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백해무익 난신적자엔 극형만이 해답”
[데스크칼럼]  “백해무익 난신적자엔 극형만이 해답”

▲ 오주한 정치부장

구한말인 1896년 항일의병장이었던 의암(毅庵) 유인석 선생이 기개 넘치는 서체로 2.8m 길이의 화선지에 써내려간 상소문 초고본이 지난해 8월 언론에 공개됐다. 의암 선생은 매국노들이 활개치는 세태를 통탄하면서 “난신적자(亂臣賊子)를 처단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당시 한반도는 부역자들을 앞세운 일제(日帝)의 침탈 앞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국모(國母)가 일본 낭인들에게 무참히 도륙되는가 하면 고종은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할 정도였다. 대표적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완용은 1905년 을사조약 체결을 주도해 끝내 나라를 팔아먹고 온 백성을 노예로 만들었다.

 

이러한 난세가 펼쳐지자 의암 선생은 일제의 허수아비가 되다시피 한 대한제국 정부의 의병 해산명령을 거부하면서까지 침략에 항전했다. 일가족도 항일에 앞장섰다. 의암 선생의 며느리인 윤희순 의사는 최초의 여성 의병대장이기도 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들의 업적을 기려 1962년 의암 선생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1990년 윤희순 의사에게 건국훈장 애족장을 각각 추서했다.

 

의암 선생 상소문에 나오는 ‘난신적자’는 나라를 어지럽히는 신하와 혈육을 해치는 인물을 뜻한다. 맹자(孟子) 등문공하(藤文公下) 부자호변장(夫子好辯章)편에 의하면 맹자는 제자인 공도자와의 대화에서 “(춘추시대에) 세상이 쇠퇴해 신하가 임금을 살해하고 자식이 아비를 해치는 일이 생기게 됐다. 춘추(春秋)가 완성되니 난신적자들이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고 말했다.

 

춘추시대에도 구한말과 마찬가지로 매국노‧인면수심들이 판을 쳤다. 사마천은 사기(史記) 태사공자서(太史公自序)에서 “춘추시대 때 시해된 군주는 36명, 멸망한 국가는 52개국, 제후들 중 사직을 보존하지 못한 이는 헤아릴 수 없다”고 기록했다.

 

실례로 제나라의 재상 최저(崔杼)는 임금이었던 장공을 시해한 뒤 이를 기록한 사관 삼형제 중 두 명을 차례차례 죽여 입을 막았다. 진(晉)나라의 곡옥무공은 약 70년간의 내전 끝에 혈족을 살해하고 옥좌를 차지했다. 이 와중에 제자백가(諸子百家) 중 한 사람인 묵자가 ‘겸애(兼愛)’라는, 천수백년을 앞서나간 사상을 설파할 정도로 민생은 막장으로 치달았다.

 

조선 후기 학자 최한기는 “난신적자는 백성을 잘 다스리기보다는 오직 부의 축적과 개인의 영달만 좇는다”고 지적했다. 여말선초(麗末鮮初)의 학자 야은(冶隱) 길재는 “난신적자는 바른 말을 하는 사람을 공격하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한다”고 성토했다.

 

그런데 21세기 대한민국이 패륜을 일삼고 주권자(主權者)인 국민을 해치는 난신적자의 놀이터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에 의하면 전체 지자체 중 단 5%만 대상으로 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 관련 표본조사에서만 천문학적인 부당 대출‧지급 정황이 적발됐다. 친형을 정신병원에 감금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한 정치권 인사는 개발특혜 의혹 등 10여개의 각종 비리 혐의로 수사 받고 있다. 이 모든 사건에는 국민의 고혈을 쥐어짜낸 혈세(血稅)가 연관돼 있다.

 

조선 명종 때 영의정을 지낸 윤인경 등은 선왕(중종) 치하에서 국정을 농단했던 인물들을 겨냥해 “난신적자는 설령 1000년 전의 일이라 해도 반드시 추적한 뒤 처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종 시절 대사헌을 지낸 한치형 등은 “(난신적자의) 썩은 해골이라도 주벌(誅伐)할 수 있으며 구족(九族)을 멸해야 한다”고 했다. 백해무익(百害無益)한 난신적자는 공소시효 없는 극형만이 해답이라는 뜻이다. 미풍양속을 어지럽히고 주권자를 해치는 작금의 난신적자들이 모골이 송연하도록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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