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이한 가운데 어르신 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작된 시니어 카페가 저렴한 가격과 친절한 응대를 앞세워 지역 주민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도서관과 동네 쉼터 등 주민 생활공간에서 어르신들이 직접 음료를 만들고 시민들은 시설을 이용하거나 산책하는 도중 부담 없는 가격에 커피를 구매하고 있다. 고객이 지불한 음료 대금은 재료 구입과 참여자의 급여 지급 등에 활용되면서 소비가 다시 어르신 일자리 운영을 뒷받침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니어 카페는 전국 여러 복지관과 시니어클럽 등이 운영하는 노인일자리 사업 중 하나다. 복지관 내부뿐 아니라 도서관과 주민 쉼터 등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생활공간에도 들어서 있다. 운영기관은 참여자 교육과 채용 등을 담당하고 어르신들은 매장에서 직접 음료를 제조·판매한다. 복지시설 이용자뿐 아니라 책을 읽거나 주변을 산책하는 시민까지 고객으로 만나며 판매수입은 재료 구입과 참여자의 급여 지급 등 카페 운영에 활용된다.
가격 부담을 낮춘 메뉴 구성은 수정구 시니어 카페의 가격표에서도 확인된다. 아메리카노는 1500원이며 카페라테는 2000원, 바닐라라테는 2500원이다. 생강차와 유자차·레몬차도 각각 1500원에 판매한다. 녹차·초코·딸기·망고라테는 2500원이며 수박주스와 에이드는 3000원이다. 마들렌은 600원, 쿠키는 1500원으로 음료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간식도 판매한다. 음료뿐 아니라 디저트까지 일반 카페 프랜차이즈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원두 생산부터 카페 운영까지 연결한 공급 구조도 자리하고 있다. 성남에서는 어르신들이 직접 원두를 볶아 연계 카페에 공급하는 사업도 운영 중이다. 복지관 담당자에 따르면 카페는 이곳에서 원두를 비교적 저렴하게 공급받아 음료 제조에 사용한다. 어르신들이 원두를 생산하는 업무와 매장에서 커피를 만들어 판매하는 업무를 각각 맡는 구조다. 담당자는 이러한 연계 공급을 통해 원두 구매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을 저렴한 음료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서초구에서는 외부 전문업체와 연계해 참여 어르신의 전문성을 높이는 교육도 진행한다. 내곡느티나무쉼터 시니어카페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이 참여하는 일자리 매장이다. 구는 커피 전문업체와 협력해 신메뉴 개발과 품질 개선, 전문교육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7월호 구 소식지에 공개된 당시 어르신 시니어카페·베이커리의 운영 규모는 7곳으로 참여자는 194명에 달한다. 단순히 매장을 마련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참여자가 실제 고객에게 판매할 음료를 안정적으로 제조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익히는 과정까지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민들이 구매한 커피와 음료는 실제 카페 운영을 뒷받침하는 수입으로 이어진다. 서초구 한 시니어카페의 올해 7월 사업추진현황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은 211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보조금 수입은 445만원으로 두 항목을 합친 전체 수입은 656만5000원이다. 보조금과 판매수입에서 지출한 총액은 534만3582원이며 이 가운데 인건비가 419만3200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산표에 기록된 인건비는 7월에 지급한 6월 급여와 인센티브다. 시민들의 소비가 매장 매출을 만들고 해당 수입이 다시 사업 운영과 참여자 급여 지급에 활용되는 구조다.
매장에서 근무하는 어르신들은 일정한 교육과 선발 과정을 거쳐 현장에 투입된다. 복지관은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춘 지원자를 대상으로 서류 심사와 면접을 진행해 참여자를 채용하며 필요한 경우 자격증 취득도 지원한다. 도서관 카페의 근무시간은 하루 4시간이며 월 근무시간은 59시간 수준이다. 시급은 최저임금을 적용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참여자는 정해진 근무시간 동안 주문을 받고 음료를 제조·판매한 뒤 실제 근무시간에 따라 급여를 받는다.
참여 계약은 1년 단위로 체결한다. 복지관은 연말에 참여자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하고 연초에는 다시 모집 절차를 밟는다. 기존 참여자의 근무 경험과 사업 만족도를 확인하는 동시에 다음 연도 사업에 참여할 인력을 새롭게 선발하는 과정이 함께 이뤄지는 셈이다. 복지관 담당자는 시니어 카페의 매출이 비교적 잘 나오는 편이며 다른 매장에서도 일정 수준의 매출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일자리 제공이라는 공익적 목적과 별개로 실제 소비자가 찾는 카페로 자리 잡는 것이 사업의 지속성을 높이는 기반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용객들은 저렴한 가격뿐 아니라 맛과 직원들의 친절한 응대를 시니어 카페를 찾는 이유로 꼽는다. 유지민 씨(24·여)는 “다른 프랜차이즈 카페에 비하면 가격이 훨씬 저렴하고 맛도 있다”며 “어르신들이 굉장히 친절하게 응대해주셔서 방문하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주변을 산책하다 자연스럽게 매장을 찾는 단골 고객도 있다. 박금연 씨(72·여)는 “거의 매일 방문하는 것 같은데 산책하다가 들르면 너무 좋다”며 “웬만한 카페 못지않다”고 말했다.
시니어 카페에서 일하는 어르신들에게 매장은 단순히 급여를 받는 일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새로운 메뉴와 업무를 익히고 반복적으로 고객을 만나면서 사회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일하는 김명희 씨(63·여)는 “처음에는 메뉴가 헷갈려 사진을 찍고 집에서 출력해 가지고 다니며 외웠는데 지금은 근무하면서 익숙해졌고 새로 추가된 차 메뉴도 어렵지 않다”며 “일하는 재미도 있고 오시는 손님들이 가족처럼 느껴진다. 제가 만든 커피를 드신다는 점이 뿌듯하고 지금 나이에 조금씩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니어 카페가 안정적인 일자리 사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에만 의존하기보다 일반 카페와 차별화할 수 있는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공익적 취지 때문에 한 번 방문하는 공간을 넘어 소비자가 가격과 품질·서비스 등에 만족해 다시 찾는 매장으로 만들어야 사업의 지속 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카페의 인테리어와 직원 복장 등을 깔끔하게 관리하고 친절한 응대에서 자신의 할머니·할아버지를 만나는 듯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면 강점이 될 수 있다”며 “컨설팅을 통해 젊은 사람이 운영하는 카페와 비교해 어떤 강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이를 더 잘 살릴 방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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