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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안 쓰는 게 더 낫다?…OCI홀딩스 셀 투자 연기에 주가 반등
3000억 안 쓰는 게 더 낫다?…OCI홀딩스 셀 투자 연기에 주가 반등

OCI홀딩스가 미국 태양광 셀 생산 설비 투자를 잠정 연기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상승했다. 통상 대규모 신사업 투자의 연기는 성장 기대를 낮추는 악재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번에는 시장 반응이 달랐다. 미국 정부가 태양광 제품에 최저수입가격(MIP)을 도입하면서 OCI홀딩스가 직접 셀 생산까지 내려가기보다 비중국산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공급에 집중하는 편이 자본효율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30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OCI홀딩스는 최근 발표된 미국 정부의 태양광 산업 관련 정책과 제도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사업구조와 투자 적정성을 추가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 일정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OCI홀딩스의 미국 셀 생산 계획은 당초 태양광 밸류체인을 원재료에서 완제품에 가까운 단계까지 확장하려는 전략이었다. 종속회사 OCI Enterprises(OCI엔터)가 미국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고 태양광용 셀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설비투자 금액만 2억1500만달러, 한화로 약 3122억4450만원에 달한다. 운전자금 5000만달러(약 725억원)는 별도이며 투자재원은 자기자본 7000만달러(약 1015억원)와 외부자금으로 조달할 계획이었다.

 

대규모 투자가 미뤄졌지만 주식시장은 이를 악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OCI홀딩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500원(3.46%) 오른 22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23만10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직전 거래일인 29일 5.25% 하락했던 주가는 셀 생산 투자 연기 공시가 나온 당일 반등했다.

 

시장에선 이번 셀 공장 투자 연기를 OCI홀딩스 미국 사업의 후퇴로만 해석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OCI홀딩스 역시 취득예정일자를 삭제하면서 향후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상황이 변하거나 1년이 지난 시점에 투자를 재검토해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사업을 폐기한 것이 아니라 변화한 시장 환경에 맞춰 투자방식을 다시 계산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 반응의 배경에는 최근 미국 태양광 시장의 가격구조 변화가 지목된다. 미국 정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오는 12월부터 태양광 폴리실리콘과 파생제품에 최저수입가격을 적용할 예정이다. 폴리실리콘은 ㎏당 21달러(약 3만450원), 태양광 모듈은 와트당 0.38달러(약 551원)가 가격 하한으로 제시됐다. 규제 시행을 앞두고 현지 모듈 공급가격도 이미 상승하고 있다.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 조달 플랫폼 안자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공급업체들이 제시한 태양광 모듈 중위가격은 8월 와트당 0.27달러(약 392원)에서 최근 0.38달러(약 551원)로 약 40.7% 올랐다.

 

▲ 미국이 폴리실리콘의 가격 하한을 설정하면 비중국산 제품을 생산하는 OCI홀딩스의 가격협상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OCI홀딩스]
▲ 미국이 폴리실리콘의 가격 하한을 설정하면 비중국산 제품을 생산하는 OCI홀딩스의 가격협상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OCI홀딩스]

 

OCI홀딩스 입장에선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자회사 OCI테라서스는 말레이시아에서 연간 3만5000톤 규모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2029년까지 생산능력을 연산 7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산 폴리실리콘이 ㎏당 4~6달러(약 5800~8700원) 수준에서 거래되던 상황에서 미국이 21달러(약 3만450원)의 가격 하한을 설정하면 비중국산 제품을 생산하는 OCI홀딩스의 가격협상력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회사 측도 신규 고객과 ㎏당 21달러 이상의 가격을 기준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상태다. 폴리실리콘 공급가격이 구조적으로 높아질 경우 OCI홀딩스 입장에서는 수천억원을 직접 투입해 미국 셀 생산까지 밸류체인을 확장하는 것과 폴리실리콘·웨이퍼 공급자로 남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의 수익성이 높은지 다시 따져볼 수 있게 된 셈이다.

 

당초 OCI홀딩스가 구상한 전략은 비중국산 폴리실리콘을 시작으로 웨이퍼와 미국산 셀까지 연결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의 태양광 통상정책이 원재료와 웨이퍼, 셀, 모듈 전반의 가격구조를 바꾸면서 직접 셀을 생산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인지 다시 판단해야 할 것으로 점쳐진다.

 

셀 생산설비에만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하면 향후 공장 운영과 증설에도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반면 미국의 비중국산 태양광 공급망 확대 과정에서 폴리실리콘 가격과 수요가 동시에 개선된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이 예상되는 원재료 공급에 자본을 집중하고 웨이퍼나 셀 생산은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선택지도 가능하다.

 

증권가에서도 OCI홀딩스의 주가 향방에 대해 셀 생산 자체보다 미국 시장에서 늘어날 비중국산 태양광 소재 수요에 맞추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미국 전력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현지 태양광 설비 투자가 늘어나면 중국 공급망을 배제한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확보 필요성도 커질 수 있어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셀 사업의 새로운 파트너가 등장하거나 웨이퍼 사업 확대, OCI테라서스 증설, 신규 장기공급계약 등이 구체화될 경우 이번 투자 연기의 의미도 달라질 수 있다”며 “당장 셀 생산설비 투자가 미뤄졌다는 사실보다 OCI홀딩스가 미국 태양광 공급망에서 ‘직접 생산자’와 ‘핵심 소재 공급자’ 가운데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가 주가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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