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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 만날 이유 있나요”…국경 넓어진 2030 국제연애 명암
“한국인만 만날 이유 있나요”…국경 넓어진 2030 국제연애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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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2030세대의 연애 상대 선택지가 국경 밖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전 연애에서 일방적인 관계 방식에 피로감을 느낀 한국 남성이 일본 여성과의 만남을 알아보거나, 중국 드라마와 커플 영상을 계기로 중국 남성에게 관심을 갖는 한국 여성들이 등장하면서 교류회와 매칭 서비스 등 실제 만남의 통로도 다양해지고 있다. 다만 국적에 대한 기대에서 시작된 관심이 실제 교제로 이어지면서 개인의 소통 방식과 생활 습관, 가치관에 대한 격차를 토로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엔 다른 관계였으면”…2030이 국경 밖 만남 찾는 이유

 

지난 13일 서울 도심의 한 오피스 빌딩 카페에서 열린 한일 언어·문화 교류회에는 한국어와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려는 참가자들이 모였다. 매주 주말 열리는 이 모임에는 50여명이 참석하며 참가비는 3만원이다. 외국어를 연습하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려는 참가자가 있는가 하면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일본인 또는 한국인 이성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눠보기 위해 찾은 참가자도 있었다.

 

직장인 정우진 씨(32·남·가명) 역시 새로운 만남을 기대하며 교류회를 찾았다. 정 씨가 일본 여성과의 만남을 알아보게 된 배경에는 이전 연애에서 느낀 피로감이 있었다. 데이트 비용을 더 부담하는 것 자체보다 약속을 잡고 장소를 알아보고 다음 만남을 준비하는 역할이 자신에게 고정되는 상황이 더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정 씨는 “이전 연애에서 부담을 느꼈던 건 돈을 더 내는 것 자체보다 약속을 잡고 준비하는 일이 제 몫으로 굳어지는 상황이었다”며 “상대도 먼저 어디를 갈지 찾아보거나 다음 약속을 준비하는 관계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 여성과의 만남에 관심을 갖는 데에는 온라인에서 접한 한일 커플 영상도 영향을 미쳤다. 영상 속에서 서로의 취향을 챙기거나 한쪽에만 의존하지 않고 함께 약속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관계를 기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 씨가 실제 만남에서 확인하려는 것은 상대의 국적보다는 관계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였다.

 

▲ 서울 도심의 한 카페에서 열린 한일 교류회 사진. 참가자들이 일본어를 사용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르데스크
▲ 서울 도심의 한 카페에서 열린 한일 교류회 사진. 참가자들이 일본어를 사용하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르데스크

 

정 씨는 “실제로 만나서는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어떤 성향일 것이라고 단정하기보다 서로 어느 정도까지 부담하고 배려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여성에 대한 막연한 이미지가 관심을 갖게 된 계기 중 하나였지만 실제 교제 상대를 판단하는 기준은 개인의 성향과 관계에 대한 태도에 가깝다는 것이다.

 

반대로 한국인과의 만남에 관심을 가진 일본인 참가자 역시 상대가 자신의 국적만 보고 특정한 성향을 기대하는 것에는 거리를 뒀다. 같은 모임에 참석한 일본인 유학생 사토 씨(24·여)는 K팝을 접하며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이후 한국 남성과의 만남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토 씨는 상대가 자신을 ‘일본 여성’이라는 이미지로만 바라보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도 일본 여성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나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묻는 것보다 자신이 평소 무엇을 좋아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하는 것이 더 편하다는 설명이다. 국적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만남의 계기는 될 수 있지만 관계가 이어지려면 결국 개인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한일 간 연애와 결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모습은 통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한국 남성과 일본 여성의 혼인은 1176건으로 전년 840건보다 336건 증가했다. 증가율은 40%에 달했다.

 

민간 조사에서도 상대 국가 이성과의 만남에 대한 관심이 나타났다. 소개팅 앱 위피 운영사 엔라이즈가 발표한 ‘2030 한일 연애·만남 인식’ 조사에서는 한국 남성 응답자의 85%가 일본 여성과의 만남에 적극적인 의향을 보였고, 일본 여성 응답자 가운데 한국 남성과의 만남에 적극적인 의향을 나타낸 비율도 80%였다. 실제 혼인 증가와 함께 젊은층 사이에서 국경을 넘어 만남의 상대를 찾는 데 대한 관심이 적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드라마·커플 영상 속 이상형, 만나보니 중요한 건 ‘국적보다 개인’

 

▲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된 중국인 남성과의 연애 및 결혼 관련 게시물들. 세심한 배려와 적극적인 가사 참여 등 미디어를 통해 접한 장점들이 주로 언급되고 있다. [사진=네이버카페, 인스티즈 갈무리]
▲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된 중국인 남성과의 연애 및 결혼 관련 게시물들. 세심한 배려와 적극적인 가사 참여 등 미디어를 통해 접한 장점들이 주로 언급되고 있다. [사진=네이버카페, 인스티즈 갈무리]

 

중국 남성과 교제하는 한국 여성의 사례에서는 드라마와 커플 영상이 만남의 계기로 언급됐다. 영상 속에서 상대의 취향을 기억하고 먼저 챙겨주는 행동을 보며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콘텐츠에 등장하는 인물에 대한 호감과 특정 국적의 이성을 실제 교제 상대로 선택하는 행동 역시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콘텐츠를 계기로 중국인 남성과 교제하게 된 직장인 이수민 씨(28·여)도 처음에는 화면 속 세심한 행동에 관심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상대의 취향을 기억하거나 먼저 챙겨주는 모습이 호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교제를 이어가면서 중요하게 보는 행동은 특별한 이벤트보다 일상적인 약속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말을 기억하는지, 함께 정한 약속을 지키는지 등이 실제 관계를 평가하는 기준이 됐다는 설명이다.

 

정 씨 역시 일본인과의 교제를 기대하게 된 배경으로 커플 영상을 언급했다. 일본 여성과의 만남을 알아보는 남성에게는 현실적인 비용 부담만 작용하고, 중국 남성과 교제하는 여성에게는 미디어의 영향만 작용한다고 단순하게 구분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두 사람 모두 콘텐츠를 통해 기존과 다른 관계를 상상했지만 실제로 기대하는 것은 상대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였다. 만남의 계기에는 이전 연애 경험과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이미지가 함께 영향을 미친 셈이다.

 

외국인과 대화할 기회를 찾는 청년들은 이태원의 펍과 카페 등도 이용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연애 상대를 찾는 경우뿐 아니라 외국어를 연습하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려는 방문 목적도 함께 나타났다. 이태원에서 펍을 운영하는 지민호 씨(41·남)는 외국어를 잘하지 못해도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지 묻는 손님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관심은 있었지만 먼저 말을 걸 기회가 없었다는 이야기도 듣는다고 했다. 지 씨는 “연애 상대를 찾는 사람도 있지만 언어를 연습하거나 친구를 만들려는 사람도 있다”며 “같은 공간에 왔다고 목적까지 같다고 볼 수는 없어 상대의 의사를 확인하며 대화하도록 안내하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 교제에서는 처음 기대했던 이미지와 다른 생활 방식을 접하는 경우도 있다. 일본인 여성과 교제 중인 박현 씨(31·남)는 상대의 연락이 줄었을 때 자신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다고 받아들인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이후 대화를 통해 상대가 일하는 동안 휴대전화를 거의 확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연락 횟수만으로 애정의 크기를 판단했던 상황이 서로 다른 생활 방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박 씨는 서운함을 곧바로 국적이나 문화 차이로 설명하기보다 상대가 어떤 상황에 있는지를 먼저 묻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두 사람은 하루에 몇 번 연락할지를 정하기보다 통화할 수 있는 시간과 다음 만남의 날짜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을 택했다. 박 씨는 “처음에는 연락이 줄면 마음이 달라진 것인지부터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일하는 동안 휴대전화를 거의 보지 않는 생활 방식도 영향을 줬다”며 “통화할 수 있는 시간과 다음에 만날 날짜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편이 저희에게는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외국인 교류 술집. 연애 상대를 찾는 사람뿐 아니라 외국어를 연습하거나 다른 문화권의 친구를 사귀려는 방문객도 찾고 있다. [사진=소모임 갈무리]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한 외국인 교류 술집. 연애 상대를 찾는 사람뿐 아니라 외국어를 연습하거나 다른 문화권의 친구를 사귀려는 방문객도 찾고 있다. [사진=소모임 갈무리]

 

교제가 가족과의 관계로 이어지면서 겪는 어려움도 있었다. 중국인 남성과 교제하는 이 씨는 상대 가족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언어 장벽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연인끼리 의사를 주고받는 것과 별개로 양가 부모가 교제와 결혼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주변의 시선 역시 실제 교제 과정에서 마주한 문제로 꼽았다. 이 씨는 “상대의 가족과 소통할 때 겪는 언어 장벽이나 교제·결혼을 바라보는 양가 부모님의 기대 차이 같은 현실적인 벽을 마주하기도 한다”며 “다만 이런 문제들은 국적의 특성이라기보다는 연인과 가족 간의 관계를 풀어가는 개인적인 과정에 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이국 문화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보기보다는 글로벌화된 환경에서 연애 상대의 범위가 넓어진 현상과 미디어를 통해 형성된 특정 이미지에 대한 기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과거 미국 등 서구권 이성에 대한 선호가 존재했던 것처럼 결혼과 연애 대상을 국경 밖으로 넓히려는 시도 자체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실제 관계에서는 국적별 이미지보다 개인의 생활 방식과 성격, 관계에 대한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본 여성의 상대적으로 절제되고 배려하는 태도나 중국 남성의 헌신적이고 적극적인 가장의 모습은 과거 한국 부모님 세대가 지녔던 전통적 남녀상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면이 있다”며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미디어와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기대일 뿐, 실제 관계에서는 개인의 생활 방식과 소통 방식에서 오는 차이를 좁히는 과정이 필수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랑의 요소로 꼽히는 열정, 친밀감, 헌신 가운데 이국적 이성과의 만남이 특정 요소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착각에서 비롯될 수 있다”며 “한국 남성들이 기대하는 일본 여성의 겸손함이나 희생적 태도, 혹은 한국 여성들이 중국 남성에게 기대하는 헌신성과 책임감 역시 실제 교제 과정에서는 문화적 차이와 현실적 갈등으로 부딪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 속 Q&A
Q1.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나타나는 연애 트렌드는?
A. 한국 남성은 일본 여성과의 만남을, 일부 한국 여성은 중국 남성과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찾는 흐름이 동시에 포착되고 있다. 소개팅 참가비를 내거나 외국어를 배우는 등 행동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Q2. . 통계청의 2024년 혼인 통계 및 소개팅 앱 조사에서 확인된 한국 남성의 일본 여성 선호 지표는?
A. 2024년 한일 혼인 건수는 1176건으로 전년 대비 40% 급증했다. 또한 소개팅 앱 조사에서 한국 남성 응답자의 85%가 일본 여성과의 만남에 적극적인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일본 여성의 이미지 1위로 세심하고 배려 깊음을 꼽았다.
Q3. 커뮤니티 등에서 공유되는 중국 남성의 세심한 행동 유형과 여성들의 실제 경험담은?
A. 신발 끈을 묶어주거나 식사 때 새우를 까주는 등 세심한 행동과 집안일을 당연하게 도맡는 모습이 공유됐다. 어학 교환 앱을 통해 만난 중국인 남성과 연애를 시작해 상하이 방문을 준비하거나 아침 식사를 챙겨받는 경험담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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