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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만 10만원? 식품 · 주류 · 약까지…중고시장 ‘꼼수 거래’ 기승
포장지만 10만원? 식품 · 주류 · 약까지…중고시장 ‘꼼수 거래’ 기승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판매가 금지되거나 제한된 식품과 주류, 의약품, 공연·스포츠 입장권 등을 다른 상품으로 위장해 거래하는 이른바 ‘꼼수 거래’가 잇따르고 있다. 식품은 ‘포장지’, 주류는 ‘공병’, 경기 입장권은 ‘증정품’으로 이름을 바꾸는 식이다. 플랫폼의 판매 제한이나 관련 법규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실제 거래 대상과 다른 품목을 게시글 전면에 내세우는 변칙 거래가 중고시장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최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과일찹쌀떡 브랜드 ‘한정선’이 꼼수거래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지난 24일 소셜미디어 스레드에는 “당근에서 한정선 알맹이는 다 먹고 나서 포장지만 이렇게들 팔던데 왜 파는 건지 궁금하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에 이용자들은 “한정선을 그대로 당근에 올리면 식품 판매 규정에 걸리기 때문에 저렇게 올리고 파는 것이다”, “술이나 식품을 그냥 팔면 걸리니까 공병이나 껍데기만 올려놓고 판매한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정선은 찹쌀떡에 생딸기와 샤인머스캣, 곶감 등 다양한 과일을 넣어 선보이는 디저트 브랜드로 최근 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제품을 구매하기 위한 ‘오픈런’까지 벌어지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 ‘#한정선’을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1만2000개 이상 확인되며 관련 릴스 가운데는 조회수 379만회를 기록한 영상도 등장했다.

  

온라인에서의 인기는 실제 매장 대기 행렬로도 이어졌다. 28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식당 예약·대기 애플리케이션 테이블링을 확인한 결과 서울 시내 한정선 매장의 대기 팀은 지점별로 최소 108팀에서 최대 210팀을 넘어섰다. 대부분 원격 대기 등록 없이 현장 대기만 받고 있어 제품을 구매하려면 직접 매장을 찾아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 28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식당 예약·대기 애플리케이션 테이블링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한정선 대기자 명단의 모습. [사진=테이블링]
▲ 28일 오전 11시 30분 기준 식당 예약·대기 애플리케이션 테이블링에서 확인할 수 있는 한정선 대기자 명단의 모습. [사진=테이블링]

  

제품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일부 수요는 중고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르데스크 취재 결과 당근에서는 한정선의 한지 포장지와 보냉백 등을 1만3000원에서 최대 10만원에 판매하는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단순 포장재의 중고 거래로 보기에는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데다 일부 게시글에서는 포장지와 함께 실제 제품이 제공된다는 점을 암시하는 표현도 확인됐다. 식품을 직접 판매한다고 명시하는 대신 포장재를 거래 품목으로 내세우는 방식이다. 인기 제품이 조기에 품절되고 장시간 대기가 필요하다 보니 웃돈을 주고서라도 제품을 구하려는 수요가 변칙 거래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비슷한 거래는 올해 초 전국적인 품귀 현상을 빚었던 ‘두바이쫀득쿠키(두쫀쿠)’에서도 나타났다. 일부 판매자들은 식품 대신 포장지나 쇼핑백을 판매 품목으로 내세우는 방식으로 거래를 시도했고 당시 두쫀쿠를 판매하던 자영업자들도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재판매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류 역시 비슷하다.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와인과 양주, 맥주, 소주뿐 아니라 전통주와 성인용 무알코올 주류도 거래 금지 품목에 해당하지만 실제 플랫폼에서 ‘위스키’를 검색하면 ‘공병’이나 ‘박스(새상품)’를 판매한다는 게시글을 찾아볼 수 있다.

 

게시글에 주류 판매를 직접 명시하지 않았지만 일부 사진에서는 병 안에 내용물이 그대로 들어 있는 모습도 확인된다. 표면적으로는 공병이나 박스를 판매하는 형태지만 실제 거래 과정에서 내용물이 담긴 주류까지 함께 판매할 경우 온라인을 통한 개인 간 주류 거래에 해당해 관련 법령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

 

사진 사면 야구표가 ‘무료’?…입장권·의약품도 변칙 거래

  

▲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공병’이나 ‘박스’ 등을 판매 품목으로 내세운 주류 관련 게시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은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주류 판매 게시글의 모습. [사진=중고거래 플랫폼 갈무리]
▲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공병’이나 ‘박스’ 등을 판매 품목으로 내세운 주류 관련 게시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사진은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주류 판매 게시글의 모습. [사진=중고거래 플랫폼 갈무리]

  

공연·스포츠 입장권 시장에서는 티켓을 다른 상품의 ‘증정품’으로 제공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공연·스포츠 입장권의 부정 거래 규제가 강화되자 입장권을 직접 판매하지 않고 사진이나 굿즈를 유료로 판매한 뒤 티켓을 무료로 제공하는 형태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선수 사진 판매합니다’를 검색하면 경기 입장권을 ‘증정품’으로 내건 게시글을 확인할 수 있다. 르데스크가 확인한 한 게시글에는 삼성 라이온즈 선수 사진을 판매한다며 “사진 구매 시 하기의 티켓 무상 증정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판매자는 구자욱·최형우 선수 등의 사진을 판매 품목으로 내세운 뒤 증정품으로 10월 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리는 삼성과 두산 경기의 블루존 6연석을 제공한다고 안내했다. 경기 일정과 좌석 구역, 연석 여부, 모바일 티켓 전달 시간까지 입장권 거래에 필요한 정보도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입장권 자체에 가격을 매기는 대신 다른 상품을 유료로 판매하고 티켓을 ‘무료 증정품’으로 제공하는 형태다. 외형상 사진 거래로 보이지만 실제 거래의 중심이 입장권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의약품의 경우 개인 간 온라인 거래 자체가 금지돼 있지만 관련 게시물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현행 약사법은 약국 개설자 등 법에서 정한 자가 아니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취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의약품 거래는 약사법상 금지돼 있지만 해외여행이나 직구로 구매한 의약품을 되파는 게시물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사진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외 구매 의약품의 모습. [사진=당근 갈무리]
▲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의약품 거래는 약사법상 금지돼 있지만 해외여행이나 직구로 구매한 의약품을 되파는 게시물이 계속 확인되고 있다. 사진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외 구매 의약품의 모습. [사진=당근 갈무리]

  

그럼에도 당근이나 번개장터 등에서는 해외여행이나 직구를 통해 구매한 의약품을 되파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실제 플랫폼에는 ‘스위스 고산병약’, ‘레스 타민 코와 알약 120정’ 등 해외에서 구매한 의약품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확인됐다. 해외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했거나 개인 사용 목적으로 반입한 제품이라 하더라도 국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개인이 다시 판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변칙 중고거래가 단순한 플랫폼 규정 위반을 넘어 소비자 안전과 피해 구제 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상적인 유통과 판매 절차를 거치지 않은 식품이나 의약품은 보관 상태와 품질을 확인하기 어렵고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판매자의 책임을 명확히 묻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포장지를 바꾸거나 사은품처럼 제공하는 방식 자체가 규제 사각지대를 노린 일종의 거래로 볼 수 있다”며 “이런 거래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문적인 품질 관리나 사후 책임을 판매자가 부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반 상품보다 구매자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역시 단순히 판매자와 구매자를 연결하는 공간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려운 만큼 등록 단계에서부터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며 “반복적으로 금지 품목을 판매하는 이용자에 대한 관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Q&A
Q1.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포장지'나 '공병'만 판매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오는 이유는?
A. 식품이나 주류, 의약품 등 중고거래 플랫폼 내 판매가 금지되거나 제한된 품목을 그대로 올릴 경우 규정에 걸리기 때문에 포장재나 공병을 파는 것처럼 형태를 바꿔 감시를 피하려는 꼼수(변칙)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Q2. 해외여행이나 직구로 구매한 개인 의약품을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되파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한가?
A. 불가능하다. 현행 약사법상 약국 개설자 등이 아닌 개인이 온라인을 통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취득하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돼 있다.
Q3. 한정선 제품의 중고거래 및 대기 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은
A. SNS를 통한 입소문으로 매장 대기자가 지점별 최소 108팀에서 210팀을 넘어서고 원격 대기 없이 현장 대기만 받는 경우가 많아, 구매 어려움으로 인해 웃돈을 주고서라도 구하려는 수요가 중고 시장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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