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국내 증시에서 소외됐던 코스닥 시장이 반도체 종목의 강세에 힘입어 가파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불과 두 달 전 장중 630선까지 밀렸던 코스닥지수가 840선을 회복한 가운데 기관 순매수 상위권은 반도체 기업들이 사실상 휩쓸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힘입은 글로벌 반도체 업황 호조에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그동안 코스피 대형주에 집중됐던 투자 자금이 하반기를 기점으로 코스닥 반도체주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코스닥 반등 주도권 잡은 반도체株…기관 순매수 상위 10곳 중 9곳 ‘싹쓸이’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닥지수는 846.58로 거래를 마치며 지난 7월 29일 장중 저점(630.99) 대비 약 3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30%)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4월 27일 장중 1229.41까지 치솟은 이후 무려 세 달 넘게 급락을 거듭한 끝에 반토막 수준(662.68, 7월 29일)까지 떨어진 약 두 달여 전 상황과는 완전 딴판이다. 수급의 변화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10일 기관투자자는 코스닥 시장에서 140만4252주를 순매수했다. 기관의 하루 순매수 규모가 100만주를 넘어선 것은 지난 2월 19일(107만788주)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개인투자자도 지난 18일부터 29일까지 7거래일 연속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반등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반도체 관련 종목(ETF 포함)의 약진이다. 대표적인 반도체 ETF 종목인 ‘HANARO 반도체핵심공정주도주’는 지난 18일 1만2705원에서 23일 1만4355원으로 올라 3거래일 만에 약 13% 상승했다. 추석 연휴로 거래일이 사흘에 그친 지난주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을 제외한 국내 상장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해당 상품은 ‘에프엔가이드 반도체 핵심공정 지수’를 추종하며 브이엠(16.20%), 저스템(12.02%), 피에스케이(11.67%), ISC(9.99%), 테스(9.96%) 등 코스닥 반도체 기업들이 주요 종목으로 편입돼 있다. 상위 5개 종목의 비중만 약 60%에 달한다.
개별 종목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일주일간 테라뷰는 무려 42.57%(29일 오후 1시20분 기준)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엑시콘(34.18%), 피엠티(24.52%), 미래산업(21.18%), 인텍플러스(20.51%), 덕산하이메탈(19.57%), 티에스이(19.14%), 케이씨텍(18.14%), 제우스(18.05%) 등도 두 자릿수의 상승률을 보였다.
기관 매수세도 반도체 종목에 집중되고 있다. 이달 21일부터 28일까지 코스닥 기관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음식료 업체인 푸드웰을 제외한 9개 기업은 모두 반도체 관련 기업이다. 데이터센터용 SSD 컨트롤러를 설계하는 팹리스 기업 ‘파두’를 비롯해 ▲한양디지텍(후공정·메모리 모듈) ▲덕산하이메탈(후공정·패키징 소재) ▲브이엠(전공정 장비) ▲에이팩트(후공정) ▲네오티스(반도체·PCB 부품) ▲엠케이전자(후공정·패키징 소재) ▲오킨스전자(후공정·테스트 부품) ▲미코(반도체 부품·소재) 등이 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증권가 등에 따르면 최근 코스닥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 쏠림의 배경에는 글로벌 반도체 호황이 자리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시세가 급등했고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도 부쩍 높아졌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국내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59.4% 증가한 341억달러를 기록하며 동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47.8%까지 확대됐다.
또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D램 산업 매출은 약 1547억3000만달러로 전 분기 대비 59.5% 증가했다. 일반 D램 계약가격 상승과 함께 AI 서버 수요 확대로 HBM3E와 LPDDR5X, 고용량 RDIMM 등의 출하량이 늘어난 영향이다. 가격 상승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북미 클라우드서비스사업자(CSP)의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지속되면서 올해 4분기에도 D램과 낸드플래시 계약가격이 상승할 전망이다. 특히 낸드플래시 계약가격은 전 분기 대비 15~20%, 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엔터프라이즈 SSD는 23~28% 각각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코스닥 시장에 대한 정책 지원도 투자심리 개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정부는 코스닥 시장의 구조 개편도 추진 중이다. 우량기업과 일반기업을 구분하는 ‘프리미엄·스탠다드’ 2개 리그 승강제를 도입하고 기업 특성에 맞춘 기술특례상장을 확대하는 방안이 핵심 내용이다. 우량 혁신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부실기업의 퇴출을 촉진해 시장 전반의 경쟁력과 투자자 신뢰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이 외에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28일부터 국내 자본시장의 투자 매력을 알리기 위한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 2026’을 개최하고 있다. 다음달 6~8일에는 코스닥 시장 경쟁력 강화 세미나를 비롯해 코스닥·코넥스 상장기업 기업설명회(IR), 벤처 회수시장 활성화 세미나 등이 예정돼 있다. 또한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과 정책 지원, 최근 수급 변화가 맞물리면서 코스닥 반도체주의 강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제윤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7~8월 국내 증시가 급락할 당시 코스닥 반도체 기업 가운데 실적과 무관하게 주가가 크게 떨어진 곳이 많았다”며 “재무구조가 양호한데도 시장에서 저평가받는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하반기 코스닥 시장은 지난 여름보다 투자 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단순한 테마성 상승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을 바탕으로 한 가치투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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