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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대책 10년에도 청년은 수도권行…‘정착 없는 인구정책’ 허실
지방소멸 대책 10년에도 청년은 수도권行…‘정착 없는 인구정책’ 허실

저출생과 수도권 집중이 겹치면서 지방소멸 문제가 장기화하고 있지만 그동안 추진해온 인구 유입 중심 정책만으로는 지역 인구 감소의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입지원금이나 주거비 지원 등으로 단기간 인구를 끌어오는 데 집중하기보다 지역에서 꾸준히 일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산업과 일자리, 교육·의료·교통 등 정주 기반을 함께 갖추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수도권 대 비수도권’이라는 이분법적 구분도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수도권 안에서도 인구와 일자리가 늘어나는 지역과 감소하는 지역이 있고, 비수도권 역시 산업구조와 청년 유출 정도가 제각각인 만큼 지역별 인구 흐름과 경제 기반을 기준으로 정책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사람 늘어도 경제성장 직결 안 돼…“지원금보다 지역 일자리 필요”

 

기존 지방소멸 대응 정책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데려왔는가’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다보니 실효성에 대한 비판을 꾸준히 받아왔다. 인구가 유입되더라도 지역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거나 교육·의료·교통 등 생활 기반이 충분하지 않으면 장기 정착으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이 2010~2024년 16개 시·도를 분석한 결과 모든 지역의 1인당 실질 지역내총생산(GRDP)은 상승했지만 순이동률은 16곳 가운데 11곳에서 오히려 낮아졌다. 순유입 지역도 2010년 8곳에서 2024년 4곳으로 줄었고, 남은 지역은 인천·경기와 충북·충남 등 수도권 또는 충청권에 집중됐다.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만으로 지역의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없었다.

 

▲ 그동안 추진해온 인구 유입 중심 정책만으로는 지역 인구 감소의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대구 중구 번화가. ⓒ르데스크
▲ 그동안 추진해온 인구 유입 중심 정책만으로는 지역 인구 감소의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대구 중구 번화가. ⓒ르데스크

 

청년층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두드러졌다. 2010~2024년 평균 청년 순이동률은 경기 14.36%, 인천 6.79%, 서울 6.70% 등 수도권에서 순유입을 기록한 반면 상당수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청년 유출이 이어졌다. 특히 인구 5만명 미만 군 지역의 최근 10년간 청년 인구 감소율은 연평균 3.3%로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의 0.6%보다 5배 이상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 이동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는 결국 일자리가 지목된다. 한 지역의 1인당 실질 GRDP가 1% 상승했을 때 다음 해 청년 인구 10만명당 순이동 수지가 약 86명 높게 나타났다. GRDP 성장률이 1%p 상승할 경우에는 약 113명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단순히 일자리 숫자가 늘어나도 실제 정착까지 이어지는 건 별개로 분석됐다. 청년 고용률은 임금과 고용 안정성, 전공과 직무의 일치 여부, 지역에서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경력 사다리’가 부족하면 높은 고용률이 실제 정착으로 연결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인구 유입 자체가 지역경제 성장으로 자동 연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순이동률 상승은 다음 해 1인당 실질 GRDP와는 관련성이 확인됐지만 다음 해 GRDP 성장률 상승과의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입된 인구가 지역 산업과 일자리에 흡수되지 못하면 생산과 소비, 창업·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다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책 목표도 ‘몇 명을 데려왔는가’가 아니라 ‘온 사람이 지역경제에 어떻게 정착했는가’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산업구조의 차이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제조업 종사자 비중은 비수도권이 수도권보다 높았지만 전문과학기술·정보통신·금융보험 등 지식기반형 생산자 서비스업 비중은 수도권 24.10%, 비수도권 13.18%로 격차가 컸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고부가가치 직종과 경력 개발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단기간 현금 지원만으로 수도권의 집적 효과를 상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도권·비수도권 이분법 넘어 ‘생활권’으로…산업·의료·교육 함께 묶어야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지방소멸 정책이 행정구역이나 수도권 여부보다 실제 인구 흐름과 산업구조, 생활권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이라고 모두 성장지역이 아니고 비수도권이라고 모두 같은 수준의 소멸위험을 겪는 것도 아닌 만큼 일률적인 규제와 지원으로는 정책 효과를 높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 억제라는 큰 원칙은 유지하되 인구가 감소하는 수도권 외곽지역에는 산업과 생활서비스 확충을 위한 별도의 정책수단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규제완화 역시 지역 전체가 아닌 기능별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업과 연구개발(R&D), 관광산업, 의료시설, 근로자 주거 등 실제 일자리와 필수 생활서비스를 늘리는 시설에 한해 규제를 조정하는 방식이다. 기업 한 곳을 유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기업에서 일할 인력을 지역 대학과 연결하고 주거와 의료, 교육, 교통을 함께 갖춰야 장기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집중 억제라는 큰 원칙은 유지하되 인구가 감소하는 수도권 외곽지역에는 산업과 생활서비스 확충을 위한 별도의 정책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르데스크
▲수도권 집중 억제라는 큰 원칙은 유지하되 인구가 감소하는 수도권 외곽지역에는 산업과 생활서비스 확충을 위한 별도의 정책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르데스크

  

단기적으로는 전입·주거지원과 취업·창업을 하나의 경로로 묶고 청년에게는 지역대학과 기업을 연계한 현장실습·직무교육·전략산업 맞춤형 인력양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비청년층에는 주거·의료·교통·돌봄 등 생활서비스와 중장년 재취업을 결합하고 장기적으로는 권역별 대학·연구 역량과 산업 기반을 활용해 지식기반·미래전략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성과평가 방식의 변화도 과제로 꼽힌다. 현재처럼 주민등록 인구 증가 자체를 성과로 보는 방식에서 벗어나 청년 고용률과 임금, 상용근로자 비중, 취업 후 3년·5년 잔류율 등 ‘정착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의 투자계획과 성과평가에 일자리의 질과 장기 잔류율 등 산업·정착 연계 지표를 추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해외에서도 인구 숫자 자체보다 산업과 생활환경을 함께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이동하고 있다. 일본은 지방창생 정책에서 지역경제와 생활환경, 커뮤니티를 통합해 설계하고 청년·여성의 고용 질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프랑스는 쇠퇴한 중소도시의 주택과 상권, 이동성, 공공서비스를 함께 개선하는 도심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스페인은 주거·교육·산업·디지털 등 여러 부처의 정책을 인구 감소 관점에서 함께 점검하고 있다.

 

민간과 정치권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에서는 정부뿐 아니라 민간 싱크탱크가 ‘소멸가능성 도시’와 장기 인구전략 등을 제시하면서 지방소멸 문제를 사회 전체의 과제로 확산시켰다. 국내에서도 기업의 지역 투자와 대학의 인재 육성, 민간의 서비스 공급을 지방소멸 정책과 연계하는 동시에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을 국회 차원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주영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원은 “모든 지역의 인구를 늘리는 경쟁에서 벗어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는 산업과 인재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는 거점 중심으로 의료·교육·교통 등 필수서비스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사람을 얼마나 데려오느냐’가 아니라 ‘어디에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생활을 만들 수 있느냐’를 중심으로 정책을 재설계해야 지방소멸 대응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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