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에 몸값 오른 원전, 수출까진 ‘산 넘어 산’
에너지 위기에 몸값 오른 원전, 수출까진 ‘산 넘어 산’

[숫자로 보는 이슈<65>]-탈원전 후폭풍(中-수출산업화) 에너지 위기에 몸값 오른 원전, 수출까진 ‘산 넘어 산’

기후위기에 원전 의존도 급증…2020년 393GW서 2050년 792GW로 두 배 껑충

르데스크 | 입력 2022.07.28 13:30
▲ 원전 수출은 한 번 수출이 이뤄질 경우 수십년 간 수출국 기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단순 원전 수출에 그치지 않고 유망신산업의 해외 동반진출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사진은 UAE 바라카 2호기. [사진=한국전력]

 

최근 석유부터 가스, 전기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가 에너지 위기에 시달리면서 원자력 발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원자력 발전을 택소노미에 포함해 그린 에너지로 분류했고, 주요국에선 원전 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원자력 발전은 온실가스 발생량이 적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한 윤석열 정부는 원전 수출산업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전 수출은 10년 이상 추진되는 장기 프로젝트로 한 번 수출이 이뤄질 경우 수십년 간 수출국 기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단순히 원전 수출에 그치지 않고 유망신산업의 해외 동반진출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양질의 일자리는 물론 국가경제에도 기여하는 바가 크다. 원전 수출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탄소중립 현실적 대안 ‘원자력 발전’ 지목, 세계 원전 수요량 증가

 

한국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캐나다에 이어 세계6번째 원전 수출국이다. 바라카 원전 1호기가 상업운전을 개시하면서 수출 원전이 실제 운영되는 국가로 도약했다. 원전 수출을 위해 수출 대상 국가에서 요구하는 국제 수준의 규제요건과 기술기준을 충족시키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인 상업 운전을 계기로 중동지역의 기술 교류가 확대되고 원자력을 비롯한 다양한 수출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지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전에 관심이 높은 국가가 있어 관련 국가의 원전 수출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실제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을 수출한 이후 최근에는 천궁(탄도탄 요격미사일 체계) 수출까지 이어졌다.

 

원전 수출 시장은 향후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020년 393GW(기가와트)였던 세계 원자력 발전량이 2050년 792GW(기가와트)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50년 전 세계 발전량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서 12%로 늘어나는 수치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위기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원자력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IAEA의 설명이다.

 

2020년 기준 가동되고 있는 전 세계 원전 수가 441기임을 감안하면 2050년까지 400기 가량이 신규 건설되는 셈이다. 원전 1기당 5조원씩만 잡아도 2050년까지 원전 수출시장 규모는 2000조원에 달한다. 현재 우리나라가 수주 경쟁에 나선 체코는 1기, 폴란드는 6기, 사우디아라비아는 2기의 원전을 계획하고 있다.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세계원자력협회(WNA)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2기)도 건설계획을 수립하고 원전기업들과 교섭 중이고, 인도네시아·카자흐스탄 등 6개국은 보류 상태지만 여전히 잠재고객이다. 필리핀·나이지리아 등 검토 단계인 나라도 9곳이다.

 

우리나라의 원전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먼저 가격 경쟁력 면에서 주요국에 앞선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5년 마다 발전원가 전망 보고서를 발행하는데, 한국은 이자비용을 제외한 순수 건설단가가 2157달러/kWe로 가장 낮다. 미국은 4250달러/kWe, 프랑스는 4013달러/kWe, 일본은 3963달러/kWe, 중국은 2500달러/kWe다. 미국에 비해서는 약 49%, 프랑스에 비해서는 약 46%, 일본에 비해서는 약 45% 저렴하다.

 

우리나라의 원전 기술력은 원전 관리 비용과 현장 선정 비용, 규제 비용 등 비용 절감에 뛰어나고 건설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UAE 바라카 원전 수출 당시에도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쟁쟁한 경쟁 상대를 제치고 186억달러(약 21조원) 규모의 수주를 할 수 있었던 게 입찰자 중 가장 높은 이용률과 최저 공사비, 최단 공사 기간 등을 제시한 덕분이다.

 

신규 원전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바라카 원전 성공은 원전 수출의 모범적 사례로 지목된다. 정부도 원전의 수출산업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비 33억2천만원 포함 총 47억9천만원 규모의 '22년도 원전수출기반 구축사업'을 시행하고 소형모듈형원자로(SMR)나 기자재·서비스 등으로 수출 다각화도 모색한다는 설명이다.

 

원전 수출시장 러시아·중국 주도…원천 기술 부족·R&D 투자 여건 미비

 

▲ [그래픽=석혜진] ⓒ르데스크

 

정부는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원전수출전략 추진단을 출범할 예정이다. 더 나아가 원전 수출국 신설까지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2009년말 UAE 원전 수출이 성공한 이후 13년 간 단 한 건의 원전 수출도 성사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전 수출 성공까지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원전업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 원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IAEA에 따르면 현재 53기의 원전이 건설중인데 이 가운데 러시아 VVER 계열 가압경수로 원전은 21기다. 이 중 18기가 인도, 중국, 터키 등 제3국에서 건설 중인 수출 원전이다. 이 밖에 수출 원전은 프랑스 ERP 원전(2기)와 우리나라 APR-1400 원전(2기)가 전부다.

 

중국은 광활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여러 국가를 상대로 원전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현재 중국이 건설 중인 원전은 15기로 세계에서 가장 많다. 40여개국과 원자력 협력 협정도 체결했다. 러시아와 중국을 제외해도 원전 수출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국가는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이다.

 

여기에 우리나라는 원전 설계와 시공은 우수하지만 정작 원천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미국과 원자력 동맹을 맺는 등 협력을 강화하곤 있지만 원전 수출에 성공한다 해도 벌어들인 돈의 절반 이상은 미국 몫이다. UAE 수출 당시 순수익 4조9000억원 중 2조9000억원이 미국 원천기술 보유사에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원전 수출을 위한 정부의 뒷받침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원전 수출은 기술력과 건설비용도 중요하지만 자금조달 능력이 사업수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의 경우 중동과 아프리카, 동남아 등 원전수출 때 전폭적인 금융 지원까지 감행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이집트 원전사업 참여 당시 우리나라가 연 8% 금리로 80억달러 조달을 제안한 반면 러시아는 연 3% 금리로 250억달러 지원을 내세워 수주에 성공했다.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금융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원전 수출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조주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제재로 러시아산 연료집합체 구매 중단 등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해외에 건설 중인 원전의 경우 공기지연 외 프로젝트가 취소될 확률은 낮다”며 “원전 수출 시 해외자원개발사업과 같이 전폭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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