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과 섬을 내세운 두 국제박람회가 투입 예산 대비 엇갈린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다. 올해 예산을 60억~70억원대로 늘린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개막 6일 만에 누적 방문객 100만명을 넘기며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흥행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703억원이 투입된 여수세계섬박람회는 개막 초기부터 전시 내용과 체험 프로그램이 예산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막대한 공공예산을 투입한 국제행사에 걸맞은 성과를 내고 있는지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평일 낮 찾은 서울숲은 체험학습을 나온 학생들과 외국인 관광객 등으로 붐볐다. 방문객이 즐길 수 있는 공간도 정원 전시에만 한정되지 않았다. 공원 곳곳에서 각종 체험활동이 진행됐고 잔디마당 주변에는 앉아서 쉬거나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휴게공간이 배치돼 있었다. 다양한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와 체험 프로그램도 곳곳에 마련돼 젊은 층과 가족 단위 방문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 개막한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는 같은 달 6일 오후 7시까지 101만명이 방문했다. 전년도 행사에서 누적 방문객 100만명을 넘어서는 데 11일이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도달 시점이 크게 앞당겨졌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관계자는 “다양한 주체가 정원 조성에 참여해 서로 다른 형태와 개성을 가진 정원을 보여주고 있다”며 “정원을 단순히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휴식과 감상을 함께 할 수 있도록 잔디마당 주변에도 휴게 공간을 많이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공원 전반의 공간 변화와 정원마다 차별화된 구성이 방문객의 관심을 끈 요인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숲 인근의 한 카페 상인은 “박람회 전과 비교하면 사람들이 확실히 많이 찾는다”며 “매출도 그렇지만 인근 유동인구 자체가 늘어난 것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투입 예산 대비 성과도 눈에 띈다. 서울시는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 예산을 60억~70억원대로 책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지난 5일 개막한 여수세계섬박람회는 오는 11월 4일까지 행사를 이어간다. 조직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개막 첫날 2만5417명, 이튿날 1만251명 등 첫 주말 이틀 동안 3만5668명이 입장했다. 행사 성격과 개최 지역이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개막 초반 관람객 규모에서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예산 규모는 더 큰 차이를 보인다. 여수세계섬박람회는 2021년 국제행사로 승인받을 당시 기본사업비가 240억원 안팎이었으나 이후 전시연출과 프로그램 확대 등에 455억원이 추가되면서 기본·확대사업을 합친 총사업비가 703억원으로 늘어났다. 최초 승인 당시 기본사업비와 비교하면 전체 사업비가 약 3배 수준으로 확대된 셈이다.
개막 이후 제기된 불만은 주로 투입 예산과 관람료에 비해 전시와 즐길거리가 충분한지에 집중됐다. 주행사장인 돌산 진모지구에는 섬의 문화와 생태, 미래 등을 주제로 한 전시관이 마련됐다. 그러나 개막 전 사전 공개 때부터 일부 전시가 설명 패널 위주로 구성돼 콘텐츠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개막 이후에도 입장료를 내고 관람하기에는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관람객 사이에서 이어졌다.
관람객 평가는 엇갈렸다. 야간 조명과 미디어 연출이 볼 만하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 반면 체험 프로그램이 어린이 놀이시설 위주로 구성돼 성인 관람객이 즐길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람회장에는 미래 교통수단과 어린이 체험 등 여러 콘텐츠가 마련돼 있지만 관람객의 연령과 방문 목적에 따라 만족도 차이가 나타나는 모습이다.
지역 상권에 미친 효과도 아직은 뚜렷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여수 지역 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박람회 전보다 손님이 늘어난 것은 확실하지만 기대했던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며 “구체적인 매출 증가 폭에 대해서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수와 인접한 순천에서는 2023년 열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당초 관람객 목표를 웃돌며 폐막한 바 있다. 순천시가 폐막 이후 발표한 누적 관람객은 981만2157명으로 목표였던 800만명보다 약 181만명 많았다. 같은 해 4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214일간 진행된 행사에서 목표 관람객 수를 폐막 전 달성하면서 방문객 유치 측면에서는 계획을 웃도는 성과를 거뒀다.
당시 순천은 정원을 둘러보는 단순 관람을 넘어 정원에서 직접 숙박할 수 있는 ‘가든스테이’와 수상 관람 프로그램인 ‘정원드림호’ 등을 운영했다. 정원과 수변 공간이라는 지역 자원을 단순 전시가 아닌 체류형 콘텐츠로 활용한 것이다. 폐막 이후에도 관련 시설을 활용할 수 있도록 운영계획을 마련했다. 가든스테이는 숙박 요금을 조정하고 정원드림호는 비성수기 운항 횟수를 줄이는 등 행사 이후 수요와 유지비를 고려한 조정 방안도 포함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규모 박람회의 성패가 단순한 전시시설 조성이나 일회성 관람객 유치에만 달려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이 가진 공간과 자연환경을 얼마나 체험 콘텐츠로 연결하고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느냐가 흥행과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수세계섬박람회 조직위원회도 개막 초기 관람객 반응에 대응해 지난 10일 공연과 체험 콘텐츠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공연 프로그램과 관람객 참여형 행사를 추가하고 야간 미디어 연출을 활용한 이벤트도 확대한다는 내용이다. 개막 당시 마련된 전시를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늘려 관람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서울과 여수의 엇갈린 초반 성적은 박람회 흥행에서 예산 규모보다 콘텐츠 구성과 방문객이 체감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기존 서울숲이라는 공간에 정원과 휴식, 캐릭터 콘텐츠 등을 결합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였다. 반면 여수세계섬박람회는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섬이라는 지역 고유의 자원을 실제 관람객 체험으로 충분히 연결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콘텐츠 보강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박람회라면 단순히 전시물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체험 프로그램과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내용이 함께 있어야 한다”며 “여수에는 작은 섬이 많고 밤바다 풍경도 좋은 만큼 지역 특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섬을 오가는 기존 교통편을 관광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일정을 구성하고 이를 숙박과도 연결하면 좋을 것 같다”며 “방문객 입장에서는 어느 섬의 경치가 좋고 어떤 곳을 가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만큼 지역에서 잘 아는 장소들을 묶은 체험 프로그램을 서너 개라도 마련한다면 호응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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