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끌·빚투족의 투자 손실금을 탕감해주기로 한 서울회생법원의 준칙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개인회생 정책의 허점을 노리고 위험한 투자를 일삼는 청년들의 사례가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개인회생 정책이 자칫 인생까지 망칠 수 있는 무분별한 투자를 부추기는 일종의 ‘보험’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이번 결정이 사태를 심화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생활비 때문에 빚 졌다는 청년들, 정작 수입은 생활비 2배 넘어
서울시,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개인회생을 신청한 청년들의 평균 채무액은 6260만원에 달했다. 일반 청년들이 가진 평균 채무액 2089만원에 비해 무려 3배나 많은 금액이다. 채무의 형태는 제2금융권 대출이 가장 높은 비율(78%)을 차지했고 이어 신용카드(76%), 은행 신용대출 (72%) 등이 뒤를 이었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이들은 일반 청년에 비해 여러 곳에서 고금리 대출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개인회생을 신청한 청년들의 월 평균 소득은 ‘100~200만원 미만’(51%)이 가장 많았고 ‘200~300만원 미만’(45%)이 뒤를 이었다. 채무 발생 사유로는 생활비 마련(43%), 과소비(10%), 주거비 및 사기피해(7%) 등이 꼽혔다. 그러나 이들의 평균 생활비는 96만원으로 일반 청년과 크게 다르지 않아 생활비 마련, 과소비 등이 막대한 빚의 결정적 이유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과도한 빚을 지게 된 결정적 이유로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돈을 끌어 모으는 행위)을 지목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청년층 사이에서 주식·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불었는데 빚을 내 마련한 투자금을 날리게 되면서 결국 개인회생을 신청하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신한금융투자가 지난해 상반기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투자자 40만명을 분석한 결과 33%가 20대였으며 30대는 27%를 차지했다. 2030 세대가 60%에 달하는 것이다. 또 코인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투자자 중 20·30대 비중은 62.4%를 차지했다. 전체 투자자 10명 중 6명이 청년인 셈이다.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3.4%p나 늘어난 수치로 연령별로 가장 많았던 투자자는 30대(44.7%)로 조사됐다. 20대도 17.6%에 달했다.
“돈 날리면 개인회생 신청하지 뭐”…정책 믿고 무책임 투자 일삼는 청년들
그런데 최근 들어 처음부터 개인회생을 염두하고 빚투·영끌에 나서는 청년들이 하나 둘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음부터 빚을 갚지 않을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상환에 대한 고민 없이 빚을 진다는 점에서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일부 청년들의 경우 개인회생 신분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한방투자를 일삼는 점에서 사회적 손실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재 지인의 식당일을 도우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양승훈 씨(29·남)는 불과 1년 전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양 씨는 직장생활을 하던 중 주변 지인들이 가상화폐로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정체됐다고 느껴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모아둔 돈 중 일부를 투자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
양 씨는 투자금이 크면 수익도 늘어난다는 생각에 차쯤 투자금을 늘려나갔고 나중엔 은행대출까지 받았다. 대출을 받았을 때도 수익률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이자 상환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이자를 내고도 월급에 맞먹는 돈을 벌 수 있었기에 결국 다니던 직장까지 관두고 전업 투자자로 나서게 됐다.
비극은 한 순간에 찾아왔다. 주변에서까지 돈을 빌려 투자에 몰두했던 양 씨의 수익률을 점점 줄었고 나중에는 투자한 원금도 회수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은행, 지인 등으로부터 빚독촉에 시달리자 더욱 조급한 마음에 투자방식도 과감해졌고 그럴수록 오히려 손실률만 커졌다. 결국 양 씨는 투자한 돈 대부분을 잃었고 빚을 감당하지 못해 개인회생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양 씨는 “사실 수익률이 줄어들기 시작할 때쯤 가상화폐 투자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나 주변 지인 등으로부터 최악의 상황엔 개인회생을 신청하면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어차피 직장도 그만둔 마당에 정상적인 방법으론 빚을 갚기 어렵다고 생각해 개인회생을 염두하고 제2금융 돈까지 빌려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금을 다 날린 후 계획대로 개인회생을 신청했고 지금은 지인의 식당에서 현금으로 월급을 받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소득이 제로 상태로 변제금을 갚지 않다보니 생활에 큰 지장도 없고 어느 정도 돈도 모으고 있다. 일정 부분 돈이 모이면 다시 가상화폐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고영준 씨(31·남)는 1년 넘게 개인회생자 신분으로 살고 있다. 수년 째 주식 투자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은행대출금을 값지 못하고 결국 개인회생자로 전락했다. 주변에서 봤을 때는 꽤나 안타까운 상황에 처했다고 볼 수 있지만 정작 고 씨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심지어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주식 투자 활동도 하고 있다. 다만 차량·통장은 전부 지인의 명의를 사용 중이다.
고 씨는 “사실 일찌감치 최악의 상황엔 개인회생을 신청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다”며 “요즘엔 법무법인이나 법무사 사무실에 일정부분 수수료만 주면 어렵지 않게 개인회생자가 될 수 있었고 덕분에 빚도 크게 줄었다”고 귀띔했다.
이어 “변제금 납부도 원칙적으론 3회 이상 미납하면 개인회생이 폐지되지만 요즘에는 기준이 상당히 관대해져 6개월 이상은 허용해주는 분위기다”며 “개인회생 상태이기 때문에 지인으로부터 돈과 주식계좌를 빌려 다시 투자 활동을 하고 있다”며 “요즘에는 수익률이 좀 나와서 변제금을 갚고도 만족할만한 수준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얼마 전에는 지인 명의로 평소에 타고 싶던 외제차도 한 대 뽑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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