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7호선 종점인 장암역이 도봉산~옥정 광역철도 건설공사로 10월 한 달간 문을 닫으면서 인근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장암역 일대는 수락산을 찾는 등산객 수요가 집중되는 곳으로 단풍철인 10월은 연중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시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상인 입장에선 성수기나 다름없는 시기에 청천벽력 수준의 악재를 맞닥뜨린 셈이다. 상인들은 새 역사 건설을 위한 공사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연중 최대 대목과 휴업 기간이 겹친 데 대해 심각한 매출 피해가 우려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락산 단풍철만 기다렸는데”…신메뉴 준비한 식당, 인근 편의점 모두 ‘깊은 한숨’
30일 경기도와 서울교통공사 등에 따르면 다음달 2일부터 30일까지 지하철 7호선 장암역(경기도 의정부시 장암동)의 운영이 중단된다. 도봉산~옥정 광역철도 건설에 맞춰 기존 장암역을 철거하고 새 역사를 짓기 위한 사전 작업의 일환이다. 해당 기간 7호선 열차는 장암역 바로 전 정거장인 도봉산역까지만 운행된다. 이미 7호선 종점인 장암역은 도봉차량기지 내 간이 역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는 기존 역사를 철거한 뒤 차량기지 내에 새 장암역을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장암역 휴업 기간 동안 이용객 불편을 줄이기 위해 무료 셔틀버스를 투입할 예정이다. 셔틀버스는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도봉산역환승센터~도봉차량기지 정문~장암역 정류장’ 구간을 오가며 평일에는 7~15분, 주말과 공휴일에는 10~2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경기도는 공사 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는 등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경기도의 배려는 기존 장암역 일대 상인들에겐 크게 와닿지 않는 모습이다. 운행 중단 시기와 상권의 성수기가 겹쳤기 때문이다. 장암역은 수락산 등산로와 직접 연결돼 있어 봄·가을철 이용객 비중이 매우 높다. 서울교통공사의 2024년 승·하차 인원 통계에 따르면 장암역 이용객은 1~2월 10만명 안팎에 머물다 산행이 늘어나는 3~5월 12만~13만명 수준까지 증가했다. 이후 여름철 11만명대로 줄었다가 단풍철인 10월엔 13만명을 훌쩍 넘겼다. 전월(11만3337명) 대비 15.3%(1만7326명) 늘어난 수치다.
장암역 1번 출구 바로 옆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현수희 씨(36·여·가명)는 “점포가 역 출입구와 맞닿아 있어 승·하차객 감소에 따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우리 매장은 장암역을 오가는 손님 비중이 높아 주변 점포 중에서도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 이어 “역에서 내린 등산객들이 물이나 음료, 간식 등을 많이 사가는데 10월 한 달 동안 역을 오가는 사람이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인근 도봉산역에서 무료 셔틀버스가 운행되지만 상인들의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처럼 7호선을 이용해 장암역으로 직행하던 승객이 도봉산역에서 내려 버스로 환승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암역 주변 상권은 중·장년층 등산객 수요가 많은 탓에 접근성이 떨어지면 인근의 다른 등산로나 타 지역 상권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장암역 인근에서 누룽지탕 등을 판매하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영미 씨(58·여)는 “주 고객층인 50대 이상 중·장년층 손님들을 위해 기존에도 장암역으로 모시러 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앞으로는 도봉산역까지 이동 거리가 늘어나게 됐다”며 “벌써부터 이동 불편을 이유로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풍철 수요를 겨냥해 신메뉴까지 출시했는데 역 운행 중단으로 매우 난감한 상황이다”며 “어차피 11월부터는 기온이 떨어져 역 이용객도 줄어드는데 하필 연중 가장 붐비는 10월에 운영을 중단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장암역 1번 출구 맞은편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기지현 씨(37·여) 역시 “평소에도 지하철 이용객의 매출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 단풍철인 10월은 연중 유동인구가 가장 많아 그만큼 매출 기대도 큰 시기다”며 “손님이 집중되는 성수기에 역이 한 달간 문을 닫게 돼 유동인구 감소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장사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1년 중 손님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기를 굳이 역 폐쇄 기간으로 잡아야 했는지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장암역과 같이 특정 교통수단이나 관광·등산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권일수록 접근성 하락이 큰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전에 지역 주민과의 최소한의 협의 정도는 이뤄져야 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장암역 주변처럼 특정 교통수단과 등산객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권은 역 이용이 중단되면 유동인구 감소가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10월은 단풍철을 맞아 등산객이 집중되는 시기인 만큼 상인들이 체감하는 피해는 다른 시기에 역을 폐쇄했을 때보다 클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사업을 위해 불가피한 공사라고 하더라도 지역 상권의 계절적 특성과 영업 피해를 함께 고려해 공사시기를 정하고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련의 사안과 관련 경기도 철도건설과 관계자는 “장암역 운영 중단 시기를 10월 이후로 미룰 경우 후속 공정과 전체 사업 일정까지 순차적으로 지연될 수 있어 예정된 시기에 공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며 “단풍철이라는 지역 상권의 사정은 있지만 운영 중단을 11월로 한 달 미룰 경우 철거와 신축 등 이후 공정도 그만큼 순차적으로 늦어질 수밖에 없어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장암역 운영 중단은 경기도의 사업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사안이다”며 “구체적인 공정 일정이나 사업 추진 계획 등은 경기도 소관이어서 공사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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