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여당을 향한 부정 여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에 청년세대의 역린 중 하나인 불공정에 가까운 ‘이중잣대’가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나와 내 편의 불공정엔 관대하고 상대방에겐 엄격한 공정·정의의 잣대를 들이미는 행위야 말로 청년세대가 가장 혐오하는 불공정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거리낌이 없이 같은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 서울대 연구팀 등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세대는 타 연령대에 비해 공정의 가치를 더 중시하지만(전체 16.1%, 20대 23.8%) 현재 한국 사회가 공정하다는 데에는 유독 부정적인(전체 78.8%, 20대 83.6%) 편이었다.
조국·윤미향 특별사면부터 용혜인 사태까지…청년세대 분노 포인트 자극한 ‘선택적 공정’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청년세대의 평가가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9월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이재명 대통령 국정수행평가’를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응답률 4.0%,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p)에 따르면 긍정 평가는 37.0%에 불과한 반면 부정 평가는 61.7%에 달했다. 전주 조사 대비 긍정은 3.9%p 낮아진 반면, 부정은 4.2%p 높아지며 격차가 늘었다.
20·30세대의 부정 평가는 타 연령대에 비해 유독 두드러졌다. 30대는 부정 평가 비중이 74.6%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만 18세~20대에서도 부정 평가 비중이 69.5%에 달했다. 이어 60대 61.0%, 70대 이상 59.6%, 40대 57.4%, 50대 51.9% 등의 순이었다. 특히 30대와 만 18세~20대에선 ‘매우 잘못함’이라는 응답이 각각 70.7%, 63.0% 등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감 수준이 예사롭지 않다는 방증이다.
청년시민단체, 국회 등에 따르면 20·30세대 등을 돌린 이유는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불공정’ 이슈와 관련 깊다. 대상에 따라 공정의 기준을 다르게 책정하는 이른바 ‘선택적 공정’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면서 반감으로 진화한 것이다.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갑질 논란 ▲조국·윤미향 특별사면 ▲용혜인 의원 성평등가족부 장관 발탁 ▲더불어민주당의 김승원 의원 법무부장관 임명 시도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됐다. 실제로 각각의 이슈가 벌어지기 전과 후 여론조사 결과에선 부정 평가가 소폭 증가하는 등의 결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8월,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거쳐 ‘광복절 특사’ 명단을 확정지었다. 당시 명단에는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아내인 정경심 전 교수, 윤미향 전 의원 등이 포함돼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이들이 연루된 사건들은 모두 사회 정의를 허무는 전형적인 ‘불공정 행위’로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면 당시 조 전 대표는 자녀의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해 허위 인턴 확인서과 각종 증빙 서류를 활용하는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이 확정돼 구치소에 수감 중이었다. 윤 전 의원 역시 위안부 지원 단체인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횡령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이 2024년 11월 확정된 바 있다.
두 사람에 대한 특별사면 조치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불러일으켰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사면 직전인 7월 중순만 해도 이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60%대 중반 수준이었으나 사면 직후 실시된 조사에선 50% 후반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부정평가는 20%대 초반에서 30% 수준까지 상승했다. 당시 부정 평가 이유 1위는 ‘특별사면(22%)’이었다. 같은 기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긍정 평가 역시 40%대 중반에서 초반으로 하락했다.
“농지매입·검찰은 불공정, 장관·의원 겸직은 공정인가” 20·30 여성들마저 정부·여당 외면
얼마 전 불거진 용혜인 의원 장관 발탁 논란도 청년세대의 공분을 키우는 결정적 사건으로 지목됐다. 지난 8월 이재명정부 2기 내각의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목된 용 의원은 장관이 되더라도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삼권분립의 원칙 상 장관에 발탁되면 의원직은 내려놓는 게 관례처럼 여겨져 온 탓이다. 당시 그는 ‘장관과 의원을 겸직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이유를 댔다. 더욱이 과거 용 의원이 여가부 폐지 추진 중 사퇴 여부에 답하지 않던 김현숙 당시 장관에게 “직에 연연하는 모습이 참 안쓰럽다”고 비판한 바 있어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외에도 말과 행동이 딴판인 과거의 행보가 여럿 드러나면서 논란이 더욱 확산됐고 국민적 공분 역시 갈수록 커졌다.
당시 각종 여론조사에선 장관직 부적합 응답이 60% 수준에 달했다. 심지어 여당 지지층에서도 조차 부적합 수준이 과반을 웃돌았다. 그 시기 이 대통령 지지율에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용 의원 장관 발탁 이전(8월 25~27일)만 해도 부정 평가가 50% 수준에 불과했고 부정 이유에 ‘인사’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용 의원 사태 이후인 9월 중순(15~17일) 부정 평가가 56%까지 상승했고 부정 평가 이유로 ‘인사’를 언급한 비중도 전체 부정 이유 중 두 번째로 높은 16%에 달했다. 당시 사태는 용 의원 본인이 스스로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일단락 됐다.
르데스크가 만난 다수의 청년들은 조국·윤미향 특별사면 이슈, 용혜인 장관 지명 이슈 등을 두고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다”고 평가했다. 강남역에서 만난 20대 직장인 박희진 씨(여·가명)는 “우리 같은 청년들은 입시 비리 같은 불공정·불평등에 엄청나게 예민한데 그런 일을 저지르고 감옥까지 간 사람을 정치적 목적 때문에 사면해준다는 게 가당키나 한가”라며 “공정과 정의를 외치면서 농지를 전수조사하고 검찰청도 없앴으면서 이익이 될 때는 어떤 불공정도 눈 감아 주는 모습에 정말 크게 실망했다”고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김수정 씨(34·여·가명)는 “이전엔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어 그저 공약이나 정책만 보고 투표를 했는데 이번에 용혜인 의원을 장관으로 발탁한 것을 보고 처음 정치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온갖 정의로운 척, 공정한 척은 다 하더니 본인은 당적을 옮겨가며 비례대표를 두 번씩이나 하고 그동안 전혀 없던 국회의원·장관 겸직을 아무렇지 않게 고집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선택적 정의, 선택적 공정이란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런 사람을 장관으로 발탁한 현 정부와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크게 실망했다”고 부연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어느 세대가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이 있기 마련인데 청년세대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이 바로 공정·정의라며 신뢰를 회복하려면 지금이라도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년세대는 입시나 취업, 주거처럼 한정된 기회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경험해 온 만큼 절차와 기회의 공정성에 상당히 민감한 특성을 보인다”며 “특히 같은 행동을 두고 누구에게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자신이나 자신과 가까운 집단에는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고 받아들이게 되면 단순한 정책 불만을 넘어 신뢰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번 형성된 불공정에 대한 인식은 개별 사안이 끝난다고 곧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후 비슷한 사건을 바라보는 판단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정부가 청년층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특정 인물이나 진영에 관계없이 일관된 원칙과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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