, 최근 들어 우리 사회에 MBTI가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다양한 원인이 지목된다. MBTI를 통해 불안감을 해소하거나 동질감, 소속감 등을 얻는 등 심리적 안정감을 얻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조민국 (32·남) 씨는 일단 MBTI는 재미있다고 말했다. “엄청 어려운 질문도 없고 질문에 대한 답을 적으면 결과는 알파벳 조합으로 나타나는데 그게 내 성향이라고 나타나는 것이 게임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때 그것에 굉장히 열중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동의하면 더 공감된다. 그리고 나의 성향은 인구의 몇 %라고 알려주니 게임처럼 흥미 요소가 들어가 있다.

 

MBTI 열광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자신에게 맞는 타입을 미리 알아두고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MBTI를 통해 알게 되면 효율적이라는 인식이다. 우리 사회는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SNS 등 인터넷을 통해 늘 엄청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사회 속에서 나를 포함해 누군가를 가장 쉽게 평가하는 방법이 바로 MBTI인것이다.

 

강지원(34·여) 씨는 “사람을 굉장히 많이 만나는 직업을 가져서 그런지 요즘은 만나는 사람마다 MBTI를 물어본다”며 “ENFP라고 말하면 좀 말이 많지만 착하겠다고 판단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 본 사람도 MBTI 정보를 미리 알면 그에 맞춰 행동할 수 있어서 편하다”고 덧붙였다.

 

나를 알고 다른 사람을 알려면 굉장히 오랜 시간을 쏟아 관찰해야 하지만 MBTI는 결과만으로 상대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도 MBTI 유행의 배경이다. 김경일 인지심리학 교수는 “쉽게 사람을 알고 싶은 마음에 간단한 데이터로 알 수 있는 MBTI 검사에 더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며 “온라인 오프라인상에서 많은 사람들을 보고 만나다 보니 빠르고 쉽게 파악하고 싶은 욕구로 MBTI가 유행한 배경이다”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취업 경쟁 등 미래가 불안한 상황에서 젊은 사람들이 비슷한 사람을 찾고자 MBTI로 눈을 돌린다는 분석도 있다.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더 불안해지면서 심리적으로 기댈 곳이 필요한데, 확실히 집단에 소속되면 덜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MBTI를 통해 평가한 본인 또는 타인의 성격적인 특성에 대해서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서 가볍게 활용하는 것은 분명히 장점이다. 그러나 이 세상 수많은 사람을 16개의 유형으로 분류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인 만큼 오남용돼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오주영 강남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성격에는 한 쪽만 좋은 것이 아니고 다양한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너무 매몰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채널 로그인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이 궁금하신가요? 혜택 보기

르데스크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
- 평소 관심 분야 뉴스만 볼 수 있는 관심채널 등록 기능
- 바쁠 때 넣어뒀다가 시간 날 때 읽는 뉴스 보관함
- 엄선된 기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
- 각종 온·오프라인 이벤트 우선 참여 권한
회원가입 로그인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